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여 검사 인터뷰땐 한마디 없던 박범계 "한동훈 인터뷰 이해 어렵다"

이민석 기자 2021. 2. 23.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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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들어 언론 인터뷰·기고 승인제에서 신고제로 개정
임은정, 서지현 친여 검사들이 주도해 변경
"검찰 내부 공격은 '표현의 자유'이고 정권 비판은 '적폐'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지난 22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검사장이 특정 언론과 대대적으로 인터뷰하는 일은 제게 매우 낯설고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한동훈 검사장이 지난 15일 본지와 인터뷰 한 것을 언급하면서 “소속 기관 구성원들이 공개적으로 인사를 폄훼하고 흔드는 이런 발언을 해도 되느냐”고 한 데에 대한 답변이었다. 한 검사장은 당시 본지 인터뷰에서 “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에 관여하지 않았어도 이런 일들이 있었겠나”, “권력이 물라는 것만 물어다 주는 사냥개를 원했다면 저를 쓰지 말았어야 한다”고 했었다.

박 장관은 정희도 청주지검 부장검사가 지난 19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검찰 인사와 관련한 비판 글을 올린 데 대해서도 “2000명이 넘는 검사들이 보는 데 (그런 글이) 버젓이 올라가는 일도 이해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이를 두고 검찰 안팎에선 “친여(親與) 검사들이 잇따라 페이스북에 편향된 글을 올리고, 각종 언론 인터뷰와 기고를 하는 데 대해선 아무 말도 없던 박 장관과 여권이 ‘선택적 비판’을 하고 있다”며 “검사들의 표현의 자유를 그렇게 주장하던 여권이 불리한 내용에 대해서는 깔아뭉개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날 인사에서 서울중앙지검 검사 겸임으로 발령난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 진혜원 서울동부지검 부부장검사 등은 그간 페이스북이나 언론 기고를 통해 윤석열 검찰총장 등을 공개 비판해왔었다.

◇현 정부들어 언론 인터뷰·기고 승인제에서 신고제로 변경

박 장관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한 검사장 인터뷰에 대해 “이해하기 힘들다”고 했다. 그러나 검찰 안팎에선 “검찰 소속 공무원의 언론 인터뷰는 현 정부가 들어선 2018년에 기관장 사전 승인제에서 신고제로 개정됐는데 이를 알고 하는 말인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2018년 9월 당시 법무부는 “검사 개인의 자유로운 외부 발표를 보장하기 위해 검사윤리강령 제21조를 개정했다”며 “기존에는 검사가 직무에 관한 사항에 대해 대외적으로 의견을 표명할 때에는 기관장의 승인이 필요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미리 기관장에게 신고만 하면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외부에 발표할 수 있다”고 했었다.

임은정 대검 연구관 /뉴시스

당시 개정은 서지현 검사 성추행 폭로와 안미현 검사의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외압 폭로 등을 계기로 이뤄졌었다. 이들은 친여 성향 검사로 평가받는다. 2019년 5월 안미현 검사는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과정에서 검사장 승인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기자들에게 취재요청서를 보내 논란이 됐었고, 그해 1월 서지현 검사는 한 방송에 출연해 8년 전 안태근 당시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으로부터 성추행 당했다고 주장했었다. 안 전 검사장은 서 검사를 성추행한 뒤 인사 보복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작년 9월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임은정 연구관도 2019년말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언론에 칼럼을 쓰거나 인터뷰하는 것도 승인제에서 신고제로 바뀌어 말문이 열렸다”며 “그동안 투쟁해온 것에 스스로 칭찬을 해주고 싶다”고 했었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과 팔짱 낀 사진을 올리며 '성추행당했다'고 해 피해자를 조롱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진혜원 검사

특히 친여 성향 진혜원 서울동부지검 부부장검사의 경우, 소셜미디어를 통해 상관인 윤석열 검찰총장을 조롱하거나 모욕하는 것이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이에 대해서 법무부는 입장을 낸 적이 없다. 진 검사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해자를 조롱하는 듯한 글을 올려 여성변호사회가 대검에 징계를 요청하기도 했지만 대검 감찰부는 깜깜 무소식이다. 대검 감찰부를 이끄는 한동수 감찰부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대검 내부의 의사결정 과정을 공개하는 글 등을 수차례 올렸었다.

법조계 관계자는 “특히 친여 성향 검사들의 이른바 ‘폭로’에 대해 법무부 차원에서 힘을 실어준 것”이라며 “박 장관이 한동훈 검사장 인터뷰를 ‘언론플레이’로 규정한다면 임은정, 서지현 검사의 기고나 언론 인터뷰, 진혜원 검사의 페이스북 글 등에 대해서도 똑 같은 입장을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검찰 내부에서도 “검찰 내부를 공격하는 발언은 ‘표현의 자유'이고 법무부나 정권을 비판하는 발언은 ‘적폐'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인사 보도가 범죄 행위?

박 장관은 법사위에서 “국정운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왜곡된 흐름을 만들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단 생각을 절감한다”며 “(인사) 하마평은 할 수 있지만 구체적 내용이 핀셋으로 보도되는 건 그 자체로 범죄이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서도 한 법조계 인사는 “인사 취재 자체에 대해 범죄라고 하는 장관은 처음봤다”며 “민주당과 정권이 추진하는 ‘언론 개혁’이 사실상 언론 재갈 물리기라는 것을 보여주는 발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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