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싸이월드의 부활

이용욱 논설위원 2021. 2. 23.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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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싸이월드 로고 / 경향신문 자료사진

30~40대에게 싸이월드는 그야말로 ‘추억의 일기장’이다. 2000년대 초중반 학생과 젊은 직장인들은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사진과 기록들을 남기고, 친구(일촌)를 맺었다. 전성기 때 일촌 건수가 10억건, 회원 수는 3200만명에 달했다. 지난해 6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누구에게는 사진첩, 누구에게는 일기장, 누구에게는 자녀 성장앨범”이라며 싸이월드를 살려달라는 글이 올라올 만하다.

‘싸이질’은 당대의 사회현상이었다. 이용자들은 미니홈피 ‘다이어리’와 ‘사진첩’에 일상의 기록을 적고, 친구(일촌)의 홈피를 방문해 일촌평과 방명록을 남겼다. 미니홈피 바탕화면, 아바타인 ‘미니미’ 등을 꾸미고 미니홈피 배경음악을 바꾸기 위해 1개 100원인 사이버머니 ‘도토리’를 사들이는 데 돈을 아끼지 않았다. 일촌을 타고 다른 사람의 미니홈피를 둘러보는 일촌 파도타기도 유행이었다. 미니홈피 방문자와 방명록 글의 숫자가 ‘인싸’와 ‘아싸’를 구분하는 척도로 간주되기도 했다. 당시 직장에선 ‘싸이질 금지’라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페이스북 등 외국산 소셜미디어의 부상에 싸이월드는 밀렸고, 2019년 10월 결국 서비스를 중단했다. 싸이월드보다 4년 늦게 시작된 페이스북은 싸이월드 콘셉트를 베꼈다는 말을 들었지만, 스마트폰에 맞는 서비스 제공으로 시장을 장악했다. 가로가 긴 직사각형 형태의 사용자환경(UI)을 갖춘 싸이월드 미니홈피가 스마트폰에 최적화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그 추억의 싸이월드가 5월에 다시 문을 연다고 한다. 다음달 웹 버전의 싸이월드를 준비해온 싸이월드Z가 웹과 모바일 서비스를 함께 시작한다면서 일정이 지연됐다고 밝혔다. 싸이월드 폐쇄로 묻혀 있던 사진 170억장, 동영상 1억5000만여편 등 회원들의 추억이 복원될지 지켜볼 일이다. 혹자는 미니홈피에 남겼던 허세 담긴 글귀와 사진 등을 ‘흑역사’라고 민망해하며 재공개를 당혹스러워하기도 한다. 그래도 대다수는 추억의 부활을 반길 것 같다. 잃어버렸던 어린 시절 일기장을 다시 열어보는 설렘이 돋을 것이다. 2021년판 싸이월드가 추억록으로 남을지, 새로운 소셜미디어로 떠오를지 궁금하다.

이용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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