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리 "'미나리'=전환점, 앞으로 없을 행운..오스카 수상? 마음은 굴뚝 같죠" [인터뷰 종합]

2021. 2. 23.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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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배우 한예리가 영화 '미나리'의 전 세계적인 열풍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한예리는 23일 오전, 화상 온라인 인터뷰를 진행했다. 오는 4월 개최를 앞둔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상) 유력 후보작 '미나리' 출연과 관련 다양한 에피소드를 풀어냈다.

'미나리'는 희망을 찾아 낯선 미국으로 떠나온 한국 가족의 아주 특별한 여정을 담은 2021년 전 세계가 기다린 원더풀한 이야기다. 제36회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 수상을 기점으로 골든 글로브 외국어영화상 및 미국배우조합상(SAG) 후보에 오르며 해외 74관왕 157개 노미네이트를 기록해 오스카 유력 후보작으로 예측되고 있다.

한예리는 극 중 낯선 미국에서 가족을 이끌며 다독여주는 엄마 모니카 역할을 맡았다. 명품 열연으로 아시아계 영화인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은 골드 리스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독립영화계 오스카'로 불리는 필름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즈 주요 부문에 후보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날 한예리는 '미나리' 열풍에 대해 "많은 수상 소식이 들리고 있지만 함께 작업한 사람들이 곁에 없어서 그런지 그만큼 뜨겁지가 않다. 감사하긴 하지만 담담하게 보내고 있는 시간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다음 작업을 위해서라도 붕 뜨지 않은 상태가 감사하다. 그래도 좋은 소식이 들리는 건 너무너무 기쁘다"라고 겸손하게 얘기했다.

"오스카 수상을 기대하고 있느냐"라는 질문에는 "마음은 굴뚝 같다. 좋은 성적을 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웃어 보였다.

'미나리'는 '문라이트' '노예 12년' 등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을 탄생시킨 브래드 피트 제작사 플랜B가 제작을 담당했으며, '문라이트' '룸' '레이디 버드' '플로리다 프로젝트' 등 수 차례 오스카 레이스를 성공적으로 이끈 A24가 북미 배급을 맡았다.

이에 한예리는 "할리우드 진출이라는 거창한 생각은 안 하고 있다. 그렇게 되지 않길 바라지만 '미나리'가 마지막 할리우드 영화 출연일 수 있다고 본다. 그렇게 되더라도 좋은 작품에 출연했기에 만족스럽다"라고 밝혔다.

'미나리'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예리는 "처음엔 대본 번역본을 받았다. 그래서 이 영화가 어떤 작품인지, 모니카 캐릭터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 정이삭 감독님과 더 얘기해볼 부분이 있겠다 싶었고 감독님을 빨리 만나고 싶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감독님을 만나고, '미나리'가 한국의 보통 가정에서도 있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리고 감독님과 같이 모니카에 대해 만들어나갈 수 있는 부분이 있겠다 싶었다. 무엇보다 감독님이 너무 좋은 사람이셨다. 그래서 제가 드라마 촬영 중이라서 스케줄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을 때 '혹시라도 제가 못하게 되면 좋은 배우를 소개시켜 주겠다'라고 적극적으로 얘기를 할 정도였다. 모니카는 외국 배우가 아닌 무조건 한국 배우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한예리는 "'미나리'가 이렇게 수상할 거라고 생각하면서 작업한 건 아니다. 작은 영화라 생각하고 재밌게 작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감독님이 좋은 사람이기에 그 사람이 잘 됐으면 좋겠고 그런 기쁜 마음으로 감사히 촬영에 임했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정이삭 감독님은 특별한 사람이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를 사랑하고, 감독님을 사랑하는 지인분들이 우리 현장에 도움을 주러 많이들 오셨다. 어떠한 개인적인 이득이나 뭔가를 바라지 않고 오직 '미나리'를 위해 도와주러 오신 분들이다. 모두가 굉장히 즐겁게 참여하고, 감독님도 행복하게 이 모든 과정을 해내시는 거다. 덩달아 저도 그 에너지를 같이 받게 됐다. 함께 지내면서 가족처럼 오늘 있었던 일들, 앞으로 해낼 일들, 그리고 뭔가를 해냈다는 기쁨들을 같이 공유하고 그런 환경이 제게 큰 힘으로 왔다. 큰 사랑의 에너지를 촬영 내내 느낄 수 있었다"라고 강조했다.

모니카 캐릭터와 싱크로율은 어떨까. 한예리는 "70% 정도 닮았다고 생각한다. 근데 저보다 저희 어머니를 더 닮은 것 같다"라며 "모니카를 연기하면서 부모님들이 자녀를 기르는 게 정말 쉽지 않았겠구나 깨달았다. 부모님 본인의 성장과 아이들의 성장이 동시에 이루어지기에 더 많이 성장통을 겪었을 거다. 애가 애를 키우려고 하니 얼마나 쉽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이 많이 들고 조금은 부모님을 이해하게 된 마음이다. 모니카는 저보다 대단하고, 확실히 단단한 사랑미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나리'는 제 필모그래피에 가장 큰 전환점이 될 영화"라고 표현했다. "이런 행운이 또 온다면 너무 좋겠지만 앞으로 없을 수도 있을 거 같다. '미나리'를 통해 관객분들에게 '한예리가 힘이 있네'라는 소리 들으면 기분 좋을 거 같다. '한예리는 어디다 갖다 놔도 제 몫은 충실하게 해내는 배우'라는 말을 들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윤여정과 모녀 호흡을 맞춘 것에 대해선 "윤여정 선생님과의 작업은 너무 영광이었다. 아시다시피 유머 감감도 많으시고 재치도 있는 매력적인 분이시지 않나. 이런 유머가 현장에서 되게 좋은 에너지이고 필요한 것이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됐다"라고 존경심을 표했다.

이어 그는 "선생님께 용기를 배웠다. 외지에서 작업을 하실 때도 전혀 걱정이 없으시더라"라며 "저는 사실 걱정이 많았다. 결심했을 땐 걱정이 없었는데, 막상 비행기를 타고 가는 순간 겁이 밀려왔다. 저는 '어떡하지' 이러면서 갔는데, 선생님을 보면서 참 대단하시다 싶었다. 반성하게 되고 나도 겁 먹지 말아야지 하는 용기를 받았다"라고 이야기했다.

남편 제이콥 역의 스티븐 연에 대해선 "귀엽고 엄청 스위트한 사람이다. 열정도 많고 '미나리'에 대한 애정이 컸다"라며 "스티븐 연이 진솔하게 작품을 대하는 만큼 저도 뭔가 잘 해내고 싶었다"라고 극찬했다.

특히 한예리는 오스카상 4관왕 달성에 빛나는 '기생충' 봉준호 감독의 극찬을 이끌었던 바. 앞서 지난해 12월, 봉준호 감독은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가 개최한 온라인 화상 대담에서 "'미나리'에서 놀라웠던 건 한예리와 윤여정의 모녀 연기, 두 배우의 뛰어난 퍼포먼스였다"라면서 "처음 친정엄마가 (미국으로) 왔을 때, 한예리의 연기를 특히 좋아한다. (한예리와 윤여정이) 외관상 느낌은 별로 닮은 것 같지 않아도 한예리의 섬세한 연기 때문에 '와~ 모녀구나', '가족이구나' 하고 느낄 수 있다"라고 감탄을 보냈다.

이에 대해 한예리는 "칭찬을 받으면 기분이 좋지 않나. 칭찬을 많이 해주셔서 기분이 너무 좋았다"라고 웃어 보였다.

그는 "봉준호 감독님께서 문자 메시지로도 '이런 부분이 진짜 좋았다'라고 얘기를 해주셨다. '기분 좋으라고 일부러 칭찬 많이 하시는 거죠?' 그랬는데, 영광이다. 감독님께서 우리 영화를 좋아하셔서 더 기뻤다"라고 전했다.

한예리는 "다른 작품이긴 하지만 '미나리'가 '기생충'의 바통을 이어받은 기분이었는데 선수들은 알아보는구나 하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미나리'는 오는 3월 3일 개봉한다.

[사진 = 판씨네마(주)]-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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