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심'·'카누' 잘나가는데..고민 깊은 동서식품
'50대 50 합작사' 한계상 해외 수출·신사업 어려워
'맥심' 의존적 매출 구조, 브랜드 위기 땐 타격 심할 것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동서식품이 고민에 빠졌다. 효자 상품 ‘맥심’은 여전히 커피믹스 시장을 석권하고 있고, ‘카누’ 또한 지속적으로 판매량을 늘려가고 있지만 주력 시장의 규모 자체가 줄어드는 추세는 막을 수 없어서다. 여타 식품업체처럼 해외시장에서 활로를 찾거나 카페 등 신사업 진출을 모색하기도 어렵다. 글로벌 식품사와 합작법인이라는 태생적 한계가 발목을 잡는 탓이다. 동서식품은 스타벅스의 RTD(Ready to Drink·즉석음용) 제품을 만드는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지만 한계가 뚜렷하다는 평가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늘어나고 대규모 인원 집합이 제한됨에 따라 사무실 및 교육원에서 소비되는 맥심 커피믹스 매출이 줄어든 반면 홈카페 열풍으로 카누 매출은 늘었다”라면서 “맥심 커피믹스 매출 감소분과 카누 매출 상승분이 상쇄해 지난해 전체 매출은 2019년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커피믹스 시장이 매년 쪼그라드는 상황은 불안 요소다. 2017년 1조218억7400만원 규모였던 조제 커피 시장은 2018년 9656억5900만원, 2019년 8933억1500만원으로 꾸준히 줄고 있다. 편의점에서 캔이나 파우치용 커피를 구매해 즐기는 사람이 늘어난데다 사무실이나 가정에서도 커피머신을 이용해 원두커피를 마시는 경우가 늘어난 영향이다.
매출의 약 80%가 커피믹스와 관련된 제품에서 나오는 동서식품으로서는 국내 제조 커피 시장의 규모가 줄어들수록 실적 또한 나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보통 내수시장 성장이 정체기에 이르면 식품 제조사들은 해외시장 개척에 매진한다. 실제로 농심, 삼양식품 등 국내 라면제조사는 국내 라면 시장이 정체되자 해외로 눈을 돌려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을 거두는 데 성공했다.
몬델리즈는 한국을 제외한 지역에 자사 커피믹스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따라서 동서식품이 맥심 상표권을 갖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막고 있다.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맥심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식 수출은 불가능한 셈이다. 현지에서 찾아볼 수 있는 커피믹스는 모두 한인 마트가 국내에서 직매입해 유통하고 있는 것으로, 정식 수출이 아니다.
신사업 진출도 쉽지 않다. 매년 580억원의 배당금을 받는 몬델리즈로서는 동서식품에 신사업 리스크를 지게 하는 것보다 기존 사업에 집중토록 해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하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실제로 동서식품은 스타벅스의 RTD 제품을 제작하는 등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기존 사업과 유사한 커피 관련 제품 제조에 그치고 있다.
결국 맥심에 의존하는 회사 매출 구조상 성장의 한계는 물론 맥심 브랜드 가치가 훼손됐을 때 입을 타격도 상당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제인나트륨 논란이 불거졌던 지난 2011년 동서식품의 영업이익은 1473억원으로 전년(2309억원) 대비 크게 줄기도 했다.
안승호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는 “조제 커피 시장 감소세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에 기인한 현상이라 회사의 노력만으로 시장을 부흥시키기는 어렵다”라면서 “커피 프랜차이즈 사업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지만 이 또한 회사의 전략적인 기조를 바꾸는 일이라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무연 (nosmok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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