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계실패 드러난 '잠수복 월남', 근본대책 마련을

한겨레 2021. 2. 23.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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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새벽 강원 고성 지역으로 북한 주민이 헤엄쳐 내려온 이른바 '잠수복 월남' 사건은 군 영상감시병의 근무 소홀과 해안철책 배수로 관리 실패, 초동대처 미흡 등이 어우러진 '경계 실패'로 드러났다.

지난해 7월 강화도에서 탈북민의 배수로 헤엄 월북 사건을 계기로 군당국은 경계철책 배수로를 모두 점검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은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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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욱 국방부 장관(왼쪽)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박정환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과 대화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지난 16일 새벽 강원 고성 지역으로 북한 주민이 헤엄쳐 내려온 이른바 ‘잠수복 월남’ 사건은 군 영상감시병의 근무 소홀과 해안철책 배수로 관리 실패, 초동대처 미흡 등이 어우러진 ‘경계 실패’로 드러났다. 23일 합참이 설명한 현장조사 결과를 보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경계 실패와 관련해 그동안 제기됐던 문제점들이 고스란히 반복됐고, 대책도 앞서 내놓았던 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책임자 문책, 기강 확립, 장비 보강 다짐에 그칠 게 아니라 문제가 반복되는 원인을 찾아 근본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월남한 북한 주민은 모두 10차례 군 감시장비에 포착됐지만, 8차례는 아무 조처 없이 무시됐다. 합참은 경계작전 수행요원의 기강을 확립하겠다고 했다. 군은 2019년 북한 목선 삼척항 입항, 지난해 7월 강화도 탈북민 월북 때도 같은 대책을 내놓았지만, 이번에 확인됐듯이 말뿐이었다.

일부 정치인은 ‘9·19 군사합의 등 잘못된 안보정책으로 장병 정신무장 이완이 경계 실패의 근본 원인’이라고 주장하나, ‘대적관 확립’을 강조했던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도 경계 실패는 끊이지 않았다. 북한군이 강원 고성 비무장지대 우리 쪽 감시초소(GP) 창문을 두드려 귀순 의사를 밝혔던 ‘노크 귀순’은 2012년 10월 이명박 정부 때였다. 동북단 최전방을 관할하는 육군 22사단에서 경계 실패가 반복되는 원인을 찾아야 한다. 이 부대의 인원과 장비는 다른 부대와 같은데도 경계 책임 지역이 2~3배인 것을 고려해, 부대 편성 등에 구조적 문제가 없는지 정밀진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난해 7월 강화도에서 탈북민의 배수로 헤엄 월북 사건을 계기로 군당국은 경계철책 배수로를 모두 점검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은 적이 있다. 이번에 월남한 북한 주민이 해안 철책 밑으로 난 배수로를 통해 들어왔으나, 경계 책임을 맡은 부대는 이 배수로가 있는 줄도 몰랐다. 합참은 이 지역 경계부대가 바뀌면서 배수로 인수인계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는데, 민간기업에서도 용납하기 힘든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인구가 줄어드는 현실에서 경계 병력을 확충하기 어려우므로, 해안경계 인공지능(AI) 통합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과학화 경계체계의 보완, 해경과의 협조 등이 필요하다. 국방부는 원점에서부터 조직 진단을 해서 더는 경계 실패가 반복되지 않도록 근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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