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남성 감시카메라 포착돼도 경고음 울려도 '무사통과'

2021. 2. 23.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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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번 포착, 8번 경계 실패..합참, 부대 병력에 책임 전가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지난 16일 동해 민간인통제선(민통선) 검문소 일대에서 남한으로 넘어온 북한 남성에 대해 군의 초동 조치가 미흡했다는 지적에 대해 합동참모본부(이하 합참)는 해당 부대의 병력들이 임무 수행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23일 합참은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나흘간 합참차장 등을 중심으로 꾸려진 검열단이 진행한 현장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합참은 감시를 하고 있던 해당 부대에서 상황 간부와 영상감시 병사가 임무 수행 절차를 준수하지 않아 철책 전방에서 이동하고 있던 해당 남성을 식별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합참은 또 '수문‧배수로 일제 점검, 근원적 보안 대책 강구'지시에도 불구하고 해당 부대가 시설물 관리에 부실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합참에 따르면 검열단이 해안 철책 배수로 관리 상태를 확인한 결과, 해안수색간 부대관리 목록에 없는 배수로 3개를 식별할 수 있었다면서, 배수로 차단물의 부식 상태를 고려했을 때 해당 남성이 통과하기 전부터 이미 훼손된 상태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합참은 이어 "해당 남성을 최초 식별한 이후 사단 및 군단의 초기 상황 판단시 엄중한 상황에 다소 안일하게 대응했고, 상황 조치 매뉴얼을 준수하지 않는 등 작전 수행이 일부 미흡했다"고 밝혔다.

합참은 이 남성이 16일 오전 북한의 모처에서 잠수복을 입고 해상으로 헤엄쳐 남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이날 1시 5분에서 32분 경에 해안 장비 감시를 확인한 결과 감시 카메라 4대에서 5번 포착됐고 경고음이 2번 울렸으나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고음이 울렸음에도 제대로 조치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이날 기자들과 만난 군 관계자는 "두 번 발생했는데 첫번째 경고를 확인하지 않고 내렸다. 당시 영상감시병은 기본적으로 감시시스템 기준값 설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고 그 화면 위에 (경고 표시가) 팝업 창으로 뜬 것"이라며 "그래서 그 작업을 마치고 팝업창 확인했어야 하는 건데 확인하지 않고 내렸다. 이어서 또 팝업창이 떴는데 그것도 내린 것이 결정적 과오"라고 말했다.

근무자가 팝업창을 두 번이나 내린 것에 대해 이 관계자는 "바람이나 자연현상 등에 의한 잘못된 경보로 생각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후 이날 오전 4시 12분에서 14분 사이 합동작전지원소 울타리 경계용 CCTV에 7번 도로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는 남성이 3번 포착됐으나 위병소 근무자는 이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다고 합참은 전했다.

이어 직후인 4시 16분에서 18분 사이에 민통초소 CCTV에 검문소 북방 7번 도로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는 해당 남성이 2번 포착되어 근무자가 식별 이후 상황 보고를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해안 감시카메라부터 CCTV까지 총 10여차례나 포착됐음에도 8번이나 놓친 셈이다.

합참은 이번 사안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한다면서 △경계 작전 수행 요원의 작전 기강 확립 △과학화 경계체계 운용 개념 보완 △배수로‧수문에 대한 전수 조사 △편성, 시설 및 장비 보강요소 등 임무 수행 여건 보장 대책 등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해당 남성이 귀순한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합참은 이 남성의 귀순 여부 및 남한으로의 이동 경로 등에 대해 합동 정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남성이 북한에서 해상을 통해 6시간 동안 수영해서 내려오는 것이 가능한 일이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현재까지 확인된 것은 귀순자로 추정하고 있는 미상 인원이 오리발과 얼굴 부분만 개방된 나머지 다 일체형으로 돼 있는 잠수복을 입고 그 안에 패딩형 점퍼와 두꺼운 양말 등을 착용했기 때문에 체온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답했다.

그는 "잠수복 안에 두꺼운 옷을 입었을 경우 어느 정도 부력이 작용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당일 기상이 조금 파도가 높긴 했지만 해류 방향이 북에서 남으로 흐르고 있었고, 바다에 익숙한 귀순자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현재까지 파악된 정황만으로도 수영은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바다에 익숙하다는 것은 어떤 의미냐, 신원이 파악됐냐는 질문에 합참 관계자는 "민간인이고 어업과 관련한 부업을 해서 물에 익숙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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