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만 키운 영리병원 특례, 제주특별법서 아예 지우자" 시동
[경향신문]
제주도의회가 ‘영리병원 논란’을 키워온 외국의료기관 특례 관련 법 조항을 없애는 논의에 시동을 걸었다.
제주도의회는 지난 1월부터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하 제주특별법)’ 전부개정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총 110개의 개정 과제를 담은 제주특별법 전부개정안을 마련했다고 23일 밝혔다. 도의회는 다음달 19일까지 도민의견을 받는다.
특히 이번 전부개정안에는 외국의료기관(영리병원) 특례를 아예 삭제하는 안이 포함돼 눈길을 끈다. 도의회는 의료법과 별개로 제주지사의 허가를 받아 제주에 외국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한 특례를 비롯해 외국인전용약국 개설 등에 관한 특례, 외국면허 소지자의 종사인정에 관한 특례 등을 담은 307조에서 313조까지를 현행법에서 삭제하는 안을 마련했다.
도의회는 외국의료기관 설치가 의료관광 활성화와 외국인 정주여건 개선을 위해 추진됐으나 당초 목적과 달리 영리병원을 둘러싼 갈등과 논란만 유발해 부작용이 컸고, 기존 제도를 활용하더라도 충분히 의료관광 활성화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시민사회단체인 ‘의료영리화저지와 의료공공성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도 논평을 내고 “이번 제주특별법 개정안은 지난 15년동안 영리병원을 반대해온 제주도민의 열망이 담겨있다”며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영리병원은 그동안 지역사회 커다란 갈등을 야기하고 공공의료강화냐 의료관광 활성화냐는 논쟁만 키웠다”며 “실제 영리병원은 제주특별법이 시행된 2006년 이후 단 한번도 들어서지 못했고 1호가 될 뻔한 녹지국제병원은 국제소송으로 비화될 조짐이 있다”고 밝혔다.
앞서 제주에서 영리병원과 관련해 가장 큰 논란이 된 것은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개설 허가를 받았다가 취소된 녹지국제병원이다. 중국 녹지그룹은 2017년 8월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 부지 내에 지상 3층·지하 1층 규모의 건물을 건립하고 47개 병상, 4개 진료과목을 갖춘 후 제주도에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신청을 했다. 제주도는 수차례 허가를 연기하며 결론을 내지 못하다 2018년 12월5일 ‘내국인 진료 제한’을 조건으로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병원의 개원을 허가했다.
하지만 녹지병원은 내국인 진료를 금지한 조건부 허가에 반발했고 의료법이 정한 3개월간의 준비 기간 내 개원하지 않아 2019년 4월17일 허가가 취소됐다. 녹지병원은 행정소송을 냈고 법원은 제주도의 병원 개설허가 취소는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녹지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이 과정에서 영리병원 허가에 따른 논란과 반발이 제주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번지기도 했다.
도의회는 앞으로 도민 공청회와 설문조사, 제주도 협의를 거쳐 다음달 24일 본회의에서 최종안을 확정하고, 지역구 국회의원과의 협의를 통해 의원 입법으로 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전부개정안에는 영리병원 특례 삭제 이외에도 행정시장을 선거를 통해 선출하는 행정시장 직선제, 환경보존기여금 부과·징수권, 알뜨르 비행장의 무상사용 근거 마련 등이 담겼다. 다만 전부개정안 중 상당수는 그동안 시도했으나 불발됐던 내용이라는 점에서 법 개정까지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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