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무도장 감염' 심상치 않다..새 뇌관 출현에 방역당국 비상

이상휼 기자,김평석 기자,이윤희 기자 2021. 2. 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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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령층 춤추러 전국 원정..방문자 '허위기록' 허다
진관산단 외국인 120명 확진자 대부분은 '불법 체류자'
서울의 한 콜라텍 내부 © 뉴스1 (자료사진)

(경기=뉴스1) 이상휼 기자,김평석 기자,이윤희 기자 = 강도 높은 '모임 규제' 등 방역 강화로 이달 초까지 주춤했던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치솟고 있다. 특히 외국인, 춤무도장, 2030 클럽 등에서 집단감염과 n차감염이 터져나오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4차 대유행' 조짐이 일고 있다.

남양주 진관산업단지발 외국인노동자 17개국 120명 무더기 감염, 평택 외국인 사교모임 10명 집단감염 등 외국인발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진관산단 외국인노동자의 경우 대부분 불법 체류자라서 유증상이 나타나도 검사 받으러 가길 주저하거나 꺼리는 분위기가 강했다. 또한 공장에 마련된 합숙소에서 '밀접·밀집·밀폐'의 열악한 생활과 노동환경을 이어나가면서 결국 한꺼번에 114명 무더기 감염이라는 초유의 확진 기록을 썼다.

평택은 SNS를 기반으로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사교모임을 가졌다. 이들이 모임에는 미군 장병 1명을 포함해 21명의 외국인이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 서울, 충남, 경북 등 전국 각지의 외국인들이 평택에 모여 '파티' 등 유흥을 즐겼다. 방역당국은 이들이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를 위반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성남의 춤무도장 5곳에서는 22일 59명의 확진자가 쏟아졌다. 아직까지는 성남, 용인, 광주를 비롯한 경기남부에서만 관련 환자가 나오고 있지만 환자 발생이 어느 지역까지 이어질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기북부권에서도 의정부 춤무도장(콜라텍) 관련 확진자가 13명 발생했다. 의정부, 양주시, 서울 도봉·노원·중랑구 등에서 산발적으로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무도장 확진 확산세…서울·대전·대구·부산 원정

59명의 확진자가 쏟아진 성남시 무도장 5곳에서는 출입자 상당수가 연락처를 허위기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방역당국이 출입자를 특정하는 데 애먹고 있다.

대부분이 노령층이어서 신분이 노출되는 것을 꺼려해 연락처를 허위로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당국은 연락처를 허위 기재한 출입자 가운데 20명 가량을 특정하고 GPS 위치 확인 등 추적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산발적 감염이 이어지는 의정부시내 무도장(콜라텍)도 마찬가지다. 노인들이 좁은 공간에서 이성들과 함께 어울리는 특성 때문에 선뜻 '콜라텍을 다녀왔다'고 가족에게 말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경우가 잦다고 한다. 배우자는 물론이고 자녀들에게도 콜라텍을 다녀온 사실을 말하기 민망해 태연한 척하는 노인들이 많아 세부 역학조사에 차질이 우려된다.

경기북부의 한 지자체 방역담당자는 "콜라텍 방문자들은 증상 유무에 관계없이 가까운 선별진료소로 가서 검사받아달라고 수차례 재난문자메시지와 유선으로 통보했지만 신속한 검사가 이뤄지지 않아 답답하다"며 "쉬쉬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크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관련자들이 '쉬쉬'하는 동안 의정부 콜라텍 관련 감염은 양주시와 서울 강북 일대 등으로 확산되는 조짐이다. 시 방역당국이 파악한 인원은 현재까지 13명이다.

당국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출입명부를 수기가 아닌 QR코드나 문자QR코드로만 작성하도록 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무도장 관련 성남, 용인, 광주, 의정부, 양주, 서울 등 비롯한 경기도와 서울 등 수도권에서만 관련 환자가 나오고 있지만 전국 각지에서 산발적 확진자가 나올 수도 있다.

이른바 무도장 '단골'이라는 70대 남성 A씨(용인시)는 "한 곳만 가면 거개가 아는 얼굴이라 싫증난다"며 "영감들 사이에서 물 좋기로 소문난 서울, 부천, 성남, 평택 등 수도권 일대를 섭렵하지 않으면 섭섭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끔 여행하는 기분으로 충남 천안, 대전, 대구까지 가기도 하고 바다를 볼 겸 부산의 무도장에도 원정 간다"고 귀띔했다.

1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경기 남양주 진관산업단지 이동검사소에서 근로자들이 전수검사를 위해 줄 서 있는 모습. 2021.2.17 © News1 안은나 기자

◇'진관산단발' 외국인노동자 집단감염 쇼크

지난 13일 캄보디아 국적 1명이 확진된 후 17일 114명이 한꺼번에 감염되면서 충격을 준 남양주 진관산업단지 관련 누적 확진자는 22일까지 165명에 달한다.

플라스틱 제조업체 종사자 129명, 이 업체 종사자의 가족·지인 34명, 진관산단 내 다른 공장 직원 등 2명이다.

특히 플라스틱 업체 종사자 총 177명 중 내국인 9명, 외국인 120명이 확진됐다. 17개 국적인 외국인 근로자들은 대부분 불법 체류자로, 공장 내 기숙사에서 합숙생활했다.

이들 중 8명은 지난 설 연휴 때 수도권으로 외출했는데 5명이 확진됐다. 외출했던 이들의 세부동선은 역학조사 중이지만, 이들을 통해 수도권지역민이 추가 감염됐는지 여부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 업체에서 최초 확진됐던 캄보디아 국적 A씨의 경우도 외국인들이 밀집한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동선을 보였으며, 인근 순천향대병원에서 검사받고 확진됐다. 순천향대병원 집단감염과 A씨의 확진이 관련 있는지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

◇ 외국인 SNS 기반 '5인 모임 금지'…방역 사각지대

평택에서는 미군 장병 1명을 포함한 외국인 10명이 확진됐다. 지난 17일 첫 확진자가 나온 뒤 모임 참석자와 가족 등 9명이 추가로 확진됐다.

이들은 SNS를 통해 사전에 모이기로 공지하고 지난 13일 평택 모처에서 모임을 가졌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도를 비롯해 경북, 충남 등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21명이 모였던 것으로 확인된 만큼 방역당국은 전국 각지에서 이들의 동선을 추적하느라 애먹고 있다.

방역당국은 이들이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방역수칙을 어긴 것으로 드러나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한편 이번 일을 계기로 외국인들에 대한 혐오 분위기가 슬며시 고개를 치켜드는 가운데 외국인 노동자들의 작업환경과 숙박여건을 감안하면 또 다시 터질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지체없는 체계적 재난안전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양주지역에서 오랜 세월 사회복지에 몸담아온 이정호 신부는 SNS를 통해 "지난해 수만장의 마스크와 방역용품을 모아 거리를 누비며 외국인 노동자 등에게 나눠줬다. 하지만 장기간 지속되는 코로나19 사태 동안 교육, 재난지원 등 다방면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은 배제된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 신부는 "이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우리도 감염된다. 우리나라에서 함께 살아가지만 소외돼 있었다. 이번 일(집단감염)을 보며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이라도 이들을 더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자제해 달라. 누구라도 감염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다. 포용적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도록 확진자에 대한 낙인이나 비난은 자제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이해해달라"고 당부했다.

daidaloz@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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