火 부른 사모펀드 제도, 6년만에 대대적 손질..국회 소위 통과

박종오 2021. 2. 23.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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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법 개정안 국회 상임위 소위 의결
개인 대상 사모펀드 판매사에 견제·감시 의무
위반시 3년 이하 징역 등 강력 제재
기관 전용 펀드는 운용 자율성 높여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라임·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 등 초대형 금융 사고를 초래한 현행 사모펀드 제도가 6년 만에 확 바뀐다.

개인이 투자하는 펀드는 규제를 대폭 강화하고, 기관 전용 펀드는 규제를 풀겠다는 게 기본 방향이다. 시장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날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처음 심의해 통과시켰다.

국회의 법 개정은 해당 상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와 전체 회의,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가결 절차를 거친다. 김 의원 등 15명이 지난해 9월 발의한 사모펀드 체계 개편 방안이 다섯 달 만에 첫 관문을 넘은 셈이다.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해 10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개정안의 핵심은 금융 당국과 정치권이 지난 2015년 도입한 기존 제도를 대대적으로 손질하고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사모펀드는 투자한 기업의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와 경영권을 행사하지 않고 수익만 추구하는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로 구분된다. 라임·옵티머스운용 펀드는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다.

개정안은 앞으로 운용 목적이 아니라 투자자 유형에 따라 사모펀드 종류를 구분하기로 했다. 기관 투자가만 투자할 수 있는 기관 전용 사모펀드와 개인 투자자도 투자 가능한 일반 사모펀드를 나누겠다는 것이다.

개인 투자자가 투자하는 일반 사모펀드는 규제를 대폭 강화한다.

펀드를 팔거나 펀드 자산을 보관하고 대출 등을 제공하는 은행·증권사 등에 운용사를 견제·감시해야 하는 책임을 지운다. 중간에서 수수료만 받아 챙기지 말고 펀드 판매 후 운용사가 투자자 돈을 제대로 굴리는지, 부실 우려는 없는지 확인하라는 취지다.

특히 펀드 판매회사가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을 과하는 처벌 규정을 새로 도입한다. 일반 대중에게 파는 공모펀드보다 더 강한 규제를 사모펀드 판매사에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사모펀드 운용사는 석 달마다 투자자에게 자산 운용 보고서를 제공하고, 자산 500억원 초과 펀드는 공모펀드와 같이 매년 회계법인의 회계 감사를 받아야 한다.

자기자본이 기준을 밑도는 부실 운용사는 금융 당국이 직권으로 등록을 말소하는 제도를 도입한다. 지금은 검사와 제재 심사를 거쳐 등록 취소만 가능하지만, 앞으론 문제가 있는 운용사를 즉시 퇴출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기관 전용 사모펀드에는 이 같은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 연기금·공제회 등 기관 투자가는 개인 투자자와 달리 전문성이 높고 입김이 센 만큼 당국 개입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개정안은 기관 투자가가 금융 당국의 사전 승인을 받지 않고 기관 전용 펀드의 운용사를 직접 검사할 수 있게 했다. 현재는 금융위원회의 허락을 받아야만 검사에 착수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금융감독원이 기관 전용 펀드 운용사인 업무집행사원(GP)을 검사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명확히 했다. 앞으로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등 대형 PEF 운용사도 금감원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현재 PEF, 헤지펀드 등 사모펀드 유형별로 제각각 적용 중인 자산 운용 규제는 하나로 통일한다. 기존 PEF의 경우 경영 참여라는 설립 취지에 따라 투자하려는 기업의 주식을 반드시 10% 이상 취득해 6개월 이상 보유해야 하지만, 이 의무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PEF 업계는 기업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기존 10% 이상 지분 투자 규정을 삭제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PEF에 금지한 대출도 앞으로 허용한다.

아울러 지금은 헤지펀드가 기업 지분을 10% 초과해 보유하면 초과 지분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는데, 이 규제 역시 사라진다. 이밖에 개정안에는 사모펀드 투자자 수를 49명 이하에서 100명 이하로 확대하는 방안도 담겼다. 다만 개인 투자자 수는 최대 49명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업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은행·증권사 등 사모펀드 판매사와 헤지펀드 운용사는 불만이 적지 않다. 책임과 부담이 커져서다.

그러나 기관 투자가를 주로 상대해온 PEF 업계는 새 제도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지금도 기관 투자가를 주로 상대하는 만큼 PEF 입장에서는 기존 운용 규제가 확 풀리는 수혜를 입게 돼서다.

한 대형 PEF 임원은 “10% 이상 지분 투자 의무와 대출 금지 규정이 사라지면 성장 기업과 대기업으로의 자본 공급이 더 원활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종오 (pjo2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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