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One]네덜란드 총리의 '조금 특별한' 코로나19 기자회견

차현정 통신원 2021. 2. 2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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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가 2021년 2월 16일(현지시간) 어린이 기자단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모습. 네덜란드 국영 Nos 보도화면 갈무리.

(에인트호번=뉴스1) 차현정 통신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네덜란드를 강타한 지난해 3월부터 네덜란드 정부와 보건당국은 국민과 긴밀하고 격의 없는 의사소통으로 다수의 국민들에게 확고한 지지를 받아왔다.

특히 마르크 뤼터 총리는 강경 봉쇄 및 대규모 코로나 폭동 시위 때에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정부의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책과 백신 계획에 대해 여러 차례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들과 소통해왔다.

그런 뤼터 총리가 지난 16일 조금 특별한 '코로나19 바이러스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거나 일방적인 정책 발표를 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정책에 대한 어린이들의 질문에 답하는 시간을 가진 것이다.

◇전국 어린이들 코로나 정책 관련 질문 만 개 넘어

뤼터 총리와 휴고 드 용헤 보건부 장관은 네덜란드 전역에서 전달된 어린이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코로나 바이러스 어린이 기자회견에 초대받았다. 앞으로 정부의 코로나 정책이 어린이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이야기를 나누는 특별한 기회였다.

어린이 기자회견에 앞서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 만 건 이상의 질문지가 네덜란드 전역에서 도착했고, 공영방송 NOS 어린이 뉴스 채널의 어린이 기자단이 취합해 질문지를 만들었다. 총리와 장관이 답하는 모습은 NOS를 통해 전국에 중계됐다.

◇"총리도 바보 같은 실수 했다" 솔직한 답변 호응

우선 뤼터 총리는 "1년 이상 지속되는 봉쇄령 및 여행금지, 집합금지 등에 따른 어린이들의 실망감과 좌절감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어린이들이 주축이 돼 이런 기자회견이 마련된 것은 무척 멋지고 소통하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네덜란드 어린이들의 궁금증은 다양했다.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가 2021년 2월 16일(현지시간) 어린이 기자단과 진행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한 어린이 기자가 질문하는 모습. 네덜란드 국영 Nos 보도화면 갈무리.

가장 걱정하는 것은 변이 바이러스 추이에 따른 초등학교의 추가 봉쇄 조치였다.

용헤 장관은 현재까지 정부의 강경 봉쇄 조치에 따라 여러 차례 초등학교가 문을 닫았는데, 바이러스 감염률을 낮추는 것에는 효과적이었지만 어린이 비만, 학업 성취 차이, 스트레스 지수 상승 등 부작용 이 더 높다고 판단, 앞으로 초등학교가 봉쇄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또한 뤼터 총리는 통금 조치의 반발로 여러 곳에서 시위가 발생했고 거센 항의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고등 법원 판사들이 (통금 유지 여부를) 곧 결정해 발표할 것이라며 정부의 추가 정책 발표가 있기 전까지는 정부의 코로나 관리 규칙을 잘 따르고 협조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한 어린이 기자는 총리나 장관은 얼마나 코로나 규칙을 잘 지키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을 했다.

이에 뤼터 총리는 "대부분 잘 지키고 있지만, 기자회견 도중 상대 발표자와 악수를 했고 모든 신문과 방송에 나가버렸다"며 "총리도 바보 같은 실수를 할 때가 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초등학생 마스크 착용은 학교 결정…정부 권고 아냐"

용헤 장관에게는 언제쯤 중고등학교도 정상 등교가 가능할지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용헤 장관은 정확한 날짜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제일 먼저 초등학교부터 정상화를 하고, (중고등학교 정상화는) 변이 바이러스 추이와 백신 접종 속도에 따라 기존 계획보다 늦춰질 수도 빨라질 수도 있다고 답했다. 다만 다른 나라의 상황과 비교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이날 회견에서 용헤 장관은 초등학생들의 마스크 착용에 대해 "원하는 학생은 착용해도 되지만 정부가 초등학생들의 마스크 착용을 강제로 요구할 수 없다"며 "각 학교가 선택할 문제"라고 답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왼)와 휴고 드 용헤 보건부 장관이 2021년 2월 16일(현지시간) 어린이 기자단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모습. 네덜란드 국영 Nos 보도화면 갈무리.

정부의 방침에 혼란스러워하면서도, 학부모들의 반응은 갈리는 분위기다.

벨트호벤에 거주하는 한 교민은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부터 자녀들이 다니는 네덜란드 초등학교에 마스크 착용에 대해 문의했지만, 학교 관계자들은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착용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다"면서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퍼지는 상황에 왜 초등학교는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는지 궁금하다"고 토로했다.

두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는 네덜란드 부모 롭 마르쿠스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병원에 입원하거나 심각한 상황에 이른 어린이 환자에 대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며 "이런 상황에 어린이들까지 마스크를 쓰는 상황은 불필요하다"고 했다.

◇어린이들 "정부와 정치인은 미래의 유권자 질문에 성실히 답해야"

한편 전국에서 만 개 이상의 질문지가 도착한 이번 어린이 기자회견을 통해 네덜란드 어린이들은 많은 궁금증이 해결됐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NOS 어린이 뉴스채널은 전했다.

기자회견이 방송으로 나간 뒤 진행된 설문조사에 참여한 어린이 970여 명 중 81% 이상이 "앞으로도 네덜란드 정부와 정치인은 미래의 유권자인 어린이들이 개최하는 기자회견 및 어린이들의 질문에 성실히 답할 의무가 있다"고 답했다.

chahjlis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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