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금리 급등이 변동성 키운다..긴장하는 세계 증시

이윤주 기자 2021. 2. 23.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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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23일 오전 업무 중인 직원들 너머로 이날 증시 및 환율 현황판이 보인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9.66포인트(0.31%) 내린 3070.09로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0.2원 오른 달러당 1110.6원에 마감했다. 연합뉴스
두 달여 만에 0.48%P 올라…2013년 이후 가장 빠른 상승세
인플레이션 인한 타격 가능성 커지며 ‘긴축발작’ 재연 우려도
전문가들 “경기 정상화 과정의 일부…위협요인 되기 어려워”

연초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던 전 세계 주식시장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최근 미국 등 주요국 채권 금리의 가파른 상승세가 주식시장의 자금 이탈로 이어질지가 최대 관심사안으로 떠오르면서다. 전문가들은 전체적으로 금리 상승이 경기 회복세를 반영하는 만큼 방향성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보면서도 금리 상승의 빠른 속도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방향보다는 속도가 문제라는 것이다. 미국 경기의 정상화 속도보다 금리 상승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르다는 점에서 당분간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3일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국제금융시장에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날 장중 연 1.39%까지 고점을 높였다. 지난해 말 연 0.91%에서 두 달여 만에 0.48%포인트나 급등한 것이다. 국제금융센터는 “연초 금리 상승 속도는 2013년 이후 최고 수준”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서 1조9000억달러(약 2100조원) 규모의 추가 부양책 통과가 가시화된 것이 금리를 끌어올렸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채 금리가 급등하자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확대돼 통화정책 기조가 바뀔 수 있다는 불안감과 주식시장의 고평가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 국채 금리의 급등은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주요한 이유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각국 정부가 막대한 유동성을 시중에 공급한 데다 최근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일제히 오른 것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더하고 있다. 주가가 이미 크게 오른 상황에서 채권 금리가 상승해 위험자산(주식)과 안전자산(채권) 간 기대 수익률 차이가 줄어들면 위험자산의 투자 매력도가 떨어져 증시에는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주요 투자은행(IB)들은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연 1.5% 혹은 연 1.75% 수준을 넘어설 경우 주식시장에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국채 금리의 절대적 수준에 상관없이 상승의 속도가 과도하게 빠를 경우 주식 상승장에 타격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증권가에선 2013년 ‘테이퍼 텐트럼(긴축발작)’의 재연 가능성도 언급된다. 2013년 벤 버냉키 당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양적 완화를 종료하기 위해 자산 매입 규모를 축소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자 미국 국채 가격이 폭락(채권 금리 상승)한 사태를 말한다. 이후 신흥국에서 자본이 빠져나가고 자산가격이 급락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실물경제의 회복 속도가 더딘 상황이라, 2013년과 같은 급작스러운 금리 인상이 펼쳐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제롬 파월 현 연준 의장은 통화 완화 정책을 지속한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재확인했다. 그럼에도 물가 반등 및 경기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시장에선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일단 현재의 채권 금리 상승을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기저효과와 경기 정상화 과정의 일부로 설명하고 있다. 증시의 방향성 자체에 위협요인이 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김형렬 센터장은 “저금리 정책의 기본적 틀이 바뀌지 않아서 주식에서 채권으로 자산배분의 중심축이 이동할 만큼 확실한 신호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경기회복 과정에서 나타나는 인플레이션 자체를 크게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좋은 인플레’ 주장도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의 빠른 금리 상승 속도는 경기 정상화 기대감이 커지면서 금리 역시 이전 수준으로 복귀하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강력한 경기부양책과 백신 보급 확대라는 호재를 등에 업고 금리도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상승할 수 있지만, 양호한 경제 펀더멘털이 금리 상승의 충격을 상당 부분 흡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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