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색화 '전설'들이 한 자리에..'한국 전설의 추상회화' 전

도재기 선임기자 2021. 2. 23.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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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김환기 윤형근 박서보 정상화 하종현 등 9인 작품전
·노화랑 24일 개막, “유례가 드문 힐링 전시를 기대”

한국 단색화의 거장 9명의 작품이 한 자리에 모인 ‘한국 전설의 추상회화’ 전이 노화랑에서 24일 개막된다. 사진은 김환기의 ‘무제 22-Ⅲ-70 #158’(1970, 사진 위)과 윤형근의 ‘번트 움버와 울트라 마린’(Burnt Umber & Ultramarine, 1996)이다. 노화랑 제공


한국 추상미술 단색화 거장들의 작품이 한 자리에 모였다.

김환기(1913~1974)와 윤형근(1928~2007)을 비롯해 박서보(90) 정상화(89) 하종현(86) 최명영(80) 서승원(79) 이강소(78) 김태호(73) 화백의 작품이 한 전시장에 나란히 내걸려 관람객을 맞이하는 것이다. 격동의 역사 속에서 한국 현대미술의 터를 닦고, 저 마다의 작품 철학으로 현대미술의 지평을 넓힌 원로 작가들이다. 국내외적으로 단색화에 대한 주목과 더불어 대중적으로 큰 인기을 모으는 작가들이기도 하다.

박서보의 ‘묘법’시리즈인 ‘ECRITURE NO.110903’(2011)과 정상화의 ‘무제 90-3-4’(1990). 노화랑 제공


이들 작가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만나는 ‘한국 전설의 추상회화’ 전이 24일 막을 올린다. 노화랑(서울 인사동)의 올해 첫 기획전이다.

전시에는 초대 작가 9명의 각 2점씩, 모두 18점이 1~2층 전시실에서 선보인다. 작가들을 대표할 만한 작품들로 크기는 100호 내외다. 미술평론가 윤진섭은 ‘침묵의 회화들’이란 전시 서문을 통해 “이번 초대 작가들은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형성한 주역들이자 한국 추상미술의 역사적 중추를 이루는 작가들로 단색화 경향 작가라는 공통점을 지닌다”며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졌을 뿐아니라 국내외에서 작품 거래가 활발한 저명한 작가들”이라고 밝혔다. 그는 “(출품작은) 대부분 근작들로 작가들의 고유한 특색을 드러내면서 무르익은 화풍을 보여준다”며 “이번 전시가 대중들의 한국 추상미술 이해에 많은 보탬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하종현의 ‘접합’ 시리즈 중 ‘Conjunction 20-72’(2020)와 최명영의 ‘평면조건 20-815’(2020). 노화랑 제공


출품된 김환기 작품은 특유의 점화들이다. 채색된 점들이 부분적으로 있는 ‘무제 22-Ⅲ-70 #158’(1970), 타계하던 해의 작품이자 공간분할의 구성이 돋보이는 ‘무제 09-Ⅴ-74 #332’(1974)다. 윤형근의 작품은 1993·1996년 작품인 ‘번트 움버와 울트라 마린’(Burnt Umber & Ultramarine)이다. 린넨에 톤이 다른 색 물감을 여러 번 작업, 특유의 화풍이 드러난다.

박서보의 대표 시리즈인 ‘묘법(ECRITURE)’ 중 직사각형의 긴 막대 모양 형태를 화면에 등장시켜 다양한 화면구성을 시도한 ‘ECRITURE NO.130201’(2013), 붓질과 뜯어내기를 반복함으로써 독특한 화면을 선보이는 정상화의 ‘무제 90-3-4’(1990) 등도 나왔다. 정 화백은 5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앞두고 있다.

서승원 연작 ‘동시성’ 가운데 ‘Simultaneity 19-913’(2019, 왼쪽)과 이강소의 ‘청명’ 시리즈 중 ‘Serenity-18107’(2018, 가운데) , 김태호의 ‘내재율’ 연작 중 ‘Internal Rhythm 2020-51’(2020). 노화랑 제공


하종현의 유명한 대표 연작인 ‘접합(Conjunction)’ 중 붉은 색·옅은 회색톤의 근작, 자신만의 특색을 드러내며 최명영이 각각 손가락·붓으로 작업한 ‘평면조건’ 연작, 환상적 화면의 서승원 연작 ‘동시성(Simultaneity)’도 선보인다. 기운생동하는 필획에 기반을 둔 이강소의 ‘청명(Serenity)’ 시리즈, 다채로운 색깔의 물감을 여러 겹 중첩시킨 뒤 이를 섬세하게 깎아내 묘한 발색과 형상을 나타내는 김태호의 ‘내재율(Internal Rhythm)’ 연작도 만난다.

신춘 기획전을 꾸린 노승진 대표(노화랑)는 23일 “초대 작가들은 우리 현대미술의 꽃을 피우게 한, 그야말로 ‘전설’이라 부를 분들”이라며 “출품작도 미술애호가들의 큰 주목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노 대표는 “작가와 소장가들의 두터운 호의로 유례가 드문 이번 전시가 성사돼 기쁘다”며 “코로나19 등으로 여느 때보다 힘든 시기에 예술작품을 통한 힐링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전시는 3월 6일까지.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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