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오세훈 설전 "절대 못해" "할 수 있어"..토론승자는 '나'

오연서 2021. 2. 23. 18: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1 4·7 보궐선거]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 3차 맞수토론
국민의힘 오신환(왼쪽부터), 나경원, 오세훈, 조은희 서울시장 경선후보가 23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3차 맞수토론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시기상조다”(나경원)

“실현 가능한 공약인가?”(오세훈)

두 예비후보는 상대편 공약의 현실성을 파고들었다. 나 후보가 “할 수 있는 게 있다”고 반박하면, 오 후보가 공약이행을 위해 제시된 재원을 “만들지 못할 것”이라고 잘라 말하며 재반격을 가했다. 23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 ‘3차 맞수토론’에서 경선 우위 판세를 굳히려는 두 후보 간 신경전이 고조됐다. 두 후보가 경선 토론 일정에서 토론 맞대결을 벌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나경원-오세훈’, ‘오신환-조은희’ 후보 간 맞대결로 진행된 이날 토론에선 보궐선거로 당선된 시장의 잔여임기가 1년2개월로 짧은 점을 들어 상대편 공약의 이행 가능성을 따지는 질의에 집중됐다.

나 “예산 다이어트” 오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

‘나경원-오세훈 맞수토론’에선 먼저 오 후보가 나 후보의 공약을 ‘퍼주기 공약’이라며 공격을 시작했다. 오 후보는 “이번 서울시장은 보궐선거를 통해 1년짜리 시장에 취임하게 된다. 나 후보가 현금을 나눠주는 형태의 복지정책을 많이 냈는데, 1년 내에 실현 가능한 공약이 있냐”고 물었다. 그러자 나 후보는 “지금 할 수 있는 게 있다고 생각한다”고 맞서며, 서울시 예산의 ‘세출 구조 조정’을 통한 기금으로 코로나19 위기에 빠진 소상공인 등에게 최대 5000만원까지 대출해주는 이른바 ‘숨트론’(숨통트임론) 공약을 예시로 들었다. 이에 오 후보가 다시 “기금 6조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고 묻자, 나 후보는 “코로나19 극복 때까지 6조원이 필요한 것이고, 지금 당장 필요한 건 2조원”이라며 “시장의 결단을 통한 예산 다이어트(절감)”를 통해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그러자 오 후보는 “결국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라며 “단언컨대 (1년 안에) 2조원을 못 만든다”고 잘라 말했다.

나 후보는 오 후보의 복지 공약에 대해 “시기상조”라며 반격에 나섰다. 나 후보는 가구 소득이 ‘중위소득 100% 이하’일 경우 중위소득과의 차액의 절반을 지원하는, 오 후보의 ‘안심소득’ 공약을 거론했다. 나 후보는 “복지 예산이 엄청 늘지 않고는 지금 당장 하기 힘들다. 코로나 위기에서 과연 가능할까 재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오 후보는 “3년 동안 200가구에게 시범적으로 시행할 것”이라며 “민주당이 집권을 통해 기본소득을 시행하면 나라가 절단나는데, 이에 맞설 안심소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나 “세종시도 주민투표 붙이냐” 오 “총선 패배 책임져라”

국민의힘 서울시장 유력 후보로 꼽히는 두 사람은 경선 우위를 점하기 위해 상대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며 날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나 후보는 전날 오 후보가 <문화방송>(MBC) ‘백분토론’에서 국회의사당 세종시 이전 문제에 대해 “공론화 과정을 거치겠다”고 밝힌 데 대해 “그 말을 듣고 든 생각이 (오 후보가 시장 시절 추진한) 10년 전 무상급식 주민투표였다. 또 이것(국회 이전 문제)마저 편 가르고 시민들 사이에 왈가왈부 이야기가 나오게 할 것이냐”며 “과연 소신이 뭔지, 왜 중요한 건 번번이 미루는지 듣고 싶다”고 쏘아붙였다.

오 후보는 나 후보가 당에 드리운 강경보수 이미지가 지난해 ‘총선 참패’의 주요 원인이란 점을 상기시켰다. 오 후보는 “제가 (‘백분토론’에서 나 후보에게) 말한 속뜻은 장외투쟁을 열심히 한 것을 비난한 것이 아니라 그 결과 얻어낸 게 없던 점을 지적한 것”이라며 “정치는 결과책임”이라고 말했다. 나 후보가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시절 선두에 섰던 대여공세의 결과가 지난해 4월 ‘총선 패배’였다는 주장이다. 오 후보는 전날 4인 합동으로 진행된 ‘백분토론’에서도 나 후보를 향해 “강성보수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의 투톱이 당을 운영한 결과가 지난해 총선 결과였다”고 말했다.

오신환 ‘반반아파트’ 조은희 ‘경부선 지하화’ 현실성 공방

또다른 맞대결 조합인 ‘오신환-조은희 후보’ 토론에서도 공약 현실성에 대한 공방이 오갔다. 오신환 후보는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를 통해 공원 등을 짓는다는 조 후보의 대표 공약이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오신환 후보는 “도로 지하화는 20년 정도 해도 될까 말까인데, 서울시 전체를 공사판으로 만들려는 것이냐”며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는 조 후보가 구청장 공약으로 내건 것인데 7년 동안 못하지 않았나. 이번 선거로 뽑힌 시장 임기는 1년2개월인데 재선을 통해 5년 동안 한다고 해도 못한다. 비현실적인 공약”이라고 비판했다.

조 후보는 오신환 후보의 ‘반반아파트 3만호 공급’ 공약을 공격했다. ‘반반아파트’는 무주택자와 청년에게 시세의 절반 가격에 아파트를 분양하고, 되팔때 매매 차익을 절반까지 보장하겠다는 오신환 후보의 주택공급 대표 공약이다. 조 후보는 “박원순 전 시장 시절 주택을 7만7000호 공급했는데 3만호라는 건 언 발에 오줌 누기”라며 “게다가 아무리 선거 때문에 다급하다고 해도 그린벨트를 보호해야 하는데, 문재인 정부와 똑같은 방식으로 태릉골프장, 용산 (미군기지) 캠프 킴 부지에 주택을 짓겠다는 것은 패러다임을 바꾸지 못하는 낡은 사고방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오신환 후보는 “(조 후보가 ‘발상의 전환’이라고 말하는) 차고지, 공영주차장 등에 빈땅이 있으면 지금 지었지 왜 안 지었겠나. 그건 발상의 전환이라고 하는 게 아니라, 비현실적이라고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서울시장 자질을 두고도 두 후보 간 설전이 오갔다. 공약 현실성을 다투던 중 조 후보가 “오 후보님이 시의원을 하셔서 행정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는 것 같다”고 말하자, 오신환 후보는 “저는 시의원만 한 게 아니라 국회의원을 두번 했다. (조 후보가) 구청장만 해서 생활밀착형 공약은 훌륭하다. 그런데 이번 서울시장은 단순히 행정가만의 역할이 있는 게 아니라 야권 통합 정치, 정치적인 부분들도 같이 가져 가야 된다”며 맞섰다.

마지막 맞수토론이었던 이번 토론에서 당원과 시민 1천명이 선택한 토론 승자는 조은희·나경원 후보였다. 나 후보는 4명 후보 가운데 유일하게 1~3차까지 진행된 맞수토론에서 모두 승리했다. 국민의힘은 오는 26일과 새달 1일에 4인 합동토론회를 연 뒤, 여론조사(3월2~3일)를 거쳐 4일 최종 후보를 발표한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