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현직 경찰 출신 국가수사본부장, 기관 독립성 보장되겠나

2021. 2. 23.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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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찰청이 외부 인사를 뽑겠다는 당초 방침과 달리 국가수사본부(국수본) 본부장에 현직 경찰인 남구준 경남경찰청장을 추천했다. 경찰청은 “개정 경찰법의 취지, 위원회의 의견 등을 종합해 경찰의 책임 수사를 이끌어갈 수 있는 적임자가 누구인지 검토해 내부에서 추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장·형사과장·사이버안전국장 등을 지낸 남 청장이 수사 전문가라는 점에는 이의가 없다. 그러나 국수본부장 덕목으로는 경찰청장으로부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 공정 수사 의지 등도 중요한데 남 청장이 과연 적임자인지 의문이다. 남 청장은 경찰대 5기로 김창룡 경찰청장의 대학 1년 후배다. 2018년 8월부터 1년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에 파견 근무를 했고, 현 정부 실세이자 치안 조직을 관할하는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의 고교 후배이기도 하다. 남 청장이 장차 국수본부장에 임명됐을 때 경찰청장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 수사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지킬 수 있을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탄생한 국수본은 ‘한국판 연방수사국(FBI)’이라 불리는 국내 최대 수사조직이다. 3만명이 넘는 전국의 수사경찰과 함께 18개 시·도경찰청장을 총괄 지휘한다. 국가정보원이 갖고 있는 대공수사권도 넘겨받는다. 국수본부장과 경찰청장의 관계는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 관계와 비슷하다. 경찰법은 확대된 경찰권 견제를 위해 경찰청장이 원칙적으로 개별사건에 대해 국수본부장을 지휘할 수 없도록 했다. 경찰법상 국수본부장은 내부 승진, 외부 임용 모두 가능하다. 그러나 경찰청은 초대 본부장이라는 상징성과 수사 독립성 등을 고려해 외부 인사를 추천하겠다고 밝히고 지난해 말 공모 절차를 진행했다. 공모 결과 변호사 등 외부 인사 5명이 지원했지만 경찰청의 선택은 결국 현직인 남 청장이었다. 당초 약속과 다른 결과에 실망스럽다. 국수본부장 공모는 요식 행위였다는 건가.

요즘 경찰은 과거의 경찰이 아니다. 1차 수사 종결권을 행사하고, 대외적 위상도 높아졌다. 그런데 시민의 견제와 인권 보호 장치가 부족하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 처리 과정에서 보듯 믿을 수 있는 수사기관이 되기에는 갈 길이 멀다. 첫 국수본 수장의 역할이 막중한 이유이다. 검찰 수사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중요한 것처럼 국수본으로 대표되는 경찰 수사도 마찬가지다. 국수본부장은 경찰청장이 추천하면 행안부 장관,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관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인사로 국수본부장을 재추천할 것을 김창룡 경찰청장에게 즉각 지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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