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클럽] 마감과 홧술

곽아람 기자 2021. 2. 23.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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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 이야기의 교훈에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거북이보다는 토끼를 더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저자는 “모든 사람에게는 최고의 운명이 있다”는 오프라 윈프리의 말을 인용하며 “레이트 블루머는 게으른 사람이 아니라 자기 나름의 방법에 따라 최고의 운명을 찾아내는 사람”이라 말한다. /게티이미지 코리아

‘난초형 인간’이신가요? 아니면 ‘민들레형 인간’?

미국 작가 데이비드 돕스는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에 따라 인간을 ‘난초’와 ‘민들레’로 나눕니다. 스트레스 반응에 둔감한 사람들은 대개 외향적이며 다양한 환경에서 잘 지냅니다. 마치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민들레처럼요. 반면에 반응에 민감한 사람들은 난초처럼 특정한 환경에서만 잘 자란다는군요.

경제전문지 ‘포브스’ 발행인이자 미래학자인 리치 칼가아드는 조기성취를 찬양하는 이 시대, 그래도 꿋꿋이 존재하는 대기만성형 인간의 장점을 다룬 책 저서 ‘레이트 블루머’에서 말합니다. “만일 우리가 레이트 블루머라면 기질상 난초에 가까우며, 그런 기질에 맞지 않는 화분 안에서 자라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난초형 인간’은 기질에 맞는 화분으로 분갈이를 해야 하는데, 그렇다고 너무 동떨어진 분야로 옮겨가면 안 된다는군요. 저자는 한 예로 저널리스트는 홍보 분야로 옮겨갈 때 많은 이점이 있다고 이야기해줍니다.

神童 아니어도 괜찮아… ‘대기만성 화분’서 꽃필 날 기다려라

빌 게이츠가 사랑한 책/그래픽=양진경 기자

지난주 세계가 주목한 인물은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이라는 책을 낸 빌 게이츠였죠. 빌 게이츠는 억만장자이자 자선사업가, 그리고 독서광으로도 유명합니다. 매년 두 번 여름휴가철과 성탄절 무렵 읽을만한 책을 열 권 가량 추천해 왔죠. 빌 게이츠를 인터뷰한 양지호 기자가 ‘독서광’ 빌게이츠를 파헤쳤습니다. 게이츠가 ‘스타워즈’ 신작보다 더 기다리는 책은 체코 출신 에너지 전문가 바츨라프 스밀의 신작이라고 하는군요.

스밀과 하라리가 빌 게이츠 머릿속을 지배한다

“내일부터 힘내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쓸 작정이지만, 쓰려고 하면 괴로워집니다. 누군가에게 대신 써달라고 부탁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그래도 17일 아니면 18일까지는 보내겠습니다. 자네와 인쇄소가 입을 헤 벌린 채 기다리면 미안하니까.”

1905년 12월 11일 나쓰메 소세키가 대표작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연재하던 잡지 ‘두견’ 발행인 다카하마 교시에게 쓴 편지 내용입니다. 소세키 같은 인물도 마감 때 글이 써지지 않아 괴로워했다니 어쩐지 마음이 놓입니다.

작가의 마감

일본 작가 30명의 마감 분투기를 엮은 ‘작가의 마감’(정은문고)에는 이처럼 범인(凡人)에게 위안을 주는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글을 쓰기 시작하면 자주 짜증이 난다. (…) 다 쓰고 나면 언제나 녹초가 된다”고 1917년 ‘문장세계’에 기고한 ‘나와 창작’에서 털어놓습니다. 다자이 오사무는 1940년 신문 연재글에 “가끔 신문사로부터 수필을 청탁받고 용감하게 달려드는데 이건 아니야 저것도 아니야 하며 쓰던 원고를 찢어버린다. 고작 열매 내외 원고에 사흘이고 나흘이고 끙끙댄다”고 적었네요.

마감에 허덕이는 일상을 사는 건 기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단 첫문장을 쓰고 리듬을 타기 시작하면 일사천리인데 그 ‘리듬’을 이어가기가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소세키는 말합니다. “다만 나는 쓰기 시작하면 거드름을 피우며 일부러 펜을 늦추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

“또다시 미완성 원고를 찢어버리고는 홧술을 들이켰다.” 이 절절한 문장은 소설가 마키노 신이치가 1935년 8월 잡지 ‘신조’에 쓴 ‘나의 생활에서’의 일부입니다. 미완성인 것만 같은 원고로 겨우 마감을 마치고 홧술을 들이키기 일쑤인 요즘 저의 일상과 겹치는군요.

마감 때문에 머리 싸매고 있자니 언젠가 선배가 건넨 위로의 말이 떠오릅니다. “신문 지면 비어서 나오는 거 봤어? 걱정 마, 마감이 다 해줄거야.” 그러네요. 어떻게든 신문은 나오지요. 이쯤 되면 마감의 ‘마법’이라고 해야 할까요? 곽아람·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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