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동결 자금 해제 합의"? 정부 "국제사회 소통 빠졌다"

2021. 2. 2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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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 접근" 온도차..이란-미국 접점 찾기가 과제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이란 정부가 한국 내 동결 자금의 이전‧사용에 대해 한국과 합의했다고 밝힌 가운데, 정부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합의가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와 관련된 진전이 있어야 실제 동결 자금의 이전이나 사용이 가능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23일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한국 내 동결 자산 사용 방안에 대해 한국과 합의를 마쳤다는 이란 국영 <IRNA> 통신의 22일(현지 시각) 보도에 대해 "현지 시간으로 22일 유정현 주 이란대사와 이란 중앙은행 총재 간의 면담 시에 우리 측이 제시한 방안에 대해 이란 측의 동의 의사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다만 최 대변인은 "실제 동결 자금 해제를 위해서는 유관국 등 국제사회와의 협의가 보다 필요한 만큼, 향후 우리 정부는 이와 관련한 소통을 위해서도 계속 노력해나갈 예정"이라며 미국 등과 합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란이 요구하는 동결 해제 자금은 한국 국적의 은행 2곳에 묶여있는 이란의 원유 수출 대금을 의미한다. 이는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과 이란 사이 물품 거래를 위해 미국이 예외적으로 용인해준 거래 계좌다.

그런데 2018년 미국이 이란 핵 합의를 탈퇴하고 대 이란 제재를 복원, 이란 중앙은행이 제재 명단에 올라가면서 해당 계좌의 거래가 중단됐다.

그러던 중 이란 측은 핵 합의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신임 대통령의 취임을 계기로 동결 해제를 위한 본격적 움직임에 돌입했고, 그러한 일환으로 지난 1월 4일(현지 시각) 환경 오염을 빌미로 한국 국적의 선박을 억류했다.

정부는 선박 억류 인지 후에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을 이란에 급파하는 등 선박 및 선원들의 억류 해제에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다. 이에 이란 측은 지난 2일 선박과 선장을 제외한 나머지 선원들의 억류를 우선 해제했고, 추가적인 협의 끝에 이날 한국과 자금 문제에 대한 합의를 봤다고 발표했다.

이란 정부는 지난 21일(현지 시각) 압돌나세르 헴마티 이란 중앙은행 총재가 주 이란 한국대사관에서 유정현 대사를 만나 한국 내 동결자산 사용 방안에 합의했다면서, 한국 내 이란 동결 자산을 이란이 원하는 곳으로 이전하는 데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 대변인은 "우리 측이 제시한 방안에 대해서 이란 측이 동의 의사를 표명하는 등 양측 간의 의견접근이 있었다"면서도 구체적인 합의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날 기자들과 만난 당국자는 "이란 발표문에는 한국과 이란 간의 의견 접근 외에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와의 소통 부분이 빠져있다"며 "(이란이 동결 해제되는 자금) 액수는 제한 없이 할 것을 희망하고 있지만, 한국과 이란의 의견접근 외에도 국제사회와 소통이 먼저 돼야 한다"고 말해 미국과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 등과 협의가 좁혀지고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 "소통하고 있는 내용을 이란이 잘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다만 어느정도 접근해 있는지는 여기서 얘기하기가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이같이 동결 자금 해제에 대해 한국과 이란 양측의 합의가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이란이 한국보다 먼저 이를 공개한 데에는 동결 자금 해제에 대해 한국을 압박하는 한편, 추후 미국과 핵 합의 협상에서 이를 카드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 미국과 이란은 핵 합의와 관련한 입장들을 밝히면서 사전 협상에 돌입한 분위기다. 22일(현지시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유엔 군축회의에서 이란이 핵 합의를 엄격히 준수할 경우 이에 복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으며, 같은 날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핵무기 미보유 원칙을 재확인하면서도 우라늄 농축 수준을 60%까지 높일 수 있다고 공언했다.

이처럼 미국과 이란 간 핵 합의를 둘러싼 입장들이 오가면서, 결국 이 합의가 이뤄지는지 여부에 따라 동결 자금 해제 문제가 결정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대해 이 당국자는 "실제로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여부와 관계없이 정부가 경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란 현지에 남아있는 선박 억류 해제에 대해 최 대변인은 "보다 관련성이 높은 (이란의) 책임자들과 주이란 우리 대사관 간의 외교적 소통, 그리고 서울 외교채널을 통한 소통 등이 계속 긴밀하게 이루어져오고 있다"며 "귀국을 희망하는 선원들의 귀국을 촉진시키기 위해 절차가 진행 중이며 다만 개인적인 문제도 있어서 구체적 설명을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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