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화마 속 인명 구한 카자흐 의인 "몇번이고 같은 선택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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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오후 11시께 카자흐스탄 출신 율다셰프 알리아크바르(29) 씨는 자신이 살던 강원 양양군 양양읍의 한 3층 원룸 건물에서 불이 난 것을 발견했다.
알리 씨는 23일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대단한 일을 한 게 아닌데 다시 화제에 올라 쑥스럽다"라며 "만일 그런 상황을 다시 맞닥뜨린다고 하더라도 한치 망설임 없이 똑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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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지난해 3월 오후 11시께 카자흐스탄 출신 율다셰프 알리아크바르(29) 씨는 자신이 살던 강원 양양군 양양읍의 한 3층 원룸 건물에서 불이 난 것을 발견했다. 망설임 없이 화재 현장으로 뛰어든 그는 "불이야!"라고 외치며 모든 집 대문을 두들겨 입주민 10여 명을 대피시켰다.
그 와중에 2층에 있던 한 여성이 대피하지 못한 것을 발견한 알리 씨는 옥상에서 가스관을 잡고 내려가 구조를 시도하다가 등과 목, 손 등에 2∼3도 화상을 입었다.
당시 그가 신분이 드러날 경우 출국할 수밖에 없는 불법체류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더 큰 화제를 낳기도 했다.
알리 씨는 23일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대단한 일을 한 게 아닌데 다시 화제에 올라 쑥스럽다"라며 "만일 그런 상황을 다시 맞닥뜨린다고 하더라도 한치 망설임 없이 똑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7년 말 관광비자로 한국을 찾은 그는 공사 현장이나 공장 등에서 일하며 생계를 이어왔다. 힘들게 모은 월급은 고국에 있는 부모님과 아내, 아이에게 보내졌다.
1년 전 화재 당시 그는 이웃 주민들의 도움으로 서울의 한 병원에서 화상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치료 과정에서 불법 체류 사실을 법무부에 자진신고하면서 본국으로 출국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그는 "당시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며 "사람 목숨이 먼저 아니냐"고 강조했다.
불법 체류자 신분이 드러나는 게 걱정되지 않았냐고 묻자 "당시 집 안에 있는 주민들이 걱정됐고, 이들을 구하는 일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알리 씨의 딱한 상황이 알려지자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그가 한국에 머물 수 있도록 해달라'는 글이 올라와 수만 명이 동의하기도 했다.
결국 정부는 지난해 7월 의사상자심사위원회에서 알리 씨를 의상자로 인정했고, 이에 따라 그는 법무부에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됐다.
지난해 말 영주권을 얻은 그는 최근 인천 연수구의 고려인 마을로 이사해 인천 남동공단의 한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영주권을 받아든 순간 눈물이 다 났다"며 "지금도 지갑 속에 항상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샌딩작업(철골 구조물 등의 녹 제거를 하는 일)과 페인트칠을 맡고 있다"며 "가끔 고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한국에 와서 이보다 더 좋았던 날이 없었던 것 같다"고 웃음을 지었다.
처음 한국에 도착했을 때 추운 날씨 속에서 말도 안 통하고 돈도 없었던 상황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항상 불안함 속에서 일자리를 구해야 했던 과거에 비하면 지금은 정말 행복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려인 마을에는 모국 음식을 파는 식당도 쉽게 찾을 수 있고, 동포들도 많다"며 "직장 동료 모두 좋은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마음 한편에는 걸리는 부분도 있다. 고향에 떨어져 사는 가족이다.
"인터넷으로 뒤늦게 뉴스로 제 소식을 들은 부모님은 한편 걱정도 하시긴 했지만 '대견하다'고 하셨어요. 아들은 자랑스럽다고 했고요. 막내딸이 한국 나이로 3살인데 얼마나 예쁘고 귀여운데요. 퇴근하고 매일 화상 통화하면서 그리움을 달래고 있습니다."
알리 씨가 손 꼽아 기다리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 이달 말 일주일 정도 휴가를 받아 고향에 다녀올 예정이다.
그는 "지난해 여름 이후 처음으로 가족을 만나러 간다"며 "언젠가 한국에서 우리 식구가 다 같이 모여 행복하게 사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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