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은 펀드 4개 중 1개 정기예금보다 수익률 낮았다

김소희 기자 2021. 2. 23.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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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된지 10년이 지난 장수(長壽) 펀드 4개 중 1개가 10년 수익률이 정기예금보다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 장기 투자가 고수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투자자 사이에서 확산되면서 주식 직접 투자가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10년 이상 설정된 펀드(사모펀드 제외) 1301개 가운데 10년 수익률(2011년 2월 22일~2021년 2월 22일)이 정기예금 이자율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는 24.67%(321개)에 달했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연도별 정기예금 시장금리(1.04~3.69%)를 복리로 계산하면 10년 정기예금 수익률은 23.73%다. 펀드 평균 수수료가 연 0.5%로 10년 누적 5% 수준에 해당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펀드 수익률이 28.73%를 넘어야 예금보다 더 많은 수익을 올린다.

조선DB

정기예금보다 못했던 펀드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주식형 펀드가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국내주식형 펀드가 72개(22.42%)와 해외주식형 펀드가 69개(21.49%)를 차지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펀드 수익률이 부진하자 개인투자자의 직접 투자가 증가했다는 평가가 줄곧 나왔다. 펀드의 높은 수수료에 비해 수익률이 그만큼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답답하니 차라리 직접 뛰자’는 인식이 투자자 사이에서 확산했다는 것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펀드 신규 설정액은 2016년 3조331억원에서 2017년 6조9573억원으로 129.37% 증가했지만 이후 증가율은 주춤해졌다. 지난해 펀드 설정액 연간 증가율은 23%로, 신용거래융자 잔고 증가율 108.62%보다 현저히 낮았다. 신용거래융자는 개인 투자자가 주식 직접 투자를 위해 받는 대출을 의미한다.

◇ 장수 펀드 평균 수익률 53%…300% 이상 펀드는 3개뿐

장수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평균 53.20%였다. 설정액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 평균치다. 같은 기간 미국 나스닥지수가 2756.42에서 1만3533.05로 390.96%, 코스피지수가 1969.92에서 3079.75로 56.33%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특히나 최근엔 대형주 집중 투자가 펀드보다 더 많이 벌 수 있다는 인식이 퍼졌다. 국내 대장주 삼성전자(005930)는 10년 사이 1만8760원(액면분할 적용 가격)에서 8만2200원으로 338.16% 올랐다. 반면 장수 펀드 가운데 10년 수익률이 300%를 넘는 상품은 3개(0.2%)에 불과했다.

장수 펀드의 10년 수익률은 0% 이상 100% 미만인 경우가 1055개(81.09%)로 가장 많았다. ▲100% 이상 200% 미만(133개·10.22%) ▲마이너스(-) 수익률(93개·7.15%) ▲200% 이상 300% 미만(17개·1.31%) 순으로 비중이 높았다.

그래픽=박길우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 펀드 시장이 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장기 수익률 부진으로 ‘돈 값’을 못한다는 인식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운용 수수료보다 판매 수수료가 높다는 부정적 요인이 함께 부각되면서 투자자의 펀드에 대한 신뢰도가 악화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수익률 꼴찌 골드브릿지운용, 1위는 미래에셋자산운용

수익률이 가장 낮은 장수 펀드는 골드브릿지운용이 운용하는 ‘골드브릿지특별자산8’로 98.80%의 손실률을 기록했다. 그 뒤를 97.46% 손실률을 기록한 같은 자산운용사의 ‘골드브릿지특별자산17’이 이어 받았다. 두 펀드의 운용 설정액은 각각 650억원, 695억원이다.

삼성자산운용이 운용하는 ‘삼성KODEX기계장비상장지수[주식]’, ‘삼성WTI원유특별자산 1[WTI원유-파생](A)’는수익률 하위 3~4위의 불명예를 안았다. 두 펀드는 10년 손실률이 각각 79.85%, 76.29%를 기록했다. 설정액은 각각 446억원, 2992억원이다.

수익률이 가장 높은 장수 펀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운용하는 ‘미래에셋TIGER나스닥100상장지수[주식]’이었다. 10년 수익률은 487.33%이고 설정액은 970억원이었다.

수익률 2, 3위는 AB자산운용의 ‘AB미국그로스(주식-재간접)종류형A’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친디아컨슈머 1(주식)종류A’이 차지했다. 두 펀드의 수익률은 각각 311.96%, 300.67%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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