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번 찍혀도 몰랐다..경보음은 무시, 대책은 재탕

신선민 2021. 2. 23.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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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16일, 동해 민간인통제선까지 내려온 북한 남성이 붙잡혔죠.

군 경계망이 어떻게 뚫렸냐, 말이 많았는데 군이 조사 결과를 내놨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군 스스로 인정했듯 총체적인 경계 부실입니다.

북한 남성이 우리 쪽 해안에 도착해 30분 동안 경계 시스템 카메라에 다섯 번이나 포착됐는데 군, 아예 몰랐습니다.

두 번은 경보음까지 울렸는데도 그랬습니다.

3시간 뒤 5킬로미터 넘게 내려와서, 이번엔 해군 CCTV에 포착됐는데, 이 때도 세 번이나 그냥 지나쳤다가 뒤늦게 알아차렸습니다.

신병 확보에는 그로부터 3시간이 더 걸렸습니다.

월남한 사람이 6시간 넘게 무방비로 활보하고 다닌 겁니다.

이번에도 단순 실수일까요?

조사 결과 드러난 구조적 부실이 더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신선민 기자입니다.

[리포트]

어둠 속 북한 남성의 움직임은 군의 과학화 경계시스템에 자동적으로 포착됐습니다.

두 차례 경고등이 켜지고 경보음까지 울렸지만, 상황실의 감시병은 오작동일 거라고, 독자 판단했습니다.

당일 동해안의 세찬 바람 탓에 1분당 3회 넘게 경보가 울려대자, 늘 있는 오작동일 거라고 무시해 버린 겁니다.

[서욱/국방부 장관/오늘 국회 국방위원회 : "자주 뜨니까 아주 자세히 보면 보이지만 자세히 안 보면 특별한 문제가 없고 강풍에 그냥 뜨는 (경고) 팝업이려니 하고 내린 걸로…"]

시설 관리에도 허점이 드러났습니다.

남성은 해안철책 아래 배수로를 통과했는데, 군은 이런 배수로가 있었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지난해 7월 강화도에서 배수로를 통한 월북 사건 이후 군은 모든 수문과 배수로를 조사해 보강하겠다는 대책을 내놨습니다.

당시 이 부대는 배수로 점검을 완료했다고 보고했지만, 이번 사건 뒤에야 배수로 3개를 새로 찾아냈습니다.

장관이 고개를 숙인데 이어 군은 경계체계를 보완하고, 장비를 보강하고, 기강을 세우겠다고 대책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환골 탈태'하겠다는 다짐까지도 경계 실패 때마다 반복된 것입니다.

[정경두/전 국방부 장관/2019년 '목선 귀순' 당시 : "우리 군에 대한 질책을 가슴 깊이 새겨 환골탈태하는 군의 모습을 보여드릴 것을 약속드리며…"]

경계가 뚫린 22사단은 지난해 철책 귀순, 2012년엔 노크 귀순으로 질타를 받은 곳인데, 일각에서는 책임 구역이 너무 넓은 구조적 원인도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KBS 뉴스 신선민입니다.

촬영기자:오범석/영상편집:양다운/그래픽:채상우

신선민 기자 (freshmi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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