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또 주민투표 들먹" "나, 총선 패배 상처"

심진용·박용하 기자 2021. 2. 23. 18:2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나경원·오세훈 첫 '1 대 1 토론'..날카로운 신경전

[경향신문]

나경원(왼쪽),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23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 3차 맞수토론회’에서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오 “숨트론 등 재원조달 불가능, 1년 안에 공약 못 지켜”
나 “국회 이전 주민투표 하나”…무상급식 사퇴 비꼬아

국민의힘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에 나선 나경원·오세훈 예비후보가 23일 방송토론에서 처음으로 맞붙었다.

두 사람은 ‘뜨뜻미지근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그간 서울시장 경선 토론과는 달리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았다. 오 후보는 나 후보에게 지난해 총선 패배 책임을, 나 후보는 오 후보를 향해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 등을 거론하며 서로의 ‘약점’을 공격했다. 두 사람은 상대의 비판과 반박에 실소를 하거나 한숨을 내쉬는 등 감정적인 반응도 보였다. 사회자가 개입할 여지도 없을 만큼 공격과 방어가 숨 가쁘게 교차했다.

토론의 주도권을 먼저 쥔 쪽은 오 후보였다. 오 후보는 ‘숨트론’(숨통트임론) 등 나 후보의 각종 현금성 지원 공약을 거론하며 “(임기) 1년 안에 실현 가능한 계획이 하나라도 있느냐”며 “이것저것 나눠주는 공약을 많이 내놓다보니 (나 후보가) 지금 감당을 못하고 있다”고 따졌다. 나 후보의 대표 공약인 숨트론은 6조원 규모 기금을 조성해 자영업자 1인당 최대 5000만원씩 저리로 대출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두고 ‘나경영(나경원+허경영)’ 비판이 나오는 것을 부각하려는 의도다. 나 후보가 “6조원은 위기 극복까지 필요한 예산이고, 당장은 2조원만 넣어도 된다”고 항변하자 오 후보는 “2조원, 단언컨대 못 만든다”고 고개를 저었다.

오 후보의 재원 조달 공격이 이어지자 나 후보는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그냥 손놓고 있겠다는 말이냐”고 반격했다. 나 후보는 “왜 이렇게 소극적인 시정을 하려고 하느냐”면서 “전시의 서울시를 그렇게 이끌어가서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오 후보의 부동산 공약인 ‘상생주택’ 정책을 역공했다. 민간 유휴토지를 임차해 공공주택을 건설·공급하겠다는 오 후보의 구상에 대해 “안 쓰이는 토지는 결국 외진 곳 아니냐”면서 “집을 지어도 사용하기 불편한 곳”이라고 꼬집었다.

오 후보는 “각종 세제혜택을 통해 토지이용효율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라며 “일본에서 이미 비슷한 정책이 성공했다”고 반박했다.

토론회 막판에 나 후보가 과거 문제를 꺼내들면서 신경전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나 후보는 오 후보의 “(국회 세종시 이전 관련) 공론화 과정을 거치겠다”는 발언을 두고 “또 주민투표에 부치시겠다고 했다”며 비꼬았다. 모두발언에서 “무책임한 사람에게는 서울시를 맡길 수 없다”고 한 데 이어 오 후보 최대 약점인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시장 사퇴를 재차 거론한 것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입당 여부를 전제로 했던 오 후보의 ‘조건부 출마선언’과 광화문 퀴어(성소수자) 퍼레이드에 대한 확실한 입장 표명도 요구했다. 나 후보는 오 후보를 우유부단한 후보로 몰아붙이며 자신의 선명성을 강조했다.

오 후보는 퀴어 퍼레이드에 대해 “그들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한다”고 말했다. 마무리 발언에선 “나 후보가 총선 패배 책임론 때문에 마음이 많이 상한 것 같다”며 “본인은 굉장히 뼈아팠겠지만, 정치는 결과와 책임”이라고 되받았다.

당원과 시민 1000명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시민평가단은 토론 결과 나 후보가 이겼다고 판단했다. 나 후보가 당원 표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은 오는 26일과 다음달 1일 예비후보 4명이 모두 참가하는 합동토론회를 개최한 뒤 4일 후보를 최종 선출한다.

심진용·박용하 기자 sim@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