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붓아들 한겨울 찬물 욕조에 방치..계모 형량 2배로
감형할 이유없어 12년형 선고"
지적 장애가 있는 의붓아들을 찬물에 방치해 죽음으로 내몬 계모에게 징역 12년이 확정됐다. 계모는 이전에도 아이에게 손찌검해 분리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다. 경찰은 "아이를 잘 돌보겠다"는 계모의 약속을 믿고 아이를 가정으로 돌려보냈지만, 아이는 계속된 학대 끝에 아홉 살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1심은 계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이 사건을 '명백한 폭력 행위'라고 규정하며 양형 권고안을 뛰어넘는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이어 대법원에서도 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계모 A씨에 징역 1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항소 이유로 양형 부당만을 주장했음에도 상고 이유로 '원심 판결에 심신 미약에 관한 사실 오인 또는 법리 오해의 위법이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는데, 이는 적법한 상고 이유가 되지 못한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판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월 10일 낮 12시께 자택인 경기도 여주시 소재 아파트의 베란다에서 의붓아들 B군을 물이 담긴 욕조에 1시간30분가량 방치해 저체온증으로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가 B군을 죽음에 이르게 한 계기는 사소했다. 언어장애가 있는 B군이 안방 침대에서 뛰어놀면서 소란스럽게 하고, 잠을 자고 있는 동생들을 깨웠다는 게 이유였다. A씨는 "벌을 주겠다"며 B군을 속옷 차림으로 창문이 열린 베란다에 나가게 한 뒤 찬물이 담긴 욕조에 들어가라고 명령했다. 이날 바깥 온도는 -3도였다.
B군은 물에 들어가자마자 춥다며 나오려고 했다. A씨는 겁을 줘서 B군이 나오지 못하게 했다. 독감으로 쇠약해진 상태였던 B군은 의식을 잃어 갔다. 30분이 지난 뒤 A씨의 딸이 "B군의 눈에 초점이 없다"며 욕조에서 나오게 하자고 요청했지만 A씨는 이를 거절하고 B군을 방치해 저체온증으로 사망에 이르게 했다.
B군에 대한 A씨의 학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A씨는 B군을 때린 사실로 2016년 두 차례 아동보호사건 송치 처분을 받았다. 조사 결과 A씨는 남편과의 불화, 육아 스트레스 등을 이유로 B군을 상습적으로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검찰청 조사 결과 A씨의 지능 지수는 일반인 평균보다 낮은 72로 나타났는데, A씨의 판단 능력이 떨어진 점도 사건 발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아동을 보호해야 할 보호자가 오랜 기간 상습적으로 B군을 학대한 점 등을 불리한 정황으로 꼽으면서도 B군이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서 A씨가 직접 폭행하지 않았고 당시 사망에 이를 것으로 예견하지 못한 점, B군에게 심폐 소생술을 실시한 점 등을 양형에 유리한 점으로 고려했다.
A씨는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다. 1심 결심공판에서 징역 20년을 구형한 검사는 형이 가볍다고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의 항소 의견이 설득력이 있다고 봤다. 항소심은 A씨의 혐의에 대한 최고 양형 권고안인 11년6월을 웃도는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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