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회 전횡 논란으로 시끌시끌한 국내 '최대 단지' 아파트
[경향신문]
입대회, 주민참여 제한 비판 잇따르자 커뮤니티 홈피 폐쇄
“서울시 준칙보다 후퇴” 지적하자 고소…입대회 “문제없어”
9510가구가 들어선 서울 최대 규모 아파트 단지인 송파구 헬리오시티에서 입주자대표회의(입대회) 운영과 관리규약 개정을 둘러싸고 주민들 간 갈등이 일고 있다. 주민들은 선출된 동대표들로 구성된 입대회가 주민들과 소통을 차단한 채 독단적으로 운영된다며 불만을 제기 중이다. 입대회 측은 “규정대로 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갈등은 주민 간 법적 다툼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2019년 1월부터 입주가 시작된 헬리오시티에서는 같은 해 7월부터 제1기 입대회가 활동하고 있다. 입대회가 지난해 5월 재활용품 분리배출을 ‘매일’에서 ‘주 1회’로 바꾸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주민들은 “기간이 너무 길다”며 불편을 호소했지만 입대회는 “재활용품 단가 하락으로 수거업체가 수거를 거부하는 상황이라 불가피한 조치”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참다못한 일부 주민들이 자체 모임을 만들어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다. 주민들을 대상으로 찬반 투표를 했지만, 투표율이 50%에 못 미쳐 주 1회 배출이 확정됐다.
입대회가 “커뮤니티 시설을 운영하는 데 필요하다”며 “가구당 2만원씩을 내라”고 요구한 것도 문제가 됐다. 커뮤니티 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가구도 운영비를 내야 해 일부 주민들의 반발을 샀다. 주민 A씨는 “사전 협의나 관련 설명이 없는 일방 통보”라며 “문제제기할 곳을 찾아 수차례 관리사무소를 들락날락한 끝에 입대회가 내린 결정이란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입대회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헬리오시티의 커뮤니티 홈페이지인 ‘아파트너’에는 해당 공지에 불만을 토로하는 댓글들이 이어졌다. 그러던 중 ‘아파트너’가 돌연 폐쇄됐다. A씨는 “문제제기가 이어지니까 입대회 측에서 회원명부를 관리한다는 명분으로 소통 게시판을 막아버린 것”이라며 “입대회 회의록을 달라고 요구했더니 동대표들 이름은 다 지우고 줬다. 동대표 연락처도 안 알려주니 공식적으로 항의할 곳도 없다”고 말했다.
입대회는 아파트너를 재개한 뒤에도 사설 온라인 카페에 주로 공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판적인 의견을 내는 주민은 강등 또는 탈퇴 조치된다는 소문도 돌았다. 재활용품 분리배출 문제제기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주민 B씨도 “사설 카페에서 강등됐다”고 말했다.
입대회가 지난해 2월부터 추진 중인 아파트 관리규약 개정도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1년 넘게 공전 중이다. 입대회가 만든 개정안을 보면 기존 ‘일정 금액 이상 공사·용역 사업자 낙찰방법은 전체 입주자 투표로 정해야 한다’는 조항이 삭제됐다. 입찰공고 전 의무적으로 전문가 자문을 받아야 하는 공사규모 기준은 서울시 준칙(1억원 이상)보다 훨씬 높은 ‘20억원 이상’으로 설정됐다. 서울시 준칙을 준용하면 회의 방청 과정에서 입주민 강제퇴장이 가능하지만 입대회는 이에 더해 ‘퇴장명령에 따르지 않는 자는 입대회 회의 방청을 3회 제한한다’는 내용까지 추가했다.
주민 C씨는 “개정안이 입주자 권리에 관한 사항을 반영하지 않거나, 오히려 위축시킨다”며 문제점을 정리한 소식지를 주민들에게 돌렸다. 하지만 입대회는 소식지를 돌렸다는 이유 등으로 C씨를 업무방해 등 혐의로 고소했다.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장은 “입대회는 현실적으로 모든 사항에 주민의 동의를 구할 순 없고, 의결을 담당하는 게 맞다”면서도 “입대회의 핵심은 투명성과 책임성인 만큼, 서울시 준칙보다 후퇴한 개정안이라면 주민들이 문제 삼을 만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입대회 측은 정당한 권한을 행사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입대회 관계자는 “재활용품 분리배출 주 1회는 매일 쓰레기가 길에 쌓이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며 “입대회 권한에 따라 의결을 거쳐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관리규약 개정안에 대해서도 “서울시 준칙에 따라 정했고 세부적인 내용은 규모가 큰 단지 사정에 맞게 개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식 홈페이지를 항상 모니터링하고 관리사무소를 통해 답변하고 있다. 동대표 연락처를 비공개로 한 것은 쏟아지는 연락에 괴로움을 겪는 동대표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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