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기회로 길러내는 교육: 스웨덴의 성인교육

황선준 2021. 2. 23.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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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교육 체제 내에 있는 지자체 성인교육(Komvux)    

스웨덴 교육의 특징 중 하나는 모든 교육은 무상이며 누구나 원하면 언제나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공민학교나 여러 사회단체의 교육기관들은 1800년대 중반 이후 스웨덴 근대화와 역사를 같이 하며 발전된 정규 교육체제 밖에 있는 성인교육 기관들이다. 이들 교육기관들은 정규 학교와 마찬가지로 매년 막대한 예산을 국가로부터 받으며 성인들에게 제2의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 글에서 다룰 '지자체 성인교육(Komvux)'은 이들과는 달리 스웨덴 정규교육 체제 내에 있으면서 제2의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즉 원하는 모든 시민에게 언제든지 필요한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교육은 '걸러내는' 것이 아닌 '길러내는' 것임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스웨덴 지자체 성인교육은 정규 교육 체제 밖에 있는 한국의 평생교육(성인교육)과 다문화교육에 주는 시사점이 크다. 

스웨덴 Komvux는 Kommunal vuxenutbildning의 축약으로 '지자체 성인교육'이란 뜻이다. 스웨덴 교육법(제20장)에 의하면 지자체 성인교육의 목적은 성인들의 배움을 자극하고 지원한다. 성인들에게 직장 및 사회생활에서의 위치를 공고히 하고 개인의 발전을 위하여 지식과 역량을 제공한다. 나아가 고등학교 및 대학에서 계속해서 공부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주는 것이라고 한다. 

지자체 성인교육은 스웨덴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의 모든 성인에게 열려있으며 기초학교(초, 중학교) 수준, 고등학교 수준 그리고 이민자를 위한 스웨덴어(sfi) 과정이 있다. 마지막 '이민자를 위한 스웨덴어 과정'은 하나의 학교 형태로 따로 존재했으나 2012년 지자체 성인교육에 편입되었다.

스웨덴의 성인교육은 여러 형태로 존재해왔다. 다양한 공부모임(studiecirkel), 공민학교(folkhögskola) 또는 사회단체 교육기관(studieförbund)들에 의하여 실시된 초기 성인교육은 1800년대 중반부터 스웨덴 근대화와 궤를 같이하며 오늘날까지 성인교육의 일역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스웨덴 경제는 양질의 노동력 수급이 절실했으며 이에 국가가 주도하는 성인교육의 필요성이 커졌다. 1967년 의회 결정에 따라 1968년부터 초, 중, 고등학교와 나란히 정규교육 체제 내에 오늘날 '지자체 성인교육'이 설립되었다. 

설립 당시의 교육 목적은 위 교육법에서 언급한 현재의 목적과는 달리 세대 간 교육격자 해소, 성인들의 문화생활 참여, 양질의 노동력 확보 등이었으며 특히 마지막 목적에 초점을 두어 고등학교 수준의 성인교육을 중시하였다. 

1968년 설립 이후 지자체 성인교육은 국가 정책에 의하여 참여자 숫자가 오르내렸지만 2000년도 중반 이후부터는 지속적으로 팽창해왔다. 지자체 성인교육은 학기 중 언제든지 신청하여 참여할 수 있으며 대체로 지자체의 학교들과 연계하여 운영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성인 교육 프로그램 일부를 사설 교육기관으로부터 구매하여 운영하기도 한다. 

성인교육 통해 대학 진학하거나 취업 

스웨덴 국가교육청(Skolverket)이 정리한 통계에 의하면 2019년 현재 스웨덴에서는 약 387,000명의 학생들이 지자체 성인학교에 참여하고 있다. 이 중 75,700명이 기초학교(초, 중) 수준, 216,000명이 고등학교 수준의 성인교육을 받고 있다. 이민자를 위한 스웨덴어 과정은 약 133,000명이 참여하고 있다. 

스웨덴 한 학년의 학생 수가 100,000여 명, 고등학교 전체 학생 수가 약 350,000여 명이니 지자체 성인교육 학생 수는 전체 고등학교 학생 수보다 많고 고등학교 수준의 성인교육도 전체 고등학교 학생 수의 62%나 된다.

기초학교 수준의 성인교육은 초, 중학교를 졸업하지 않았거나 그 수준이 안 되는 성인에 해당되는 교육으로 현재 참여자의 96%는 외국 출생 학생들이다. 초, 중학교 수준의 스웨덴어, 영어, 수학, 자연과학, 사회과학 등의 교육을 제공한다.

고등학교 수준의 성인교육에서 외국 출생 학생들은 43%다. 고등학교 교육 전반을 수강하여 졸업하거나 고등학교에서 이수하지 못한 일부 수업을 수강할 수 있다. 

스웨덴 학생들이 반 이상을 차지하는 이유는 스웨덴 고등학교 학생 중 약 20-25% 정도가 취업, 진로 변경, 질환, 가정 문제 또는 다른 사회적 문제로 중도탈락하거나 일부 과목을 이수하지 않고 졸업하기 때문이다. 

이들 중도탈락자들은 성인이 되어 다시 지자체 성인교육을 통하여 필수 과목을 이수하여 대학에 진학하거나 취업한다. 아예 고등학교를 다니지 않은 나이든 세대나 외국 출생 학생들에게는 고등학교 졸업 인정 교육을 제공한다.

133,000명이 참여하는 이민자를 위한 스웨덴어 과정은 초, 중, 고급 3단계에 다시 초급은 A, B, C, D, 중급은 B, C, D, 고급은 C, D 수준으로 편성하여 이민자들의 스웨덴 사회 정착에 필수적인 스웨덴어 교육을 제공한다. 수강자 대다수는 시리아, 에디오피아, 소말리아 등에서 온 난민들이다. 2016년 한 해 이민자의 숫자가 150,000명이 넘고 그 전후로도 계속 연간 100,000명 이상의 이민자가 유입되었다.

지자체 성인교육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평균 연령은 기초학교 수준은 34세, 고등학교 수준은 30세, 이민자를 위한 스웨덴어 과정은 36세이다. 여성의 참여율이 남성보다 높으며 기초학교와 고등학교 수준에서의 여성 비율은 약 60%, 이민자를 위한 스웨덴어에서의 여성 비율은 57%다.

지자체 성인교육은 초, 중, 고등학교와 동일한 수준에서 교육하며 시험 등의 평가를 거쳐 성적을 제공한다. 

2019년 통계에 의하면 기초학교 수준에서 교육 참여자 중 73%는 수강 과목을 이수, 16%는 중도탈락, 11%는 그 다음해에 재수강했다. 이수한 학생 중 89%는 A에서 E 성적을 받았고 11%는 낙제(F) 성적을 받았다. 최고 성적인 A를 받은 학생은 A-E 성적을 받은 학생 중 4%였다. 

고등학교 수준에서는 기초학교와 비슷한 수준의 72%가 수강 과목을 이수, 16%는 중도 탈락 그리고 나머지 12%는 그 다음해에 재수강했다. 이수한 학생 중 89%는 A-E 성적, 11%는 낙제 성적을 받아 기초학교와 동일했으나 A를 받은 학생은 9%로 기초학교보다 높았다.

지자체 성인교육 후 대부분은 대학에 진학하거나 취업한다. 이론 과목을 중심으로 수강한 학생 중 1년 이내 대학을 진학한 비율은 20% 정도이고, 직업과목을 적어도 1년 이상 수강한 학생이 1년 이내 취업한 비율은 62% 정도다. 

취업자들 중 '돌봄' 프로그램을 공부한 학생들의 취업률이 69%로 가장 높았다. 2년 이내 취업한 비율은 67%로 시간이 갈수록 취업 성공률도 높았다. 

이민자를 위한 스웨덴어를 이수한 학생 중 1년 이내 취업한 학생은 23%이며 31%는 언어 공부 후 계속해서 기초학교 또는 고등학교 수준의 성인교육으로 진학했다.

성인교육이 중요한 이유

최근 스웨덴 교육부 장관은 앞으로 더욱 지역사회가 필요한 역량을 제공하고, 개인의 교육 필요를 가장 우선시하며 고등학교 수준의 성인교육에 초점을 두는 지자체 성인교육으로 발전시키겠다며, 특히 이민자들의 사회통합과 개인과 사회에 필요한 역량 제공을 강화하겠다고 천명했다.

스웨덴에서 매년 약 40만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다니는 이런 성인교육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이런 제도가 없는 사회에서 초, 중, 고등학교를 다니다 중도탈락하면 어떻게 될까? 

스웨덴의 경우 난민, 이민자가 많아 이들을 위한 스웨덴어 교육과 기초 및 고등학교 수준의 성인교육이 필수적이라 하더라도 적지 않은 사람들은 이런 성인교육을 사회적 낭비로 여길 수 있다. 초, 중, 고 교육을 제때 이수했다면 이런 제도가 필요 없다는 논리다. 일리가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런 사회가 있는가? 누구든 성장하고 살아가는 도중 많은 갈등과 문제에 봉착하며 주류사회에서 탈락하고 도태될 수 있다. 만약 이들에게 제2의 교육 기회를 제공하여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이들 중 일부는 실업, 알코올 및 약물 중독 또는 범죄 소굴로 빠질 수 있다. 

이럴 경우 사회적 비용은 얼마나 될까? 제2의 교육 기회로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사회적 갈등과 비용도 줄이는 방편이 되지 않을까? 또 많은 난민 및 이민자를 받아들이며 이들에게 스웨덴어를 비롯한 교육을 제대로 제공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이들은 감히 스웨덴 사회의 통합(integration)은 꿈도 꾸지 못할 것이고 보조금에 의존하는 하층시민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이런 점에서 상황은 다를지라도 검정고시, 방송통신학교, 평생교육원 그리고 각 교육청 등 여러 형태로 흩어져 있는 한국의 성인•평생교육과 다문화교육을 정규 교육체제와 연계하여 제도화하고, 교육비 뿐만 아니라 생계비를 지원하여 최대한 젊은 나이에 제2의 교육 기회로 우리 사회의 일원이 되도록 하는 게 어떨지 자문해본다.

스웨덴 스톡홀름 = 황선준 글로벌 리포터 sunjoon.hwang@gmail.com

■ 필자소개

전 서울·경남교육정보원 원장

전 국가교육회의 위원

전 스웨덴 국가교육청 정책평가 과장

스톡홀름대학교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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