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과 갈등의 20세기 끝내고 평화와 통일의 21세기로

임형두 2021. 2. 23.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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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중 재일 정치학자의 저서 '한반도와 일본의 미래'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올해로 남북이 유엔에 동시 가입한 지 30년이 됐다. 유엔 가입은 남한과 북한이 40년 넘도록 대립·적대했던 관계를 완화하는 중대 계기였다.

지난 30년간 한반도에서는 분단 상황을 변화시키려는 시도와 함께 그에 따른 시행착오가 이어졌다. 북한 핵위기와 북미 대립이 그 징후였다. 한일 관계도 한반도 정세 흐름의 변수 구실을 했다.

재일 정치학자인 강상중(姜尙中·71) 도쿄대 명예교수는 한국전쟁이 발발하던 해인 1950년 일본에서 태어났다. 재일한국인 2세라는 정체성과 분단 조국의 대치 상황은 그를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하는 '경계의 존재'로 만들었다.

저서 '한반도와 일본의 미래'는 그 경계에 서서 한반도와 일본은 물론 주변국에서 벌어진 사건의 의미를 밝히고 그 속에서 벌어진 갈등과 평화를 위한 시도들을 정리한다. 남북 사이의 갈등은 물론 한반도와 일본의 갈등을 끝낼 방법은 한반도 분단 체제를 해체하는 길밖에 없다는 게 그의 일관된 주장이다.

이번 책은 한반도와 일본의 미래를 자신의 경험과 감각에 의지해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지난 70년 동안 한국과 북한, 그리고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이 벌인 외교 협상과 그 합의·조약들을 바탕으로 객관적이고 설득력 있는 미래를 제시한다.

"냉전 종식으로부터 30년이 지났다. 한반도와 그 주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달성하기 위한 행보는 일진일퇴를 거듭하면서 착실하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강 교수의 말처럼 한반도에서 '평화'와 '통일'이라는 말은 코앞까지 다가왔다가 순식간에 사라지곤 했다. 1972년의 '7·4남북 공동성명', 1991년의 '남북 기본합의서'. 2000년의 '6·15 남북공동선언' 등 남북은 수 차례 평화와 통일을 약속하며 손을 마주 잡았지만 그 약속들이 이내 유명무실해져 버렸다.

2018년 4월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나며 남북 관계는 물론 북미 관계까지 급진전하는 듯했으나, 이 또한 이듬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난 뒤 동력을 상실했다.

그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한국을 수출 관리 화이트국 우대 조치에서 제외하는 강수를 뒀다. 이후 한국은 무역 및 군사 협력 문제를 놓고 일본과 팽팽히 맞섰고, 미국과 공조해 해법을 찾던 북핵 문제도 수렁에 빠져들었다.

그저 절망할 일인가. 이처럼 익숙한 후퇴를 저자는 달리 해석한다. '나선형 계단'이란 비유를 통해서다.

"나선형 계단을 오르는 모습을 바로 아래에서 본다면 똑같은 원을 그리는 운동을 영원히 반복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리를 옮겨 옆에서 바라보면 그 발걸음이 목표를 향해 착실히 올라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남북의 공존과 평화, 한반도의 평화를 향한 여정도 역사의 나선형 계단을 오르고 있다."

저자는 제자리걸음만 하는 것 같은 남북 갈등과 한반도의 위기 역시 다른 관점에서 보면 착실히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이라고 낙관한다. 평화와 통일은 어느 한순간 휘몰아치듯 찾아오지 않으며, 차곡차곡 쌓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역사는 결코 비약하지 않는다'는 명제를 세우고, 그 아래에서 남과 북, 일본과 미국, 중국,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국이 함께 만들어온 화해와 협력의 시도를 들려준다.

한국에 일본은 북한·미국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을 때 돌파구 역할을 하는 중요한 파트너라고 강조한다. 그 예로 1980년대 후반에 야스히로 내각이 노태우 대통령의 북방 외교를 지원하며 남북 유엔 동시 가입을 지지했던 일과 2000년대 초반 고이즈미 내각이 북일 관계를 진전시키며 북미 교섭을 중재했던 일을 꼽는다. 물론 아베 신조 내각이 압박 일변도의 대북 강경책만 고집하며 한반도 문제 해결에서 일본의 역할을 스스로 축소시켰다고 가차 없이 비판하기도 한다.

이렇듯 최근에 한일 관계가 순식간에 나락에 빠져든 이유는 뭘까? 강 교수는 반목의 한 원인으로 정치 엘리트의 세대교체를 든다. 과거에 양국은 상호 문화 차이나 국민감정을 깊이 이해하는 정치인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했지만, 정계의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연결 고리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와세다대학에 다니던 1972년, 한국 방문을 계기로 일본 이름을 버리고 '강상중'이라는 본명을 쓰기 시작한 저자는 재일 한국인 최초로 도쿄대학 정교수가 됐고, 이후 도쿄대 대학원 정보학과 교수와 현대한국연구센터장, 세이가쿠인대학 총장을 거쳐 지금은 구마모토현립극장 관장 겸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노수경 옮김. 사계절. 232쪽. 1만5천원.

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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