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희귀병 걸린 소방관들, 업무 인과관계 밝혀질까

이희경 2021. 2. 23.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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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암인 혈관육종암으로 투병 중인 인천강화소방서 김영국 소방관은 지난해 9월 공무상 요양(공상) 승인을 받았다.

인사혁신처는 화재 진압과 구조 등 수행 업무와 질병과의 인과 관계 등을 고려했을 때 김 소방관이 유해 물질에 노출됐을 가능성을 높다고 보고 공상으로 인정했다고 밝혔다.

그간 소방관들은 유해 화학물질에 노출되는 일이 많았지만 인과 관계가 증명되기 어렵다는 이유로 공상 신청이 기각되는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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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소방연구원, 소방관 100명 3년간 추적조사
미국, '암 추정법' 제정해 33개주 법안 시행
연구원 관계자 "각자 인과 관계 증명해야 하는 어려움"
희귀암인 혈관육종암으로 투병 중인 인천강화소방서 김영국 소방관은 지난해 9월 공무상 요양(공상) 승인을 받았다. 인사혁신처는 화재 진압과 구조 등 수행 업무와 질병과의 인과 관계 등을 고려했을 때 김 소방관이 유해 물질에 노출됐을 가능성을 높다고 보고 공상으로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 사례가 주목받은 건 소방관이 혈관육종암으로 공상을 인정받은 첫 사례였기 때문이다. 그간 소방관들은 유해 화학물질에 노출되는 일이 많았지만 인과 관계가 증명되기 어렵다는 이유로 공상 신청이 기각되는 경우가 많았다.
유해물질 노출과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 입증이 어렵다며 번번이 공상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소방청 산하 국립소방연구원(이하 연구원)이 연구에 나서기로 했다. 소방관 100명을 선정해 혈액 등을 분석, 소방관들이 주요 유해물질에 얼마나 노출돼 있는지 직접 확인해보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집단 추적조사를 통해 소방청은 향후 소방관 안전 대책과 관련한 로드맵 등을 수립할 예정이다.

연구원은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용역과제 ‘바이오모니터링을 통한 소방공무원 유해물질 노출 수준 평가’를 오는 4월부터 착수한다고 23일 밝혔다. 유해물질 노출 수준 평가는 올해부터 2023년까지 3년 간 이뤄진다. 특정 시점에 소방관들의 건강을 평가한 적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3년 동안 생체시료의 변화를 통해 소방관들의 유해물질 노출 정도를 분석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원에 따르면 이번 평가는 소방관이 일하는 현장의 유해 요인과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 입증을 위한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실시된다. 현재 소방관들의 유해물질 노출 수준 평가는 소방현장의 공기 중 유해물질 농도를 측정하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이뤄져 한계가 많았다.

이에 따라 연구원은 소방관 100명을 선정, 올해부터 2023년까지 집단 추적 조사를 통해 소방공무원들이 얼마나 유해물질에 노출돼 있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인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40종 이상의 화학물질 선정해 소방관 100명의 혈액 및 소변에서 얼마나 유해 물질이 검출되는지 분석하겠다는 것이다. 대상 화학물질은 중금속(납, 카드뮴, 망간 등), 건축자재에서 나오는 난연제류(유기인계, 브롬계 등), 소방장비나 설비에서 유래된 과불화화합물류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그간 소방관들이 다양한 유해물질에 노출돼 있어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는 추정은 많았지만 과학적 연구 결과는 많지 않았다.

외국의 경우 다양한 연구를 통해 소방관들이 암 발병 등에 취약한 환경에 놓여있다는 점이 이미 밝혀진 상태다. 영국 센트럴 랭커셔대학의 애나 스텍 교수 연구에 따르면 영국의 75세 이하 소방관들이 암으로 사망하는 비율은 일반 시민들보다 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논문에서 소방관들은 방화복 오염에 따른 피부암, 화학물질을 호흡하면서 생기는 인후암, 구강암 등에 많이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은 1982년 캘리포니아주가 소방대원의 직무와 암 질환의 관련성을 광범위하게 인정하는 ‘암 추정법’을 제정한 이후 33개주가 이 법안을 시행하고 있다. 일정한 기준을 충족한 소방관이 암 진단을 받을 경우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그 인과 관계도 소방관이 아닌 국가가 입증하도록 하고 있다. 이 같은 소방관의 암 추정법은 미국 외에도 캐나다, 유럽 다수 국가에서 만들어져 적용되고 있다.

연구원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미국과 같은 암 추정법이 없어 희귀병에 걸린 소방관 각자가 인과 관계를 증명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면서 “궁극적으로 우리 현실에 맞는 암 추정법을 만드는 과정에 이번 연구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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