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68조·'주식용 마통' 급증.. 가계빚 증가세 위험수위

엄형준 2021. 2. 23. 21: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0년 126조 늘어 1700조 돌파
각종 대책 쏟아냈지만 무위
2020년 주택거래 꾸준히 늘어
신용포함 기타대출도 58조원
생활자금·주식투자금 쓰인 듯
2020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제가 어려웠지만, 한편으로는 부동산과 주식 투자 열기가 뜨거웠던 한 해이기도 하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2020년 4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어려워서” 또는 “투자를 위해서” 지난 한 해 가계에서 빌린 돈(가계신용)은 모두 125조8000억원이었다. 2019년 늘어난 빚(63조6000억원)과 비교하면 두 배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이미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통계 작성 후 처음으로 100%를 넘겼다. 이에 가계빚 증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어려워서… 제2 금융권 신용대출 증가

지난해 가계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증가한 실업자와 수입 감소로 어려움이 가중됐다.

통계청의 ‘2020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취업자는 2690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21만8000명 감소했다. 취업자 수가 줄어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11년 만이다. 반대로 실업자는 110만8000명으로 전년보다 4만5000명(4.2%) 늘었다. 현재 통계기준이 적용된 2000년 이후 가장 많다.

코로나19 사태 지속은 특히 저소득층의 경제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지난해 3∼10월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잠재 임금손실률을 7.4%로 추정했다. 소득 5분위별 잠재 임금손실률은 하위 20%인 1분위가 -4.3%였고, 이어 △2분위 -2.9% △3분위 -2.2% △4분위 -2.1% △5분위 -2.6%로 나타났다. 분배 지표인 지니계수와 빈곤 지수는 잠재적 최대 손실률을 기준으로 각 0.009포인트, 6.4%포인트 오르며 빈부격차가 커진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가계신용에서 판매신용을 뺀 가계대출 125조6000억원 중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 대출은 57조8000억원으로 2019년 전체 가계대출(57조9000억원) 규모에 육박한다. 이 중 상당 부분이 부족한 수입을 메꾸기 위해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제2 금융권의 신용대출이 11조6000억원으로 전년(6조원)의 두 배 가까이 늘어난 부분이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한은 관계자는 “신용이 어려운 이들이 제2금융권의 문을 두드렸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집 사고 주식 사려고… 빚투 열풍

먹고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투자를 위해 빌린 돈도 많다. 지난해 연간 주택담보대출액은 67조8000억원이다.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한 각종 대책을 쏟아냈지만 부동산 매매 열기는 오히려 뜨거워졌다. 전국 주택 거래량은 지난해 2분기 29만6000호에서 3분기 30만9000호, 4분기 35만호로 꾸준히 늘었고, 이에 맞춰 주택담보대출 증가액도 2분기 14조8000억원, 3분기 17조4000억원, 4분기 20조2000억원이 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주식 빚투 바람이 더해졌다. 기타대출은 1분기 1조9000억원, 2분기 9조4000억원이었다가 3분기 22조3000억원, 4분기에는 24조2000억원 늘었다. 기타대출 일부는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증권회사와 자본유동화회사, 대부업자 등이 포함된 기타금융중개회사 대출이 지난해 26조3000억원 폭증한 것도 투자 열기를 보여준다. 이 부문 대출은 대부분 주식투자와 주택거래에 쓰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코스피가 3000선을 돌파하는 등 증시 호황으로 개인투자자들이 빚을 내 주식을 구매하는 빚투는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증권사의 신용공여 잔고는 22조2162억원이다. 신용융자거래 잔고는 개인들이 주식투자를 위해 증권사에서 빌린 금액이다. 신용융자거래 잔고가 22조원을 넘은 것은 이달 19일(22조2232억원)이 처음이다. 증시대기자금 성격인 투자자예탁금도 22일 기준 65조771억원이었다.

엄형준·김범수 기자 ting@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