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로 번진 주식 열풍..갈 길 먼 금융 교육

안서현, 노동규 기자 2021. 2. 23.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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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린 자녀한테 은행계좌나, 주식계좌 만들어주는 사람들이 요즘 많습니다. 용돈이나 세뱃돈 받은 것도 은행에 넣거나 주식 투자를 하게끔 하면서 어릴 때부터 경제 감각을 키워주는 것입니다. 현실과는 다소 동떨어진 금융 교육을 받았던 부모 세대가 조기교육에 나서고 있는 것입니다.

안서현 기자, 노동규 기자가 함께 전해드립니다.

<안서현 기자>

11살 시우, 9살 서우 형제는 경제신문 읽기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자동차가 앞으로 성장을 할 것 같다' 생각하면 주식을 살 거예요? 안 살 거예요?]

[사요! 살 거예요!]

재테크 방법이나 경제 용어를 배울 수 있는 보드게임도 합니다.

[유시우/11세 : (부모님이) 첫 번째로 돈을 많이 버는 회사랑 디지털을 많이 쓰는 회사, 그런 회사에 투자하면 좋다고 하셨습니다.]

제주도에 사는 이 14살 학생은 주식 투자에 성공해 외신에까지 소개됐습니다.

[권준/14세 : 10대라고 해서 돈을 못 벌 이유가 하나도 없습니다.]

투자금을 모으기 위해 관광 사업을 하는 부모님 가게 일을 돕습니다.

말 먹이인 당근을 썰고 커피 주문을 받으면 용돈을 받습니다.

12살 때는 자판기를 빌려다가 음료수를 팔아 돈을 벌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차곡차곡 모은 돈으로 종잣돈을 마련해, 지난해 4월 주식 투자를 시작해 현재 40%가 넘는 수익률을 달성하면서 외신에 나왔습니다.

[권준/14세 : 미래에는 전기차가 될 거다 하면 테슬라 쪽이나, 휴대전화 안에 들어 있는 칩 같은 거 있잖아요? 그런 것을 만드는 삼성전자. 이런 식으로 미래 가치를 보면서 투자를 하고 있어요.]

권 군의 어머니는 어려서부터 경제 감각을 키워주려고 애를 썼습니다.


[이은주/권준 군 어머니 : 집에 와서는 본인의 재능 계발을 하는 시간으로 아예 딱 정해뒀어요. 사교육보다는 집에 오면 아이 혼자 온전히 본인 자기 계발하는 시간으로 해주고, 그걸 인정해줬어요.]

"사교육 시킬 돈으로 경제 교육을 시키고, 주식을 사주자"는 주장은 이미 젊은 부모들의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존 리/메리츠자산운용 대표 : 노동을 통한 가치 창출은 한계가 있다. 그러니까 우리가 적은 돈이지만 이 돈이 기업에 들어가서 기업이 그 돈 갖고 열심히 일하면 내가 그 열매를 같이 공유한다(는 걸 가르쳐야 합니다).]

취재진이 국내 7개 증권사를 통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신규 개설된 미성년자 주식계좌를 집계해봤더니 36만 개가 넘었습니다.

투자 목적뿐 아니라, 아이들의 금융 조기교육에 나선 부모들의 영향이 크다는 것이 증권업계의 분석입니다.

취업난과 집값 급등의 여파를 온몸으로 겪은 부모 세대가, 금융 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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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규 기자>

실제 한국 성인들은 금융 지식 수준이 높지 않습니다.

이런 것을 알아보는 금감원과 한국은행의 조사가 있는데요.

'친구한테 10만 원 빌려줬다가 다음 날 그대로 돌려받았다면 대출 이자는 얼마인가'처럼, OECD 기준에 맞춘 비교적 간단한 문제들로 이뤄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국의 성인 남녀는 금융 지식과 금융 행위, 금융 태도 등 많은 분야에서 모두 OECD 평균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현행 중고교 과정에서 금융 교육이 이뤄지고 있지만, 보완할 점이 적지 않습니다.

예컨대 '신용'을 갚아야 할 빚이라고 정확히 설명하지 않고, 그저 신용 관리 잘하라는 식으로 원론적인 설명만 그치고 있습니다.

[문지성/중학생 : (교과서에) 나오기는 하는데, 막 세부적으로 배우지는 않고… 그냥 거의 안 배운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신제윤/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장 : 굉장히 어려워요. 수익률 곡선이 어떻고, 현재 가치가 어떻고, 뭐 이런 얘길 하고 있는데… (학생들이) 무슨 의무감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고 재밌어서 접근하는 콘텐츠들을 개발하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입니다.]

미국과 영국 등 금융 선진국들은 금융 교육을 위한 법률과 전담기구가 있습니다.

우리도 최근 금융 교육 열풍에 맞춰 교육을 서둘러 정비하는 한편, 교육에 참여하는 일부 이익단체들이, 학생들을 상대로 편향된 경제관이나 혹은 배금주의를 가르치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도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태훈, 영상편집 : 이승진, VJ : 정영삼·김초아·정한욱, 작가 : 김유미·김채현·이지율, CG : 홍성용·최재영·이예정·성재은·정시원)

안서현, 노동규 기자ash@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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