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장관 "필요 땐 AZ 백신 먼저 접종"

조형국 기자 2021. 2. 23.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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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신뢰도 위한 “솔선수범 고려”
접종 대상 동의율 94%…‘11월 집단면역’ 긍정 요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먼저 맞을 용의가 있다.”

권덕철 중앙사고수습본부장(보건복지부 장관·사진)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콕 집어 접종 의사를 밝혔다. 방역당국 수장이 만 6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한 효과가 확인되지 않아 접종이 유보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지목해 접종 의사를 밝힌 것은 처음이다. 국내 백신 접종을 앞두고 정치권이 앞장서 흔들어댄 ‘백신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해 방역당국도 고심하고 있다.

권 본부장은 23일 백신 우선접종 의사를 묻는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의 서면 질의에 “일반 국민들과 동일한 접종 순서에 따라 접종할 예정이나 국민의 불신 해소를 위해 솔선수범해서 맞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면 맞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고령층 효능성이 임상시험에서 통계적으로 확인되지 않아 질병관리청 예방접종전문위원회가 지난 17일 65세 이상의 접종을 보류했다. 이 백신의 고령층 접종 여부는 3월 말 미국에서 진행 중인 임상시험 결과가 제출되는 대로 결정된다.

‘백신 불신’이 퍼져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떨어질 경우 신뢰 회복을 위해 먼저 접종에 나서겠다는 정부 입장은 확고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솔선수범이 필요한 상황이 된다면 (접종을) 피하지 않겠다”고 밝힌 데 이어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날 “국민들이 접종을 주저한다면 책임 있는 사람이 먼저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 본부장도 지난 21일 언론 인터뷰에서 “필요한 경우에는 주저하지 않고 맞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 관계자들이 앞다퉈 ‘솔선수범’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시민들의 백신 신뢰가 코로나19 집단면역 형성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백신 신뢰 여부는 접종 시작 시점보다 방역 속도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접종 출발선에서 얼마만큼 지지와 동의를 얻느냐에 따라 ‘11월 집단면역’ 달성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다. 방역당국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고령층 접종을 미루면서까지 확실한 데이터를 확보하려 한 것도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한 결과였다.

최근 상황은 우호적이지 않다. 정치권에서 백신을 정치적 공방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학계에서는 논란이 없는 백신의 안전성 문제를 꺼내거나, 백신 간 우열을 강조해 불신을 키우고 있다. 너부터 해라 식의 ‘1호 접종’ 등 불필요한 공방도 빚어지고 있다. 정치권의 분열 양상에 따라 백신 신뢰 여부도 갈리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진보 성향 응답자보다는 보수 성향 응답자가, 여당 지지자보다는 야당 지지자가 ‘백신 접종을 미루고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답한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선뜻 접종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도 정치적 역풍 가능성 때문이다. 백신 수급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서 자칫 또 다른 ‘불공정’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권 본부장은 “순서를 지키지 않는 문제와 연결될 수 있다”며 “힘 있고 돈 있는 데가 먼저이지 않겠냐는 의구심도 있다”고 말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현재는 접종에 대한 동의율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순서에 따라 공정하게 예방접종을 차질 없이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방역당국은 현 상황에서 시민들의 백신 불신이 특별한 조치에 나설 만큼 높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여론조사마다 반응이 다르지만, 이번주부터 실제 접종이 시작되는 대상의 동의율이 약 94%에 달한다는 점도 긍정적 요소다. 정경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예방접종관리반장은 “접종을 시작하며 안전성이 확인됐을 때 국민의 접종 신뢰감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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