'배터리 소송' LG·SK, 이번엔 '합의금 줄다리기'

정환보 기자 2021. 2. 23.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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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3조 이상" SK "최대 8천억"
ITC 판결 2주 지났지만 '평행선'

[경향신문]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벌인 ‘전기차 배터리’ 소송전이 일단락된 지 2주 가까이 지났다. 양사 모두 합의를 해야 할 필요성은 더욱 높아졌지만, 여전히 ‘합의금’을 둘러싼 시각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대로 협상이 난항을 계속 겪는다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판결 검토 기간인 60일은 ‘골든타임’이 아니라 지루한 줄다리기 후반전 직전의 ‘하프타임’에 그칠 공산이 크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양사는 합의금 규모를 놓고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LG에너지솔루션이 3조원 이상을 요구하는 반면 SK이노베이션은 5000억~8000억원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에서는 “SK 쪽이 말도 안 되는 금액을 제시하고 있다”는 입장인 반면 SK이노베이션에서는 “LG가 요구하는 수준은 우리보고 배터리 사업을 하지 말라는 얘기”란 반응이 나오고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ITC에서 결론이 나오면 양측이 본격적으로 머리를 맞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합의금 규모는 오히려 간극이 더 벌어졌을 것”이란 이야기도 들린다.

두 회사가 생각하는 합의금에 차이가 이렇게 크다면, 법적인 절차를 통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액수’가 또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 두 회사가 델라웨어 연방법원에서 진행 중인 민사소송이 대표적인데, 이에 대해서도 입장이 엇갈린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 영업비밀보호법의 기준을 따르면 법적으로 손해배상액의 200%까지 배상금을 높일 수 있다”며 징벌적 손해배상 예상액을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최근 10년 ITC 영업비밀 침해 판결 이후 델라웨어 민사소송에서 내려진 징벌적 손해배상액의 최대 규모는 1조원”이라며 LG의 요구가 과도하다고 맞서고 있다.

양사가 벌이는 다수의 소송전 중에서도 핵심인 ITC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 결론이 나왔음에도 여전히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장기전으로 끌고 갈 만큼 여유 있는 상황은 아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ITC 승소 직후 ‘돌발 악재’가 연이어 터져나왔다. LG 배터리가 탑재된 현대차 코나 EV(전기차)의 잇따른 화재 사건에 대한 국토교통부의 조사 결과 발표가 임박했는데, 배터리 결함 쪽에 무게가 실리며 ‘전량 교체’ 명령이 나올 경우 배상금 충당액이 최대 수천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와중에 지난 15일 경남 창원에서 LG 배터리를 장착한 현대차 ‘일렉시티’ 전기버스에서도 화재가 발생해 조사가 진행 중이다. SK이노베이션과의 소송전과 직접 관련은 없지만, 재무적으로 현금 자산 확보가 촉박해진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은 더욱 다급한 상황이다. 한가닥 기대를 걸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질 경우, 약 3조원을 들여 건설 중인 미국 조지아주의 배터리 공장은 1~2년만 가동하고 문을 닫아야 할 처지다.

양측의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전기차 배터리 세계 1위 업체인 중국 CATL은 최근 현대차 플랫폼 E-GMP 3차 공급사에 선정되는 등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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