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뇌물 사건'..임은정 손에 운명 바뀔까
[경향신문]
대법서 ‘불법 자금 수수’ 유죄
2년 형기 마치고 출소했지만
위증 강요 의혹에 감찰 논란
당시 수사팀 공소시효 한 달
서둘러 기소, 재수사 나설 듯
임은정 대검찰청 검찰연구관이 서울중앙지검 검사 겸직 발령으로 수사권을 갖게 되면서 한명숙 전 총리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당시 검찰 수사팀이 한 전 총리에게 불리한 증언을 증인들에게 강요했다는 의혹을 들여다본 임 연구관이 강제수사에 착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23일 법조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검찰은 다음달 22일인 공소시효 만료 전까지 2011년 한 전 총리 1심 재판에서 증언했던 김모씨를 모해위증 혐의로 기소할 가능성이 높다. 김씨는 “검찰의 위증교사가 있었다”며 지난해 6월 한 전 총리 수사팀 등에 대한 감찰을 요청한 한모씨가 검찰의 정보원으로 지목한 인물이다. 한씨는 검찰이 재판에서 수세에 몰렸을 때 김씨가 법정에 나와 한 전 총리에게 불리한 내용을 위증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와 한씨 그리고 또 다른 증인인 최모씨 모두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준 고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와 구치소 같은 방을 쓴 인물이다. 모해위증은 타인에게 해를 끼칠 목적으로 법정에서 거짓 진술을 할 경우 성립하며 공소시효는 10년이다. 김씨가 모해위증 혐의로 기소되면 공범에 대한 공소시효도 중지된다. 김씨가 검사나 수사관의 강압에 의해 위증했다는 혐의가 드러나면 해당 검사와 수사관 역시 모해위증교사죄를 적용해 재판에 넘길 수 있다.
한씨는 당시 수사팀 엄모 검사를 증인들에게 말 맞추기 등을 강요한 실무자로 지목했으며 김준규·한상대 전 검찰총장, 노환균 전 서울중앙지검장 등 당시 검찰 고위간부와 수사팀 15명 전원에 대한 감찰을 요구했다. 한씨의 감찰요구 두 달 전인 지난해 4월 한 전 총리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던 최씨도 “위증을 강요당했다”며 법무부에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한 전 총리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한 전 대표는 검찰 조사 당시 진술과 달리 2010년 12월20일 1심 재판에서 증언을 번복했다. 이후 검찰이 증인으로 내세운 김씨는 2011년 2월21일과 3월23일, 최씨는 3월7일 “한 전 대표가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고 말한 것을 (구치소에서) 들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이 같은 증언은 검찰의 회유와 강압의 결과라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한씨는 증언대에 서지 않았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 김씨를 기소할 만큼 수사는 성숙돼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 사건 담당인 대검 감찰3과가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국면을 거치며 크게 위축된 것으로 아는데, 임 연구관에게 수사권한이 생기면서 돌파구가 생겼다. 김씨 기소로 공소시효를 중단시켜 시간을 벌고 검사들에 대해 보강조사를 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임 연구관은 전날 페이스북에 “여전히 첩첩산중이지만 등산화 한 켤레는 장만한 듯 든든하네요”라고 적었다.
다만 모해위증 의혹이 사실로 밝혀져도 한 전 총리가 재심을 청구해 정치자금법 위반 유죄 판단을 뒤집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평가가 많다. 형사소송법 제420조는 유죄 확정판결에 대한 재심 사유로 원판결의 증거로 채택된 서류나 증거물이 위조됐거나 증언, 감정, 통번역 등이 허위 또는 변조된 경우라고 나와 있다. 대법원은 한 전 대표가 발행한 1억원 수표를 한 전 총리의 여동생이 사용한 사실이나 한신건영의 비자금 용도 회계장부 등을 유력한 증거로 채택해 유죄를 확정했다. 한 전 총리 측도 재심을 원치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심은 검찰이나 당사자, 당사자에게 위임받은 사람만이 할 수 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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