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쿠데타, 의외의 패자는 중국?
시민들에 반중 정서 확산
과도한 오해 지적도 나와
[경향신문]
미얀마 양곤에 위치한 중국대사관이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미얀마 시민 행동의 주요 거점이 됐다. 중국이 쿠데타에 미온적 태도를 취한 데다 군부를 지원하고 있다는 ‘음모론’까지 퍼지면서 미얀마 시민들 사이에 반중 정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얀마 현지 매체들은 22일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는 시민 불복종 운동 초기부터 양곤 소재 중국대사관 앞에서 매일 시민들의 집회가 열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대사관 붉은색 문앞에는 “중국! 군사정권이 아니라 미얀마 사람들을 지지해 달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중국이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내정 문제”라며 미온적 태도를 취한 것이 반중 정서 확산의 단초가 됐다. 여기에 음모론이 기름을 부었다. 군부가 인터넷을 통제하는 ‘만리방화벽’ 구축을 위해 중국 기술자를 데려왔다거나, 미얀마와 중국의 접경인 중국 남부 쿤밍에서 야간 항공편으로 무언가를 들여왔다는 소문이 확산됐다.
심지어는 미얀마 누리꾼 수사대가 시위 현장 사진에서 중국군 휘장이나 피부색이 더 밝은 군인을 찾아내기도 했다. 중국의 쿠데타 개입을 의심한 것이다.
중국은 만리방화벽 구축을 위해 기술자를 보낸 바 없고, 쿤밍에서는 해산물 상품을 보냈을 뿐이라며 연일 해명을 내놓고 있다. 반중 정서 확산에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아세안 국가의 외무장관들과 통화하며 “미얀마 당사자들이 국가와 민족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출발해 합법적으로 문제를 평화롭게 해결하고 민주적 전환으로 추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이 그간 미얀마에 들여온 외교적 노력을 생각하면 과도한 오해를 받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 서방의 제재로 고립된 미얀마에서 중국이 독점적 지위를 누린 것은 사실이지만, 미얀마에 문민정부가 출범한 이후로는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의 민주주의민족동맹(NLD)과 우호적 관계를 쌓아왔다는 것이다. 중국의 미얀마 국경지역 무장 반군단체 지원설을 두고 충돌하는 등 미얀마 군부와 중국 사이에는 미묘한 긴장이 유지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선 스팀슨센터 동아시아담당 국장은 외교전문지 디플로맷에 “쿠데타는 베이징이 바라는 것이 아니다. 베이징에 선택권이 있다면 군부보다 NLD를 선택했을 것”이라고 했다.
미얀마와 중국의 관계를 연구해온 엔제 한 홍콩대 부교수는 디애틀랜틱에 “중국이 지난 5년간 이미지 개선을 위해 해온 홍보 노력이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며 “이번 쿠데타로 가장 많은 것을 잃은 쪽은 중국”이라고 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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