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칼의 게세르 신화 - 일리야 N 마다손 [이태겸의 내 인생의 책 ③]
[경향신문]
한국, 중국, 그리스, 북유럽, 중남미, 아프리카. 세계 대륙에는 신화가 있고, 나는 어느날부터 세계의 신화들을 각개 각론으로 뜯어서 본 적 있다. 관련 책들을 100여권 읽어보고 줄거리를 요약하며 탐독했다.
신화는 신들이 인간에게 들려준 이야기일 수도, 번개가 치는 하늘을 이해하지 못한 인간이 꾸민 이야기일 수도 있다. 무엇이든 신화는 원초적인 상상을 보여준다. 삶과 죽음, 동료와 적, 하늘세계와 땅, 가감 없는 생존본능의 세계. 일리아드 오디세이, 길가메시, 마하바라타, 바이칼의 게세르 등 영웅들이 등장한다. 영웅들은 수많은 장애물과 괴물을 물리친다. 바이칼 게세르 신화는 우리 조상과 비슷하고 등장인물의 개성이 강해 인상적으로 기억하고 있다.
신화를 읽으면서 인류의 심리적 뿌리를 느꼈던 것 같다. 세 가지인데 신과 영웅, 드라마이다. 신과 영웅은 절대자에 대한 숭배로서 같은 개념이다. 드라마는 시련을 거친 영웅의 성공담으로서 결국 큰 성공에 대한 숭배이다.
절대자와 큰 성공을 원해본, 때로 강하게 원해본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세계에서 쉽게 도달할 수 없는 환상에 가깝다. 절대자와 큰 성공은 신화로부터의 우상일 수 있다. 우리는 보통 고등교육을 받아 합리적이고 과학적 사고를 하는 교양인으로 스스로를 여기지만 심리 뿌리가 신화에 있다고 가정한다면, 무의식에는 절대자와 큰 성공에 대한 숭배가 애초부터 각인돼 있게 된다. 나의 심리DNA는 사회와 나를 합리적으로 통찰하는 데 무능하도록 설계돼있는 셈이다. 고등교육을 받은 나라 할지라도 잠에 들어 꿈을 꾸기 시작하면 이 심리DNA가 실제 훨씬 더 큰 나의 나라라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그래서 신화를 읽다보면, 인간이 무엇인지 더 궁금해진다. 인간이란 존재는 무엇일까? 신화는 꼭 읽어야만 하는 걸까?
이태겸 |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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