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문법의 변화-코로나 시대 호텔의 디자인 반란

2021. 2. 23.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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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을 상징하던 ‘프리미엄과 격식’이라는 디자인 언어가 변화하고 있다. 이제 호텔 디자인은 ‘친밀함과 공감각’이다.

1‌. ‌김다희 작가가 그린 캐릭터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의 홍보 영상 중 일부 2. ‌호텔 안테룸 서울의 갤러리 9.5에서 열리는 ‘에디티드 서울: 뉴 호옴’ 전시를 통해 재해석된 1970~1980년대 주방 디자인

코로나19 장기화로 호텔들의 행보에 새로움이 더해지고 있다. 언뜻 보기엔 모두 비대면 서비스 강화로 먹고 살길을 찾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물론 조선호텔이 히트를 친 유니짜장 밀키트는 비대면 사례의 모범이 됐다. 현실이다. 조선호텔 중식이라는 상징적 고급스러움에 유난히 윤기가 도는 블랙 춘장 소스가 담긴 패키지 디자인, 깔끔한 식재료 구성이 만나 100일 만에 10만 개 판매 돌파라는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음식뿐 아니라 호텔 데코 용품과 침구류까지도 브랜드가 돼 배달되는 세상이니 이제 호텔의 비대면 전략은 상품을 ‘투고홈’(To Go Home)하는 방식으로 자리 잡은 듯하다.

하지만 호텔은 누가 뭐래도 숙박 시설이다. 이 본연의 상품성을 강화하는 방식을 놓칠 리 만무하다. 코로나로 인해 모임이 어렵고 여행이 위축된 것은 사실이지만 말이다. 그래서 호텔들은 친밀함을 디자인해 덧입히는 작업을 시작했다. 과거에도 호텔은 잘나가는 디자인 집약체였다. 최고의 건축가가 디자인한 공간에 최상의 인테리어와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더한 환상의 데코레이션까지. 하지만 최근에 눈길을 끄는 디자인 마케팅은 결이 좀 다르다. 이전의 코드가 ‘프리미엄, 격식, 예술성’이었다면 최근의 코드는 ‘세련, 친밀, 동시대적 공감각’이다.

대표적인 예가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의 경우다. 이들은 지난 1월12일부터 객실에 아티스트의 감성을 담은 ‘센스 오브 아트 패키지’를 선보였는데 이게 좀 남다르다. 패션 일러스트레이터 김다희 작가와 협업해 두 여성을 애니메이션화한 것이다. 작가가 만들어 낸 반얀트리 캐릭터는 발랄하고 낭만적인 두 명의 여성이다. 이 여성들은 반얀트리의 이곳저곳을 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데, 이는 실사와 결합된 애니메이션 체험기로 제작됐다. 아름다운 룸에서 남산을 바라보고,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먹고, 스파를 받고, 수영을 하고, 야경 속에서 낭만을 즐기는 전 과정을 영상에 담았다. 이 영상은 공식 인스타그램에 게재돼 있는데 마치 함께 호텔 구석구석을 돌며 휴식을 취하는 것 같은 기분을 선사한다. 이런 방식의 체험 영상은 기존의 호텔 문법을 벗어난 것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이 객실 패키지가 라이브 방송으로 소개돼 다이렉트 부킹을 유도한 점이다. 패키지 안에 김다희 작가의 작품을 파우치와 엽서로 만들어 선물하는 아트 디자인 마케팅도 시도했다. 무엇보다 이번 시도가 눈에 띄는 것은 젊고 경쾌한 시각적 디자인이다. ‘캐릭터와 애니메이션’이라는 두 가지 코드는 고객 접근성이 뛰어나다. 이는 호텔 디자인 마케팅의 새로운 시도라고 볼 수 있다. 파스텔 컬러 원피스를 입은 귀여운 두 여성을 캐릭터화한 점에서 일단 소비자의 눈길을 끌 요소는 충분하다. 이 여성들은 소비자와 일체화가 가능한 친밀함이 주 무기다. 이런 친밀함은 요즘처럼 우울한 시대에 호텔이 취해야 할 시각 디자인의 키워드임에 틀림없다.

얼마 전 오픈한 ‘안테룸 서울’ 역시 소비자와의 친밀한 접점을 제대로 구현한 디자인 전시로 눈길을 끌고 있다. ‘에디티드 서울: 뉴 호옴’이라는 이름의 전시는 1970~1980년대의 집을 재해석해 구현했는데, 복고 감성이 어우러진 옛날 집의 재현이 친숙하고 재미있다. 재미와 친밀함이 일반적인 호텔 전시의 틀을 벗어나니 오히려 매우 트렌디하다. 이런 시도들은 호텔이 기존의 럭셔리 프리미엄 문법을 벗어나 즐거움과 친숙함의 디자인 문법으로 변화하는 걸 다시 한번 증명한다. 호텔은 고객 체험이 전부인 곳이다. 이를 위해 이 시대의 언어인 시각 언어로 고객에게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도 친밀함을 장착한 디자인 속도전이 기대되는 지점이다.

[글 한희(문화평론가) 사진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 호텔 안테룸 서울 , 한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67호 (21.02.2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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