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다" 주민들 편견에 막힌 '이슬람 사원'

글·사진 백경열 기자 2021. 2. 23.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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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립 갈등 불거진 대구 대현동 현장 가보니

[경향신문]

대구 북구 대현동 한 주택가에 23일 ‘이슬람 사원 건립 반대’ 펼침막이 걸려 있다. 이 지역에 이슬람 교인들이 사원 건립을 추진하자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 “생존권·행복추구권 박살” 강력 반발에 공사 중단
사원 관계자 “하루 10여명, 유학생 등 이용할 텐데, 억울해”
시민단체는 “종교의 자유 침해, 이주민 차별 조장” 비판

23일 경북대 서문과 맞닿은 대구 북구 대현동의 주택가. 고시원과 원룸 건물 등이 빽빽하게 들어선 이 지역 이면도로 곳곳에는 ‘주거밀집지역 한복판에 이슬람 사원 건립 결사반대’, ‘이슬람 사원 건립은 주민의 생존권·행복추구권을 박살낸다’라고 적힌 펼침막 10여장이 내걸려 있었다.

골목길에 접어들자 ‘공사 중’ 표지판 뒤쪽으로 2층 규모의 철골 구조물이 서 있었다. 인근주민 A씨(68)는 “좋은 게(건물) 들어오지는 못할망정 이슬람 사원이라니 말이 되나”라면서 “무슬림은 무서운 사람들인데 구청이 잘 알아보지도 않고 건축 허가를 내줘서 주민들이 화가 많이 났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주택가에 이슬람 사원을 짓는 문제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주민들이 재산권 침해 등을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 반발에 관할 구청인 북구청은 공사 중단 결정을 내렸다. 시민단체는 종교·문화에 대한 배타성을 지적하며 항의 성명을 냈다.

23일 북구청과 건축주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해 9월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 출신 무슬림 6명과 한국인(귀화) 1명 등 건축주 7명은 대현동에 소유한 4개 필지를 ‘종교집회장’으로 용도변경 및 증축 신고를 내 허가를 받았다. 그해 12월3일 착공 허가가 났고, 공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최근 건물 뼈대가 올라가고 이슬람 사원이 들어선다는 소문이 퍼지자, 주민들이 공사를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은 종교행사에 따른 소음과 악취, 재산권 침해 등을 이유로 내세웠다. 지난달 말 현재 대현동에는 1만8483명(9264가구)이 사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16일 주민들은 이슬람 사원 건립에 반대하는 351명의 서명을 담아 북구청에 탄원서를 냈다. 같은 날 구청은 건축주에게 공문을 보내 공사 중단 조치까지 내렸다.

사원 건립에 나선 이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슬람 사원(성원)은 연면적 245.14㎡(약 74.3평)의 2층 건물로 설계됐다. 예배 참가자는 평일 기준 10~15명 수준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사원 예정지 인근 경북대에는 파키스탄, 인도, 나이지리아 등 국적의 무슬림 50~80명가량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원 건립 관계자는 “경북대 무슬림 유학생들이 주로 사원을 이용할 것이고, 다른 지역의 교인은 이곳을 찾지도 않을 텐데 (주민 반발이) 이해가 안 된다”면서 “소음 등으로 인한 주민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서 낡은 건물을 고쳐 사원을 지으려는 건데 반대가 심해서 억울하다”고 말했다.

현재 대구에는 큰 규모의 이슬람 사원 1곳과 예배소 10곳 등 11곳의 관련 시설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시는 예배 횟수 등을 근거로 지역의 무슬림이 대략 500명 안팎인 것으로 추정한다.

구청 관계자는 “건축주가 소유한 부지인 데다 법적인 하자도 없었던 만큼 공사가 진행되는 게 맞지만, 주민 반대가 큰 만큼 의견 조율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는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고 이주민 차별을 조장하는 행위라고 비판한다. 대구참여연대는 지난 18일 성명서를 내고 “수많은 공사가 진행되고 있고 여러 피해가 있지만, 진행 중인 공사를 중단시킨 예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공정하지 못한 처사다. 만약 교회나 성당이었다면 성급하게 공사 중단 조치를 했을지 의문”이라면서 “이는 종교 차별과 인권침해가 될 수 있는 문제로, 종교적·문화적 배타성에 기댄 주장들을 배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지자체는 공사 중단 조치를 취소하고, 예배 소음 등 실질적 피해 여부와 정도를 조사하는 등 후속 조치에 나서야 한다”면서 “이번 사안은 우리 사회가 다문화주의와 문화적 다양성을 얼마나 수용하고 보장하는가를 판단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글·사진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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