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쌀 씻는데, 숟갈 먼저 놓는 이란의 노림수

김경진 2021. 2. 23.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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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중은행에 묶여있는 이란 자산 이전 문제에 대해 한국과 이란이 합의를 했다는 보도가 이란에서 나왔습니다.

이란이 원하는 곳으로 금액 제한 없이 송금이 이뤄질 것이라는 게 이란 측 보도 내용입니다.

이 자리에서 한국과 이란 양측은 동결자산을 이란이 원하는 곳으로 이전하는 데 합의했다고 이란 국영통신 IRNA가 보도했습니다.

이란 중앙은행이 계좌와 액수를 통보하면 한국이 해당 금액을 송금하기로 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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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중은행에 묶여있는 이란 자산 이전 문제에 대해 한국과 이란이 합의를 했다는 보도가 이란에서 나왔습니다. 이란이 원하는 곳으로 금액 제한 없이 송금이 이뤄질 것이라는 게 이란 측 보도 내용입니다.

우리 외교부는 손사래를 쳤습니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아직 풀리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관련국 협의가 우선이라는 게 우리 외교당국 입장입니다.

압돌나세르 헴마티 이란 중앙은행 총재를 만나고 있는 유정현 이란 대사 [출처 : IRNA]


■ 희망 사항 섞인 이란 국영통신 보도

이란 중앙은행 총재가 어제(현지시각 22일) 테헤란에 있는 한국 대사관을 방문했습니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 때문에 한국 시중은행에 동결된 이란 자산 약 70억 달러(한화 7조 6천억 원) 문제가 논의됐습니다.

이 자리에서 한국과 이란 양측은 동결자산을 이란이 원하는 곳으로 이전하는 데 합의했다고 이란 국영통신 IRNA가 보도했습니다.

이란 중앙은행이 계좌와 액수를 통보하면 한국이 해당 금액을 송금하기로 했다는 겁니다. 이 금액에는 상한이나 제한이 없을 것이라고 IRNA는 전했습니다.

이 보도대로라면 이란 자산이 동결 해제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지난달 테헤란을 방문해 이란과 협의 중인 최종건 외교부 1차관


■ 한국 "미국 등 유관국과의 협의 필요"

하지만 외교는 두 나라의 말을 모두 들어봐야 하죠.

한국 정부는 이 발표에 대해 "미국 등 유관국과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외교부는 오늘(23일) "우리 정부는 동결 자금 활용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이란 측과 협의해왔다"며, "이란중앙은행 총재와 유정현 주이란대사의 22일 면담 시 이란 측은 우리 측이 제시한 방안에 대해 동의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에 묶인 이란 돈을 이전시켜야 한다는 데까지는 이란의 말처럼 합의를 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 방법에 대해선, 외교부는 다른 말을 했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동결 자금 이전의 액수가 얼마이며 언제 (송금)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한-이란 간 의견 교환 외에도 국제적 소통이 먼저 해결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 "목적은 같지만 방법이 다르다"

현재 한국 내에 동결된 이란 자금은 70억 달러(약 7조 6천억 원)로 추산됩니다.

이란은 2010년 중앙은행 명의로 IBK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 원화 계좌를 개설해 원유 수출 대금을 받아왔지만, 미국이 2018년 이란과의 핵 합의를 탈퇴하고 이란 중앙은행을 제재 명단에 올리면서 계좌가 동결됐습니다.

현재는 인도주의적 목적을 위해 해당 자금을 스위스 은행 등을 거쳐 송금하는 경우에도, 미국 정부의 승인이 필요합니다.

미국과의 협의를 거치지 않고 이란에 송금할 경우, 한국 정부 역시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됩니다.

이란이 이 같은 사실을 모를 리 없습니다. 이 때문에 이란의 일방적인 보도는 한국과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또 이란이 동결자금 해제를 요구하는 내부 강경파를 달래기 위해 이 같은 보도를 한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


■ 미국과 이란, 여전히 '기싸움'

가장 좋은 방법은 미국과 이란 간의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가 복원돼서 제재가 풀리는 겁니다.

하지만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미국의 대이란 제재는 아직 유지되고 있고, 이란 핵 합의 복원에 대한 미국과 이란 간 신경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현지시각 22일 유엔 군축회의에서 "이란이 핵 합의(JCPOA)를 엄격히 준수할 경우 이에 복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이란은 미국이 제재 먼저 풀라고 요구하며 미국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현지시각 22일, 핵무기 미보유 원칙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도 우라늄 농축 수준을 60%까지 높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과 이란의 기싸움 결과에 따라 한국 내 이란 동결자산의 송금도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김경진 기자 (kjk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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