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제재보다 무섭네" 푸틴 최측근 돈줄 죄는 EU

이슬기 기자 2021. 2. 23.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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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러시아 사법부 핵심 4인 입국·자금 제재
2019년, 2020년 이어 세 번째 '개인별 조준'
러시아 기업 등 제재에 반감...푸틴 인기만 ↑
나발니 측근 "이너서클 인물들 돈줄 묶어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각)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드미트리 로고진 연방우주국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AP 연합뉴스

유럽연합(EU) 외무장관들이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를 구속 수감한 러시아의 고위 관리 4명을 제재하는 데 합의했다고 독일 공영 도이체벨레(DW)가 22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러시아 정부가 '내정 간섭'을 이유로 각국의 나발니 석방 요청을 거부하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최측근의 '자금 줄'을 죄어 실제적인 타격을 가하겠다는 전략이다.

EU 27개 회원국 외무장관들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의를 열고 이러한 내용에 합의했다. EU는 내달 초 제재안을 공식 승인할 예정이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러시아 사법부의 특정 인사들이 EU의 제재를 받게 될 것"이라며 "이번 결정은 제재를 신속하게 승인하기 위한 단계"라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보도에 따르면 제재 대상에는 △알렉산드르 바스트리킨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 위원장 △이고리 크라스노프 검찰총장 △빅토르 졸로토프 러시아 국가근위대 대장 △알렉산드르 칼라시니코프 연방교정국장이 올랐다. 바스트리킨 위원장은 이미 영국으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다. 이들은 EU로부터 자산 동결, 입국 금지, EU 내 자금 제공 금지 등의 조치 대상이 된다.

◇푸틴 최측근 특정 개인 돈 줄 묶어 '실질적 압박'

이번 제재는 2019년과 지난해에 이어 EU가 푸틴의 최측근이자 대표적인 '이너서클' 인물들에게 개별적으로 부과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DW는 전했다. 러시아 기업에 대한 대규모 제재도 물론 치명적이지만, 핵심 인물을 특정해 이들이 쥐고 있는 자금의 흐름을 묶는 방식으로 한층 실질적인 압박을 꾀한 것이다.

여기에는 러시아 기업 등에 대한 대규모 경제 제재가 기대만큼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분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서방 국가들의 강력한 대러시아 제재에 대한 반감이 높아지면서 오히려 대통령 지지율이 오르고 '푸틴 체제'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었다는 해석이다.

실제 나발니의 측근 2명은 전날 EU 회원국 외교 장관 8명과 대사들을 만나 '이너서클 제재'에 주력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했다고 한다. 나발니의 측근인 레오니드 볼코프는 DW에 "푸틴의 이너서클에 있는 개인을 조준해야한다"며 "가장 강력한 해답은 러시아 경제에 대한 부분적 제재보다는 동맹국들이 핵심 개인을 표적으로 삼아 제재를 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야당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16일(현지 시각) 바부 스킨 스키 지방법원에서 명예훼손 혐의로 심리를 받는 모습이 진열장 유리에 비치고 있다. /AP 연합뉴스

◇러시아 기업 8년 제재했지만...푸틴 지지율은 '반등'

앞서 EU와 미국은 2014년 3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크림반도와 세바스토폴을 병합한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러시아 정부·국영 기업과 연관된 신흥재벌에 제재를 부과해 현재까지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러시아 통상환경 변화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러시아 정권의 리더십 강화와 EU·미국에 대한 반감만 확대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러시아공공리서치센터(VTsIOM)에 따르면 미국이 2018년 8월 이른바 '스크리팔(이중 첩자 러시아인) 부녀 독살 시도' 사건과 관련해 러시아 주요 상품 및 기술력 수입을 전면 금지시킨 이후 푸틴 대통령에 대한 국내 지지율은 오히려 반등했다. 서방 국가들의 대러시아 제재 조치에 대한 반발 여론이 커지면서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을 기대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EU는 지난 2019년 1월 미국에 이어 스크리팔 사건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러시아 개인 4명에 대해 제재를 부과했다. 이는 EU가 특정 개인을 최초로 제재 대상에 올린 사건이다. 당시 국가 안보와 연관성이 깊은 항공 부품(민간 항공기 제외)과 잠수함, 가스 터빈, 계측기 등이 포함됐다.

한편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EU의 제재는 불법적이고 실망스럽다"며 "말도 안되고 억지스러운 구실을 대며 제재안을 채택한 것"이라고 했다. 현재 러시아 당국은 나발니가 '러시아 법에 따라 러시아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며 "석방 요구는 주권국가에 대한 내정 간섭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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