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靈巖) 월출산 '화승조천'의 기상, 달(月)은 그저 소품

2021. 2. 23.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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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동양화, 기암괴석은 운무와 밀당하고..
아침햇살로 평야 메운 구름 밀려날 때 장관
월등·특출,김시습 "남도제일, 그림같은 산"
신령스런 '큰바위얼굴', 건강,인문학의 산실
왕인박사 일본에 문명 전하려 출발했던 곳
낭주골 처녀 등 트로트박물관, 도기박물관도
육낙,불낙,매실소 '매력한우',배 등 건강푸드
자연산 큰바위 얼굴, 월출산 구정봉. 미국 사우스다코나주의 러시모아 인공 큰바위얼굴과는 달리 신이 빚어낸 자연산인데다 도사 혹은 왕인 선생 면모라서 친근하고 믿음직스럽다. [영암군청 제공]
실경 동양화. 월출산 석산과 운무의 아침 밀당. 빛이 구름을 밀어내는 화승조천.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남도에 제일가는 그림 같은 산 있으니(南州有一畵中山), 달은 청천에 뜨지 않고 산간을 오르더라(月不靑天出此間).’

영암하면 떠오르는 것은 월출산, 기(氣)찬 건강 탐험, 도기, 한우, 배 등이다. 트로트팬들은 하춘화의 ‘영암아리랑’, 이미자의 ‘낭주골 처녀’로 기억할 수도 있겠다.

굳이 매월당 김시습의 칠언절구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월출산의 기개와 수려함은 빼어나다. 미국 사우스다코나주의 러시모아 큰바위얼굴은 인공이지만 영암 월출산 구정봉 큰바위 얼굴은 자연이 빚어낸 산신의 얼굴이라 영험해 보인다. 산의 별칭도 남도 금강산이다.

아침 운무가 영암 들녘을 가득 메울 때 오르면, 그야말로 천상에 석산만 불쑥 솟아나온 실경 수묵화가 된다. 스위스 리기산이 부럽지 않다. 고산 윤선도는 “두어라, 해 퍼진 후면 안개 아니 걷히랴!”라며 희망을 노래했고, 청담 이중환은 아침에 운무가 걷히면서 월출산의 장쾌한 풍광이 깨어나는 모습을 ‘화승조천(火昇朝天:아침 하늘 불꽃같은 기상)으로 극찬했다.

신령스런(靈) 바위(巖)는 영암이고, 이는 바로 월출산을 뜻한다. ‘월’은 月(달월)이거나 越(월등할 월)이거나 둘 다 이거나 하다는 해설사의 설명도 들린다. [영암군청 제공]

북쪽은 기암괴석 돌산이고, 강진 백운동 원림을 끝자락에 둔 남쪽은 흙산이다. 제2봉인 ‘큰바위얼굴’ 구정봉 인근에 국내 최고해발에 위치한 마애여래좌상이, 월출산 동서 끝자락 천황사, 도갑사에 국가지정 보물들이 있는 등 문화재가 많다.

‘신령스런 바위’라는 뜻의 영암(靈巖)에 기(氣)가 충만하다. 달뜬 모습이 아름답다는 뜻으로 ‘月’을 붙였지만, 그 어떤 것 보다 월등하고 특출나다는 뜻의 ‘越出(월출)’이며, 달은 그저 한밤의 소품일 뿐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설명도 들린다.

신(神)의 전시장엔 운무와 산세의 밀당이 빚어낸 동양화, 300명이 족히 앉을 천황봉 정상 너럭바위, 베틀굴-남근석의 음양조화, 칠지폭포-용추폭포, 돼지바위, 불상바위, 옥판봉 등 기암괴석이 즐비하다.

앞으로 한달 남짓 지나면 월출산 호위 아래, 넓은 들녘은 유채로 노랗게 변하고, 왕인 선생의 문명 전파 정신이 담긴 백리벚꽃길은 핑크빛 붓이 되어 신령스런 고을을 구획정리하게 된다.

영암은 일본 아스카문명의 시조인 백제 왕인박사와 신라말 선지자인 도선국사를 낳았다. 명필가 한석봉이 수학하고 국민가수 하춘화가 천부적 재능을 받은 곳이며, 2020 미국골프기자협회 선정 올해의 선수 김세영의 성장기 훈련을 지원(아크로CC)한 곳이다.

왕인박사의 고향, 월출산 서쪽 구림마을에 있는 상대포는 그가 405년에 일본으로 떠난 곳이다. 왕인은 일왕의 초청을 받아 논어 10권과 천자문 1권을 가지고 일본으로 건너가 태자의 스승이 되었고 함께 일본으로 간 기술자들을 통해 문명을 전했다. 유적지 정문인 백제문을 들어서면 일본에서 헌정한 왕인정화비가 있다. 현지 다이니혼정 신사 등에선 신(一本松明神)으로 모신다. 왕인 선생을 통해 문명의 눈을 뜬 일본의 벚꽃사랑은 수천년 역사를 가진 영암 백리벚꽃길에서 유래됐을 가능성이 있다.

왕인축제. 선생이 구림 상대포를 떠나는 모습 재연
일본에서 방한한 왕인 박사 후예들과 영암의 리더들이 영암 상대포에서 배례를 올리고 있다.

올해 왕인축제는 4월 1~16일 온라인으로 열린다. 더 다채롭고, 더 많은 국민이 함께할 수 있다. 현재 왕인 역을 할 인사를 모집중이다.

월출산 북쪽, 벽화가 아름다운 모정마을은 운호 호수와 원풍정이 어우러져 절경을 연출하는데, 해맞이 달맞이 명소, 전남 마을숲 콘테스트 대상, 전남도 행복마을, 녹색농촌체험마을, 반찬사업 대상, 참 살기 좋은 마을로 선정되는 등 맛-멋-흥이 조화롭다.

‘기(氣)’는 청정 묏길트레킹(천황사 주차장~탑동약수터~기체육공원~기찬랜드), 자연계곡풀장랜드, 건강센터, 고려 청자 보다 앞선 시기 빚어낸 예술적 그릇 도기 박물관 등에 두루 쓰이는 영암식 접두어다.

기찬랜드
영암 도기박물관 지붕엔 그릇기(器)가 아닌 기운기(氣)자가 크게 새겨져 있다.

최근 영암 월출미술인회는 왕인박사유적지에 ‘우리 동네 미술, 보go, 걷go, 놀go 월출산’이라는 대형 조각품을 세웠고, 도기박물관은 ‘월출의 달’을 문화상품으로 제작해 대국민 보급에 나섰다.

요즘 뜨는 트로트가요센터가 개관한지 1주년이 지나 포스트코로나 손님맞이 준비에 한창이고, 삼호읍 포뮬러 원 코리아 그랑프리(F1 국제자동차 경주대회) 경주장은 일반인의 거리두기 체험 시스템을 구축했다.

도기박물관 ‘월출의 달’
영암 육낙

최근 전국생산 1위인 무화과 농가들이 민관 합작으로 달빛 무화과 쌀빵을 출시한 가운데, 영암군은 바다와 육지를 모두 품은 고장 답게 육낙과 불낙, 육회비빔밥, 매실 먹은 ‘매력한우’, 영암 배, 한방닭요리, 장뚱어탕, 민물장어구이, 영암 숭어 어란, 금정토하젓, 황토고구마, 대봉감, 멜론 등 풍부한 먹거리를 보유하고 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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