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Q 경제] 공매도 하고픈 개미, 주식은 어디서 어떻게 빌리는 거야?

홍준기 기자 2021. 2. 23.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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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뉴스 Q]
5가지로 풀어본 공매도

“국내 주식시장 상황, 다른 국가의 공매도 재개 상황, 외국인 국내 주식 투자 등을 고려할 때 공매도를 계속 금지하기는 어렵다.” 청와대는 23일 ‘영원한 공매도 금지’를 요구한 국민청원에 이렇게 답변했다. 이 청원은 20만6464명이 참여했다. 작년 3월 코로나 사태로 증시가 급락하면서 공매도를 금지했던 12국 중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를 제외한 10국은 공매도를 재개했다. 우리 정부도 당초 3월에 공매도를 재개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개인 투자자들의 공매도 폐지 요구 등이 이어지자 공매도를 5월 3일부터 350개 종목에 한해서만 재개한다고 발표한 상태다. 공매도가 어떤 제도이기에 이러한 논란이 벌어지는 것일까.

/그래픽=김성규

◇공매도란 어떤 거래 방식인가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팔고 나중에 증시에서 주식을 사서 주식을 빌려준 곳에 갚는 투자 방식이다. 주가가 떨어져야 돈을 번다. ‘빚투(빚내서 투자)’라고 부르는 신용거래융자는 주가가 올라야 돈을 버는데 이와는 반대다. 그래서 공매도는 주가 하락의 ‘주범'이라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신용거래융자를 하는 사람은 1000원을 빌려 한 주에 1000원인 주식을 산 뒤 1500원이 됐을 때 팔아서 500원의 차익을 거둔다. 반대로 공매도를 하는 사람은 한 주에 1000원 하는 주식을 빌려와 매각(공매도)한 다음 주가가 500원이 됐을 때 다시 사서 갚아야 500원의 이익을 낸다. 신용거래융자를 하는 사람이 ‘주가가 더 오를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주식을 팔 시점을 정한다면, 공매도 투자자는 ‘주가가 더 내려갈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주식을 되사서 갚을 시점을 정한다.

◇주식을 어디서 어떻게 빌리나

개인 투자자는 공매도를 할 때 주로 증권사를 통해 주식 대여에 동의한 다른 투자자의 주식을 빌린다. 일종의 대여 이자에 해당하는 수수료율은 연 2.5% 수준이었는데, 오는 5월부터는 2.5%와 4%로 이원화될 예정이다. 이렇게 받은 수수료는 주식을 빌려준 사람과 증권사 등이 나눠 가진다. 외국인 투자자나 기관 투자자는 다른 외국인 투자자나 기관 투자자로부터 직접 주식을 빌린다. 이때도 이자 개념의 수수료를 낸다. 쉽게 구할 수 있는 주식의 경우 수수료율이 연 1%대 수준이지만, 공매도 대상으로 인기가 있는 주식은 수수료율이 연 수십% 수준이 될 수도 있다. 아주 인기가 있는 주식은 연간 이자율로 계산하면 수수료율이 100%를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빌린 주식은 언제까지 갚아야 하나

개인 투자자는 증권사에서 빌린 주식을 60일 이내에 갚아야 한다. 주가가 하락할 때까지 더 기다려 달라고 할 수 없다. 외국인이나 기관 투자자는 빌리는 쪽과 빌려주는 쪽이 협의를 통해 대여 기간을 정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는 개인 투자자들이 불리하다고 할 수 있다. 대신, 개인의 경우는 주식을 빌려준 증권사가 중간에 주식을 갚으라고 요구할 수 없다. 그런데 외국인이나 기관의 경우는 주식을 빌려준 쪽에서 “지금 당장 주식을 상환해 달라”고 하면 바로 갚아야 한다.

공매도 투자자가 맡겨둔 담보가 부족해질 경우에는 ‘강제 상환’을 당할 수 있다. 개인 투자자의 경우 공매도를 한 종목주가(전일 종가) 140% 이상의 현금이나 주식을 담보로 맡겨야 한다. 주가가 1만원인 주식을 공매도하면, 주식을 팔고 받은 돈 1만원 외에도 4000원의 추가 담보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공매도한 주식의 주가가 오르면 담보가 부족해지는데, 추가로 담보를 맡기지 않으면 증권사가 주식을 시장에서 사서 갚아버린다. 투자자는 공매도한 시점보다 주가가 오른 만큼 손해를 본다. 다만 국내에선 하루에 주가가 30%까지만 오를 수 있도록 제한돼 있기 때문에, 하루에도 주가가 수십~수백% 오를 수 있는 미국 증시보다는 투자자가 감수해야 하는 위험이 적은 편이다.

◇개인에게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인가

국내에서도 공매도 거래가 늘고는 있지만 전체 거래 규모 대비 공매도 거래의 비율은 낮은 편이다. 코스피의 경우 2010년 2.24%에서 지난해(공매도 금지 전인 3월 13일까지) 6.73%로 높아졌지만, 전체 거래의 40% 이상인 미국·일본에 비해선 낮은 수준이다. 다만 연도별 공매도 거래 금액 중 개인 투자자의 공매도가 차지하는 비율(코스피 기준)은 지난해 0.8% 정도로 기관(50%)이나 외국인 투자자(49.2%)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었다. 개인이 공매도할 수 있도록 해주는 증권사가 6곳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연구원 황세운 연구위원의 ‘한국과 일본의 주식 신용 거래 제도 비교 연구’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2017년 거래 대금을 기준으로 개인의 공매도 거래 비율은 23.5% 수준이었다. 황 연구위원은 “개인 투자자들이 투자 전략의 하나로 삼을 수 있도록 공매도에 대한 접근성도 높여줄 필요가 있다”며 “개인이 주식을 대여할 수 있는 기간을 현재 60일에서 더 연장해줄 필요도 있다”고 했다.

◇공매도가 주가 하락 부추기나

공매도는 1609년 네덜란드의 상인 아이작 르메르가 이끄는 상인 집단이 동인도회사의 주식을 공매도한 것이 첫 사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네덜란드 정부는 이듬해인 1610년 공매도가 선량한 주주들에게 피해를 준다며 이를 금지했다. 주가가 내려가야 수익이 나기 때문에 일반적인 투자자들이 공매도를 ‘주가 하락의 주범’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국내 증시에서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인 2008~2009년, 2011년 유럽 재정 위기 때 공매도가 금지됐다. 코로나로 주가가 급락하던 지난해 3월에도 6개월간 공매도가 금지됐고, 이 조치는 두 차례 연장됐다.

공매도와 주가 하락 사이의 상관관계가 명확하게 입증된 바는 없다. 다만 공매도 투자자는 주가가 하락하고 있는 일정 시점에서 ‘더 이상은 안 떨어지겠다’고 생각될 때 주식 시장에서 주식을 사서 갚아야 한다. 이 역시 주식을 사들이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주가가 추가로 하락하는 것을 막아주는 측면이 있다. 그래서 지난해 3월 자본 시장이 발달한 미국·영국 등의 금융 당국은 “공매도와 주가 하락 사이에 상관관계가 입증된 바 없고, 순기능도 있다”며 공매도를 금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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