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현의 창(窓)과 창(槍)]빛 바랜 사진 속의 슬픈 영웅..잊혀진 1940년대 월드클래스 육상 스타 김원권
[스포츠서울 고진현기자] 빛바랜 낡은 사진 한 장에는 많은 사연이 담겨 있었다. 거대한 역사의 숨결은 물론이거니와 개인과 가족의 애잔하고도 특별한 운명까지…. 덤덤한 흑백사진속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살아 숨쉬는 인간의 삶이 그대로 녹아 있다. 이것들이 씨줄과 날줄로 얽히면서 토해내는 역사의 스토리텔링은 그야말로 흥미롭기 그지없다.
은퇴이후 그의 사진이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1958도쿄아시안게임 당시 장싱쉬엔과 손기정과 나란히 사진을 찍은 김원권은 1948런던올림픽 출전이후 돌연 일본으로 귀화하면서 국내에서 사실상 잊혀진 인물이 됐다. 손기정과 김원권은 남다른 사이다. 사진을 찍을 당시에 둘은 처남과 매부 사이였다. 손기정의 두번째 부인인 김원봉의 오빠가 바로 김원권이다. 손기정의 첫번째 부인은 조선 최고의 여자육상 스타이자 신여성이었던 강복신(1916~1944)이다. 여자 육상 200m와 멀리뛰기 조선기록 보유자였던 강복신은 평양 부호의 딸로 일본 유학 후 동덕여고 체육교사로 활동하던 1939년 손기정과 결혼했다. 일본 니카이도여자체육전문학교(현 일본여자체육대학) 유학생 출신인 그와 ‘마라톤 왕’ 손기정의 결혼은 장안의 화제였다. 아쉽게도 단란했던 결혼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강복신은 억척같은 신여성의 삶을 사느라 건강을 돌보지 못해 1944년 출산 후 급성간염으로 유명을 달리했기 때문이다.
손기정이 강복신과 사별 후 맞이한 두번째 부인인 김원봉은 앞에서 언급했듯이 김원권의 여동생이다. 6살 위의 선배인 손기정을 각별하게 따랐던 김원권은 사별한 손기정이 안타까웠는지 자신의 여동생을 손기정의 부인으로 맺어주면서 처남과 매부의 인척관계가 됐다. 김원권이 한국 역사에서 철저히 사라진 배경에는 슬픈 가족사가 숨어있다. 학병 출신인 그는 일본인 아내 사이에서 두 자녀를 뒀지만 전쟁이 끝난 뒤 한국에서 새 가정을 꾸렸다. 그러나 일본의 두 자녀가 눈에 밟혔는지 1948런던올림픽 참가이후 소리 소문없이 일본으로 귀화해 한국 역사에서 사라졌다. 김원권의 여동생 김원봉은 무리한 사업을 벌이다 손기정에게 큰 피해를 입히면서 가정까지 깨졌다. 사진을 찍은 이때만해도 김원봉의 오빠 김원권과 손기정은 처남과 매부 사이로 돈독했지만 김원봉이 사망한 1970년 이후 둘의 소식도 끊어졌던 모양이다. 이 빛바랜 사진 한장 속에는 그야말로 많은 게 담겨있다. 사진 속 옅은 미소를 띤 김원권의 표정이 어쩐지 애잔하고 슬프다.시대를 잘못 타고난 불운,그것 또한 역사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하다.
편집국장 jhkoh@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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