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화 칼럼] 퇴임 후 안전에만 골몰하는 대통령

이규화 2021. 2. 23.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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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 논설실장
이규화 논설실장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초청 간담회에서 "코로나에서 벗어날 상황이 되면 국민 위로 지원금, 국민사기진작용 지원금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코로나 3차 유행이 한창이고 백신 접종이 국민의 70% 이상 이뤄져야 코로나를 벗어나는 시기라는 점을 모를 리 없는데 이런 말을 한다. 그 상황은 대선이 3개월 정도 남은 시기일 것이다. 문 대통령과 정권이 재난지원금으로 '재미'를 본 것을 감안하면 내년 대선 준비용으로 미리 띄워놓자는 포석일 것이다.

문 대통령과 정권의 머릿속에는 온통 내년 대선만 가득 차있다. 지금 4차 지원금을 확정하고 5차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말하는 것은 4·7 보궐선거용이지만 결국은 보선에서 이겨 내년 대선 승리의 거점을 만들자는 계산이다. 내년 대선 승리는 정권의 지상과제다. 권력을 내놓지 않는 것은 문 대통령과 정권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현대사를 볼 때 이는 '생사'가 걸린 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권력을 지키는 목적에 위배되는 어떤 정책도 발붙이지 못한다. 반면, 이 목적에 도움이 된다면, 반역이나 쿠데타가 아닌 한 어떤 무리수도 허용된다.

대선까지 1년 남았다. 곁눈질 못하게 눈 가리개를 한 썰매 개처럼 오직 그 목적을 향해 질주할 것이다. '국민사기진작용 지원금' '위로금'이라는 새로운 작명은 약과이고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신선한 방책'들이 짠하고 등장할 것이다. 혹시 있을지도 모를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선 출마를 막기 위해 판·검사는 퇴직 후 1년간 공직 선거에 못 나가게 하는 '윤석열 출마금지법'까지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발의하는 세상이다. 거기에 10여명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스스로도 낯간지러운지 선거법 개정이 아니라 검찰청법·법원조직법 개정이란 꼼수를 썼다.

팩트의 침소봉대, 왜곡, 아전인수에다 없는 사실도 가공하는 것도 예사고 아무리 사실과 논리를 들이대도 정권에겐 소귀에 경 읽기다. 노무현 정권을 포함해 이전 정권은 체면과 염치, 눈치가 있었다. 이 사람들은 그걸 개에게나 줘버리라는 태도다. 문재인 대통령은 위로금을 제안하면서 확대재정으로 분배개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경기악화로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은 감소했지만 적극적이고 신속한 재정정책으로 이전소득이 많이 증가하여 모든 분위에서 가계소득이 늘어났다"고 했다. 분위별 소득에서 전 분위 모두 소득이 증가는 했지만 상위 5분위가 더 많이 늘어나고 하위 1분위 증가폭은 작았다. 따라서 재정의 이전효과는 거꾸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이전소득 증가폭은 5분위가 36.3%였던 반면 1분위는 16.5%였다. 작년 한 차례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과 정교하지 못한 두 차례 재난지원금이 부자들에게 더 돌아갔다고 볼 수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이전소득을 뺀 근로자들이 일해서 버는 근로(-0.5%) 및 사업소득(-5.1%)은 전 분위에서 감소했고, 특히 1분위(-13.2%)와 2분위(-5.6%)의 근로소득은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5분위 소득격차는 2019년 4.64배에서 4.72배로 악화됐다. 코로나 영향도 있겠지만 문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밀어붙인 최저임금 급격한 인상, 주52시간 근무제 영향으로 취약계층의 생계기반 일자리가 많이 줄었기 때문이다. 이는 1월 고용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전년 대비 일자리가 98만개 줄었다. 사실이 이런데도 문 대통령은 분배가 개선됐다고 한다.

올해 국가채무가 1000조원이 넘는 것은 거의 기정사실이다. 그렇게 되면 집권 4년 동안 늘어난 빚이 340조다. 전체 국가채무의 34%가 이 정권 4년 동안 낸 빚이다. 아무리 코로나 위기라고 하지만 상식과 양식이 있는 국민이라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문 정권이 빚내 돈 살포를 계속하는 것은 30~40% 고정지지층 때문이다. 정권과 이들 지지층은 국가관, 경제관, 안보관이 나머지 60~70% 국민과 완전 딴판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권의 '매표' 행위나 다름없는 포퓰리즘 정책은 브레이크가 걸릴 기미가 안 보인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의 위로금 발언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4년 만에 왕이 돼 버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퇴임 후 안전판 만들기에 골몰하느라 현실 감각을 상실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흔히 조선 선조·인조와 비교된다. 많이 닮았지만 다른 게 있다. 두 왕은 온갖 고초와 신난을 몸소 겪었다. 문 대통령은 이미 잘 닦아놓은 꽃길만 걷는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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