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일만에 90% 분해..'생분해성 신소재'로 지속가능성 키운다"

김정유 2021. 2. 23.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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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분해성 신소재 개발' 김철웅 LG화학 PL 인터뷰
獨인증기관서 결과 입증, 10년 전부터 개발 준비
2025년 양산 목표, 물성 다양화로 응용범위 확대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우리가 개발한 생분해성 신소재는 다른 고분자나 첨가제와의 블렌딩(혼합) 없이 투명성, 유연성, 생분해성을 모두 만족시킨 유일한 단일 소재입니다. 향후 물성을 다양화해 응용 분야를 다변화, LG화학의 지속가능 소재 포트폴리오의 한 축으로 육성하겠습니다.”

김철웅 LG화학 미래기술연구센터 PL이 자사가 개발한 생분해성 신소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LG화학)
기존 생분해성 소재대비 유연·투명성 20배 높아

23일 만난 김철웅 LG화학 미래기술연구센터 PL(Project Leader)은 “생분해성 신소재는 기존 생분해성 소재를 적용했던 필름, 용기, 컵 등 패키징 분야에 다양하게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LG화학은 지난해 10월 독자기술과 제조공법으로 생분해성 신소재 개발에 성공했다. 이 신소재는 옥수수 성분의 포도당과 폐글리세롤을 활용한 바이오 함량 100%의 생분해성 소재다. 폴리프로필렌(PP) 같은 합성수지와 동등한 기계적 물성과 투명성을 구현할 수 있는 유일한 소재다. LG화학은 생분해성 신소재 기반 기술을 지난 10년간 연구해왔다. 현재 김 PL은 생분해성 신소재 프로젝트의 팀리더를 맡고 있다.

김 PL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사용량을 규제하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환경부가 점차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1회용품 사용량 급증으로 친환경 포장용기에 대한 수요도 점점 커지고 있는데, LG화학 미래기술연구센터에선 이 같은 배경에 발맞춰 생분해성 신소재 기술을 지난 10년 전부터 준비해왔다”고 말했다.

LG화학이 개발한 신소재가 기존 생분해성 소재와 다른 점은 유연성이다. 기존 제품 대비 최대 20배 이상 유연성이 개선됐다. 김 PL은 “바이오 원료 중 하나인 생분해성 폴리유산(PLA)은 강도와 투명성이 높지만 결정적으로 유연성이 취약해 이를 개선하기 위해 고분자를 섞어 사용한다”며 “이 과정에서 고유의 투명성을 잃게 되는데, 우리는 유연성이 좋은 단량체(중합체 기본단위)와 공중합체(2개 이상 다른 단량체로 구성된 고분자)를 이용했다. 그 결과 기존 소재 대비 유연성과 투명성이 20배 이상 높은 소재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생분해성 신소재 개발의 핵심은 단량체 생산·정제 및 공중합체 합성 기술에 있다. 현재 LG화학은 공중합체에 대한 물질 원전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김 PL은 “소재 중합시 사용하는 단량체 중 하나가 바이오매스를 이용한 미생물 발효를 통해 생산되는데, 고순도 생산이 어렵고 정제가 복잡해 양산 사례가 없었다”며 “하지만 미래기술연구센터는 오랜 기간에 걸쳐 단량체 생산 및 정제 기술을 확보해왔고, 덕분에 이를 활용한 공중합체 합성 연구도 가능했다”고 말했다.

LG화학 미래기술연구센터에서 신규 개발한 생분해성 신소재가 적용된 제품 샘플. (사진=LG화학)
내년 시제품 평가 진행, 소재 물성 다양화 추진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데까지는 여러 어려움도 있었다. 김 PL은 “함께 연구를 했던 팀원들은 대부분 바이오 전공자들이고, 나도 고분자를 배웠지만 중합 전문가는 아니었기에 연구를 진행하면서도 스스로 확신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며 “다행히 조직 내 다양한 협업 채널을 통해 도움을 얻었고 소재 중합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LG화학의 생분해성 신소재는 독일표준협회(DIN)의 인증기관으로부터 120일 이내 90% 이상 생분해되는 결과를 인정받았다. 해당 인증기관은 글로벌 3대 생분해성 인증기관 중 하나다. 김 PL은 “연구 과정에서 막연히 생분해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실제 검증해볼 방법이 없어 막막했는데, 최종 결과를 받기 전 90일차에 이미 80% 이상 분해됐다는 보고를 받고 너무 뿌듯했다”고 언급했다.

그렇다면 LG화학의 신소재가 기존 플라스틱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까. 김 PL은 아직은 ‘완전 대체’를 논하긴 이른 단계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개발한) 신소재는 공정을 크게 바꾸지 않고 용도에 따라 물성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확장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하지만 여전히 내열성, 내부식성 등 단일 소재만으로 모든 합성수지를 대체하긴 어렵기 때문에 이 부분은 타 소재와의 컴파운딩을 통해 물성을 보완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LG화학은 생분해성 신소재 기술에 있어 첫걸음을 뗀 상태다. 실제 양산화가 되기까지 아직 많은 검증단계들이 남아 있다. 김 PL은 “내년부터 고객사를 대상으로 시제품 평가를 진행하고 오는 2025년 이후 양산에 나서는 것이 목표”라며 “빠른 시장진입을 위해 유관 부서와 함께 연료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가공업체들과 협업을 통해 소재의 양산기술 개발 및 평가 작업도 준비하고 있다”며 “앞으로 소재의 물성을 다양화해 응용분야를 넓혀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유 (thec9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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