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뜨는 강' 평강과 온달,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을 때 [TV와치]

박은해 2021. 2. 23.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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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박은해 기자]

"잠드는 게 무서워. 악몽을 꿀 때마다 이게 꿈인지 잃어버린 기억인지 비명도 못 지르게 괴로워. 살아있는데 죽어가는 기분 그게 어떤 건지 알기나 해? 아무리 두려워도 내가 누군지, 왜 이렇게 괴로운지 알아내지 못하면 아무것도 못해."

2월 22일 방송된 KBS 2TV 월화드라마 '달이 뜨는 강'(극본 한지훈/연출 윤상호) 3회에서 자신이 누군지 알기 위해 도성에 가겠다는 염가진(평강. 김소현 분)에게 온달(지수 분)은 "멀쩡한 기억도 묻어두고 사는 사람도 많아. 찾아낸다고 꼭 행복하고 좋을 거라는 보장도 없잖아. 왜 못해? 어제 일은 몰라도 오늘, 내일, 모레 살아갈 날만 생각하면 돼. 부모, 고향 그런 거 없어도 사람은 어떻게든 살게 돼 있어"라고 설득한다. 어린 시절 같은 비극을 경험한 온달과 염가진은 살기 위해 자신을 지우고, 천주방에 의해 전혀 다른 사람으로 키워졌다.

자신이 누군지, 어디서 왔는지 알지 못하면 단 하루도 못 살겠다는 염가진과 고통스러운 기억은 가슴 속 깊숙이 묻어둔 채 바보로 살아가는 온달. 기억을 잃기 전 염가진은 연왕후의 딸이자 고구려의 공주였고, 온달은 고구려 충신이자 무장 온협 장군의 아들이었다. 연왕후와 온협이 부정을 저지르고 역모를 꾀했다는 누명을 쓴 뒤 죽음을 맞이하자 이들의 인생도 백팔십도 뒤바뀌게 된다.

자연스럽게 가치관도 달라질 수 밖에 없었다. 온달은 아무 것도 모르는 바보로 살아가라는 아버지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지키고자 스스로 두 눈을 멀게 한 유모를 생각해 멀쩡한 기억을 다 잊어버린 척 살아간다. 내가 누구의 자식인지, 어쩌다 산속에 숨어 살게 됐는지 곱씹는 대신 약초를 캐고, 산짐승을 사냥하며 어김없이 도래할 내일을 기다린다. 고통스럽고 힘없는 과거보다 앞으로 살아갈 인생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온달은 과거에 집착하는 가진이 그저 안쓰럽다.

천주방에 의해 기억이 지워지고 살수로 자라난 염가진은 고구려 평원왕이 아버지인 줄 모르고 암살하려다 실패하고, 공주 시절 기억을 점점 떠올린다. 친아버지로 믿고 살았던 염득(정은표 분)이 사실은 천주방 방주의 명령으로 자신을 거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염가진이 믿었던 삶은 산산조각이 났다. 그 끝없는 고통 속에서 과거를 찾는 일은 곧 생존을 위한 일이었다. 온전한 '나' 자신으로 살 수 없게 됐을 때부터 이미 시작된 비극이었다.

한날한시에 벌어진 사건으로 두 아이의 운명은 기막히게 뒤틀렸다. 한쪽은 무장의 성정과 능력을 물려받았음에도 약초를 캐며 촌부로 살아가고, 태왕에 버금가는 기세를 가졌던 다른 한쪽은 손끝에 무수히 많은 이들의 피를 묻혔다. 연왕후, 온협의 죽음으로 평강, 온달로 살아가지 못했던 두 사람은 우연한 계기로 만나면서 자신의 정체성에 한 발 나아간다. 염가진은 평강 공주라는 원래 옷을 되찾게 될 것이며, 온달은 아버지의 유언을 거스르고 평강을 지키는 장군이 될 것이다.

'정체성 찾기'는 애절한 사랑과 더불어 '달이 뜨는 강'을 관통하는 중심 스토리가 된다. 두 사람이 점점 가까워지고, 서로에게 끌릴수록 감추고 가려진 본모습이 드러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달이 뜨는 강'은 그렇게 점점 자신이 누군이 알아가는 인물을 통해 '인간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더불어 장군의 아들 온달, 고구려 공주 평강이 아닌 바보 온달, 살수 염가진으로 살아가는 두 사람을 통해 인간의 정체성은 주변 환경과 변하는 상황에 의해 충분히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자신이 누군지, 어디서 왔는지, 누구의 자식인지 곧 알게 될 염가진과 묻어둔 기억을 되살릴 온달의 이야기는 러브 스토리면서 동시에 성장사가 될 전망이다. 자신에 대한 확신이 생길 두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각종 위협과 고난을 헤쳐나갈지 앞으로 전개가 주목된다.

(사진=KBS 2TV '달이 뜨는 강' 방송화면 캡처)

뉴스엔 박은해 pe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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