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코로나19 4차 대유행 온다"
(시사저널=노진섭 의학전문기자)
코로나19 3차 유행이 한창이던 올해 초부터 전문가들은 4차 유행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해 왔다. 정부도 최근 코로나19의 4차 유행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2월4일 "3월에 유행이 다시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전문가를 비롯해 방역 당국에서도 그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못하고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런 가운데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4차 유행은 반드시 온다"고 강조했다. 여러 가지 불확실한 요소가 많기 때문에 코로나19 4차 유행의 시작점을 구체적으로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대략 3월께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또 과거 코로나19 유행 패턴을 복기해 볼 때 유행파 간격은 짧아지고, 유행 규모는 커지는 양상이다.
짧아지는 유행 간격, 커지는 유행 규모
감염병은 일반적으로 수학적 모형을 통해 그 변화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지난 1년 동안 국내 코로나19 유행 패턴을 정리하면 3차례의 큰 유행이 있었다. 코로나19의 국내 1~3차 유행 간격과 규모를 분석한 정 교수에 따르면, 1차 유행의 정점은 지난해 3월3일, 2차 유행의 정점은 8월26일, 3차 유행의 정점은 12월24일이었다. 1차와 2차 유행 정점 사이 기간은 176일이었고, 2차와 3차 유행 정점 사이는 120일이었다. 약 56일 단축된 것이다. 유행의 끝과 다음 유행의 시작 사이의 간격은 휴지기다. 1차 휴지기는 122일 정도, 2차 휴지기는 약 45일로, 휴지기가 78일 단축됐다.
방역 수준, 변이 바이러스, 백신 접종 등 다양한 요소가 있어 4차 유행의 구체적인 시기와 규모를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힘들지만, 지난 유행 패턴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는 유추해 볼 수 있다. 2차 유행 정점과 3차 유행 정점 사이가 약 120일인 점을 그대로 대입하면 3차 유행 정점인 12월24일부터 최대 120일 후 4차 유행 정점에 도달한다고 볼 수 있다. 사실 1차와 2차 사이, 2차와 3차 유행 사이가 단축된 점을 보면 4차 유행 시기는 이보다 더 일찍 찾아올 수 있다. 이런 점들을 모두 고려할 때 3월4일에서 4월23일 사이에 4차 유행의 정점에 도달한다는 것이 정 교수의 예측이다.
코로나19 유행 주기가 짧아지는 양상인데, 이는 확진자나 감염 의심자의 규모가 확대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1차 유행 때는 하루 신규 확진자가 500명 안팎이었다. 2차 유행 시기에는 500명 이하였지만, 3차 유행 시기에는 1000명을 넘었다. 특히 각 유행 시기의 중간에 해당하는 휴지기의 신규 확진자는 꾸준히 증가해 왔다. 하루 신규 확진자는 1차 휴지기에 10~30명대, 2차 휴지기는 50~100명대였고, 현재 3차 유행의 종료 시점에는 200~500명대로 예측된다. 실제로 올 1월초 1000명이던 하루 감염자 수는 1월10일 이후 500명 선으로 줄어들었지만 이후부터 2월17일 다시 600명대로 증가하는 등 좀처럼 더 감소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4차 유행을 맞으면 그 규모는 예전보다 클 것으로 전망된다.
백신 접종 시작 무렵에 확진자 급증 양상
이른바 코로나19 4차 유행이라는 태풍이 다가오고 있는데, 더 큰 문제는 태풍의 눈이 두 개나 생겼다는 점이다. 그 첫 번째는 4차 유행으로 예상되는 3~4월이 국내에선 한창 백신을 접종하는 시기라는 점이다. 백신 접종을 시작하면 코로나19 상황이 호전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미국이 백신 접종을 시작한 지난해 12월15일 신규 확진자는 약 20만 명이었지만, 그 수가 12월18일 약 25만 명으로 증가했고 올해 1월8일에는 30만 명 이상으로 최고점을 찍었다. 지난해 12월8일 세계 최초로 백신 접종을 개시한 영국도 약 1만2000명이던 확진자가 꾸준히 증가해 1월8일 약 6만800명까지 치솟았고, 12월19일 접종을 시작한 이스라엘도 2000명대이던 신규 확진자가 1월20일 약 1만 명까지 급증했다.
인과관계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백신 접종 소식에 국민의 방역 의식이 낮아졌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런 외국 사례를 보면 인구집단 전체의 접종률이 10%를 넘기 전까지는 확진자의 감소 추세가 뚜렷하지 않다. 최소한 백신 1차 접종 후에도 몇 주가 지나야 면역이 형성되므로 접종률이 어느 수준에 도달하더라도 즉각적으로 유행이 감소하지 않는 것이다.
결국 3차 유행이 끝나는 시점의 확진자가 이미 많이 늘어나 있는 상태이고, 백신 접종 시기에 확진자가 급증하는 외국 사례 등을 고려하면 4차 유행 시기는 가장 취약한 시기여서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정 교수가 4차 유행이 정점을 이룰 3~4월에 하루 2000명 단위의 확진자 발생에 대비할 것을 제안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두 번째는 변이 바이러스 문제다.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변이 바이러스는 크게 3가지다. 영국·남아공·브라질에서 각각 발생한 변이 바이러스는 모두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세졌고 기존 백신 효과를 떨어뜨린다는 공통점이 있다. 예를 들어 모더나 백신은 남아공발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효과가 기존보다 6분의 1로 떨어졌다. 일부에서는 항체 형성 후에도 변이 바이러스에 재감염되는 사례가 보고됐다. 우리가 최초로 접종하는 아스트라제네카도 일부 변이 바이러스에 거의 효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은 2월1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코로나19에 감염됐더라도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의 재감염을 막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아공발 변이 바이러스에) 재감염될 확률이 아주 높았다"고 말했다.
4차 유행의 최대 변수는 변이 바이러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백신 접종 시기도 늦고 백신 물량이 부족해 올 상반기 접종자 수도 적다. 국민 5명 중 1명 정도(1030만 명)만 올 상반기 접종 대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변이 바이러스 대유행이 닥치면 속수무책의 상황이 될 수 있다. 또 날이 따뜻해지는 봄철이 다가오면서 야외 이동량도 늘어날 수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변이 바이러스 유입으로 4차 유행이 가능하다고 본다. 이미 지금 지역사회로 퍼진 상황을 보면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이 어느 정도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우리는 3차 유행을 경험하면서 몇 가지 교훈을 얻었다. 유행파가 온 후에 방역 단계를 올려도 큰 효과가 없었다는 점이다. 선제적 방역과 국민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또 빠른 백신 도입과 접종으로 집단면역을 형성해야 코로나19 4차 유행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의 4차 유행 규모는 변이 바이러스에 달렸다. 영국·남아공·브라질·미국 캘리포니아 등 세계 여러 곳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나왔다. 모두 전파력이 평균 40% 빠르고 백신 효과를 떨어뜨린다는 공통점이 있다. 따라서 기존 방역보다 높은 수준의 방역을 가동해야 한다. 지역·연령·성별로 확진자를 대상으로 전장 유전체 검사를 해서 변이 바이러스 실태 파악을 하자고 전문가들이 지난해 말부터 여러 번 건의했는데 정부가 듣지 않았다. 정부는 늘 일이 터진 뒤에야 뭘 한다"고 했다.
변이 바이러스,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해외 입국자의 철저한 격리 준수와 빠른 집단면역 형성이 관건
2월17일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확인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는 크게 3가지다. 최근 미국에서 추가로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한 것으로 추정되는 것까지 포함하면 4가지나 된다.
지난해 8월초 남아공에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확인됐다. 9월에는 영국에서, 12월에는 브라질에서 각각 다른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했다. 남아공발 변이 바이러스는 45개국, 영국발은 86개국, 브라질발은 16개국으로 퍼졌다. 사실상 전 세계로 확산한 셈이다.
국내에도 이 3가지 변이 바이러스가 모두 유입됐다. 2월17일 기준 국내에서 99명이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로 확인됐다. 해외 유입뿐만 아니라 지역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전파된 사례도 2월4일 발생했다. 변이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을 완벽히 막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해외 입국자가 검사를 충실히 받고 자가격리 수칙을 준수하면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다.
현재 영국·남아공·브라질 등 위험국에서 들어오는 사람은 입국 후 임시생활시설로 이동해 음성이 나올 때까지 격리된다. 만일 자가격리 수칙을 위반하거나 자가격리 중 가족 간 감염에 의한 전파가 있을 경우 우리의 방역 대책은 쉽게 무력화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로서는 변이 바이러스 확산을 최대한 지연시키고, 백신 접종을 얼마나 신속히 시행하느냐가 관건이다. 당장은 변이 바이러스의 해외 유입을 차단하고 지역사회 감염을 찾아내는 동시에 변이 바이러스에 맞춰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 조정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세계 제약사들은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을 추가로 개발할 움직임을 보인다.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는 올해 가을까지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는 차세대 백신을 생산하겠다고 2월3일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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