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시 운영 공시준비반 "유명학원 못잖네"

박용근 기자 2021. 2. 23.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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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22일 전북 김제시가 운영하는 지평선학당에서 공무원시험준비반 수강생들이 합격생들과 일대일로 질문과 조언 등을 주고받고 있다. 김제시 제공
“인구 유출·경제 침체 막자”
무료 공립학원 지평선학당에
2019년 첫 공시반 만들어
작년 지방·국가직 23명 합격
노량진 강사들 직강반 편성
‘합격생들과 멘토링’ 운영도
현재 3개 과정 90명 열공 중

코로나19 확산으로 공무원시험준비생(공시생)이 많은 서울 노량진 학원가의 학원들도 잇따라 휴원했지만 시험을 앞둔 ‘공시생’들은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 휴원 조치에도 공부를 접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시험을 앞둔 공시생들의 고민을 덜어주는 곳이 있다.

전북 김제시가 세운 지평선학당에는 공시생들을 대상으로 한 ‘공무원시험 준비반’이 있다. 지평선학당은 시가 인재 양성을 위해 설립한 무료 공립학원으로 2019년 전국 최초로 공무원시험 준비반을 만들었다. 시는 2007년 지역 중·고 학생들이 방과 후에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지평선학당을 세웠다.

김제시는 청년들이 도시로 빠져 나가면서 인구 감소는 물론 지역경제도 침체되는 악순환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학당을 세우게 된 배경이라고 23일 설명했다. 공무원시험 준비반을 만든 첫해인 2019년 지평선학당에서 11명의 공무원시험 합격자를 배출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위기를 이겨내고 지방직 18명, 국가직 5명 등 23명의 합격자가 나왔다.

현재 공무원시험 준비반에는 3개 과정이 있고, 90명이 ‘열공’ 중이다. 준비반에는 첫 응시자를 위해 노량진 학원가 강사들이 직접 강의하는 직강반, 시험 경험자들로 구성된 관리형 독서실반이 편성돼 있다. 직장인, 주부 등이 강의시간과 상관없이 자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동영상반도 있다. 운영은 공무원시험전문학원인 박문각이 맡았다. 박문각에서 파견된 학습매니저는 50분 수강 후 10분 휴식 등 수강생들을 철저히 통제한다. 수강생들은 매일 어휘테스트를 받고 주간에는 과목별 모의고사 테스트를 하며, 매월 1회 이상 전국모의고사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이곳 출신 선배들과 교류하면서 수험 정보 등을 얻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합격생과 수강생들이 함께하는 ‘나두(do)너두(do) 멘토링 프로그램’에선 합격생들은 멘토가 되고, 수강생들은 멘티가 돼 과목별 학습법과 모의고사 활용법, 시간관리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방역수칙은 엄격하게 적용된다. 마스크 착용과 손 소독제 사용은 기본이다. 모든 책상에 비말가림막이 설치됐고, 전 수강생은 하루 2번 체온을 재야 한다. 1시간마다 10분 이상 환기도 필수다. 매일 수강생 동선을 기록해 밀집장소를 다녀오면 최소 1주일 이상 자가학습을 해야 한다.

수강생 선발은 시험을 거쳐야 하지만 사회적배려대상자를 위한 기회균등 전형 10%와 관내 고등학교 졸업생을 위한 특별전형 10%를 지정해 선발하고 있다.

공무원이 된 뒤 첫 월급을 장학금으로 내놓은 사람도 있다. 장학기금을 기탁한 김정호씨(30)는 “학원비 부담 등으로 서울 학원에서 강의를 들을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공무원시험 준비반이 꿈을 이루게 해줬다”면서 “지역사회에 보답하기 위해 수혜자가 아닌 후원자로서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배 김제시장은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해를 거듭할수록 합격자가 많이 배출돼 흐뭇하다”며 “철저하게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수강생들이 공부에 정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용근 기자 yk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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