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검찰개혁 '숨 고르기' 당부에도 "지금 아니면 안 된다"는 민주당 강경파들
[경향신문]
수사·기소권의 완전 분리를 골자로 하는 ‘검찰개혁 시즌2’에 대한 여권 내 온도차가 감지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숨 고르기’를 당부하고 여권에서도 신중론이 대두되지만 일부 ‘강경파’ 의원들은 “지금 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23일 공청회까지 열었다. 검찰개혁 속도를 둘러싸고 당·청의 입장이 미묘하게 엇갈리고 있다.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등 범여권 의원 16명은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 설치 입법 공청회’를 열었다. 경찰 출신인 황 의원은 올해 검경 수사권 조정 시행 이후에도 검찰에 남아 있는 부패·경제 등 6대 범죄 수사권까지 모두 수사청으로 이관하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황 의원은 “검찰이 직접 수사권을 갖는 한 검찰개혁은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다”며 “향후 정치일정을 감안해도 지금 하지 않으면 21대 국회에서 할 수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청와대가 ‘속도 조절’을 시사한 것과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전날 국회에서 “(문 대통령은) 수사권 개혁이 안착되고, 범죄수사 대응 능력, 반부패 수사역량이 후퇴돼선 안 된다는 말씀을 했다”고 전했다.
김종민 최고위원도 지난 18일 MBC 라디오에서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도) 수사·기소 분리 원칙과 방향에는 공감하는데, 시기 문제에 대해 ‘너무 빠르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추진하되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분위기다. 집권 5년차인 점을 고려하면 ‘시간이 별로 없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속도 문제는 향후 당·정·청 협의로 조율하면 된다”고 말했다. 당 검찰개혁특위 내 수사·기소 분리 태스크포스(TF) 팀장인 박주민 의원도 CBS 라디오에서 “(대통령 메시지가) 저에게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전해진 바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 검찰개혁특위 안에서는 신중한 분위기가 우세한 편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청 설치 입법안과 관련해 검찰의 영장청구권은 그대로 두고,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개칭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제기되면서 ‘절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개혁특위 위원들과 박 장관은 이날 비공개 회의를 열고 수사청 설치 문제를 두고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관계자는 “입법 속도도 문제지만 현실적으로 통과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고려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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