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외압 버틸 수 있을까..초대 국수본부장의 숙제 '신뢰 회복'

박기주 2021. 2. 23. 14:2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찰청, 남구준 경남청장 초대국수본부장 추천
정치적 중립성 등 고려해 내부 발탁한 듯
"이용구 사건 등 민감 사안 해결, 신뢰 회복의 상징될 것"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경찰개혁의 핵심 조직 중 하나인 국가수사본부(국수본)의 출범 약 두달 만에 수장의 윤곽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직무대리 체제에서 완전한 진용을 갖추게 된 국수본에게 가장 큰 당면과제는 수사 신뢰도 회복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용구 법무부 차관 봐주기’ 의혹 등에 대해 얼마나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결론을 내느냐가 핵심적인 첫 과제가 될 전망이다.

경찰청에서 열린 국가수사본부 현판식에서 참석자들이 국가수사본부 현판의 가림막을 벗겨낸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남구준 경남청장, 초대 국수본부장에 단수 추천

경찰청은 지난 22일 남구준(54·경찰대 5기) 경남경찰청장을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추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남 국수본부장 내정자는 경찰대 출신으로 경남 창원중부서장과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경찰청장이 추천한 인물에 대해 대통령이 임용을 결정하면 초대 국수본부장 인선은 마무리된다. 지난 1월 1일 국수본부장 공개모집 공고를 낸 후 약 두달 만이다. 국수본부장은 경찰이 진행하는 수사를 총괄 지휘하는 역할을 하며, 2년 단임제로 운영된다.

이번 국수본부장 추천에는 수사의 중립성 확보에 가장 신경을 썼다. 앞서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갈등, 공수처장 임명 과정에서의 정치적 갈등 등 다른 수사기관의 인선 과정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실제 경찰은 초대 국수본부장을 외부에서 선발하기 위해 판사 및 경찰 출신 인사 5명의 지원을 받아 검토했지만 결국 내부 선발로 눈을 돌렸다. 지원자의 면면을 볼 때 정권과 연관을 지을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이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추천 이유에 대해 “국수본부장은 수사의 독립성과 중립성뿐만 아니라 전국 수사를 총괄 지휘하는 등 책임성과 전문성이 중요한 자격 요건”이라며 “경찰의 책임 수사를 이끌어갈 적임자를 내부에서 추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수사 신뢰 회복 하려면…‘이용구 사건’ 해결 중요

이처럼 수사의 중립성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국수본이 직면한 과제 역시 이와 연관돼 있다. 앞서 ‘정인이 사건’으로 경찰에게 수사를 맡겨도 되는 것이냐는 전국민적 공분을 산 데 이어 이용구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봐주기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불거진 바 있다.

더욱이 남 청장의 청와대와의 인연을 두고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그는 2018년 8월부터 1년 간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에서 파견 근무를 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문 대통령의 최측근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의 고등학교 후배이기도 하다는 점에서도 중립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와 같이 경찰의 신뢰도가 크게 떨어진 상황이기에 초대 국수본부장은 취임 후 이를 회복하기 위한 행보를 보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특히 이용구 차관 사건의 경우 신뢰도 회복과 더불어 정치적 중립성까지 대외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사건이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매듭짓는가가 상징적 의미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유력 인사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때 얼마나 정치적 외압 없이 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 경찰 수사의 공정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과제가 될 것”이라며 “특히 이용구 차관 사건의 경우 정작 당사자는 소환조사도 하지 않는 상황인데, 이러한 상황이 바뀔 수 있는가 하는 것은 상징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국수본 출범이 단순한 조직 개편이 아닌 효과적인 시스템이라는 것을 보여줄 성과도 필요하다. 국수본은 1호 과제로 ‘사기 등 민생범죄 근절’을 지목해 집중단속을 시작했다.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등 일반 시민과 밀접한 대목이기 때문에 성과 여부에 따라 국수본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도 있다.

이 교수는 “국수본 출범 등이 단순히 경찰 조직 디자인 변화로 그치게 되는 것 아닌지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부패 수사나 범죄 억지력 등에 대해 긍정적인 결과를 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기주 (kjpark85@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