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학습보다 선행해야 할 것은? '학습을 위한 준비 능력'
입학 시즌인 3월을 앞두고 있다. 아이가 학교생활을 잘 적응할지 걱정인 부모가 많다. 게다가 코로나 19로 인해 학습 격차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하니 선행학습을 해야 할지 고민이 될 것이다. 흔히 '두뇌발달=학습'이라고 생각한다. 한 조사 결과만 보더라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육아정책연구소가 2017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만 1세가 채 되지 않은 상당수의 아이들이 예체능 과목을 비롯해 국·영·수 기초 학습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살 이전에 아이의 뇌 발달이 대부분 완성된다는 말에 현혹돼 조기교육의 필요성을 지나치게 강조한 탓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시기의 아이는 추상적인 사고나 언어적 개념이 발달하지 못한 미성숙한 상태이기 때문에 지나친 조기교육이 오히려 뇌 발달을 막을 수 있다.
취학 전 아이에게 선행학습보다 선행돼야 할 것은 무리하게 학습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을 위한 준비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아이가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탐구하고 싶은 호기심, 과제에 대한 집중력, 어려운 문제를 포기하지 않는 끈기, 인과 관계를 추론하는 능력 등이 필요하다. 크게 보자면, '사고력과 논리력' 그리고 '인내심과 집중력'이다.
사고력은 생각하는 힘이고 논리력은 생각을 조리 있게 구성하는 능력이다. 이 두 가지 능력을 키우는 위한 준비는 다양한 소재로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가 '엄마! 나는 비 올 때가 좋아'라고 했을 때 '그래? 엄마는 눈 오는 날이 좋던데'라는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동시에 던진다. '비 오는 날이 좋은 이유가 그럼 뭘까?'라고 하면 아이는 '비 떨어지는 토도독 소리가 좋아. 비가 바닥에 떨어지면 동그라미가 생기는 것도 신기하고, 우비를 입으면 내가 아이언맨이 되니까'라고 자신이 생각하는 합당한 근거를 찾아 논리적인 사고를 한다. 이러한 대화의 과정을 통하여 아이는 논리적 사고습관을 가진다.
질문은 아이보다 부모가 더 많이 할 필요가 있다. 한창 호기심이 넘치는 시기에 아이가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는 '왜요'이다. 아이가 질문만 하고 부모는 대답만 하면 부모만 똑똑해질 뿐, 아이는 사고하는 힘을 잃게 된다. 아이가 왜라고 물으면 '너는 어떻게 생각해?'라고 되묻기도 해야 한다. 유대인들은 태어나서 어른이 될 때까지 '마따호세프'라는 말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 '마따호세프'란 'what do you think?'라는 뜻이다. 유대인은 나이가 어려도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대하며 아이의 생각을 자주 묻는다. 질문은 논리적 사고의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인내심과 집중력은 도전에 성공하면서 성취감을 얻고 스스로 선택한 결과를 받아들이는 훈련을 통해 완성된다. 이는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로 준비할 수 있다. 블록 쌓기, 도미노 놀이는 다른 놀이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집중해서 완성하는 시간이 길다. 그만큼 완성했을 때 강한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 도미노가 중간에 쓰러지면 좌절할 수 있지만, 무너진 도미노를 일으켜 완성하는 과정을 통하여 인내심과 집중력을 기를 수 있다. 종이접기와 장난감 조립도 단순 활동처럼 보이지만, 아이는 머릿속으로 3차원의 작품을 상상하며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 위하여 자리에 오래 앉아 집중한다.
이처럼 영유아 시기에는 국·영·수를 가르치기보다는 나중에 학습할 수 있는 토대가 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아이가 첫걸음마를 하기 위해 뒤집기, 배 밀기, 기어 다니기, 잡고 일어서기, 걷기의 단계를 거치듯이 학습도 일정한 단계를 거친다. 육아의 최종 목표는 공부 잘하는 아이로 키우는 것이 아니다. 올바른 판단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튼튼한 토대를 만들어주는 것이 영유아기 두뇌발달의 핵심이다.
*칼럼니스트 정효진은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글쓰기말하기센터 연구교수로 일하고 있다. 서로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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