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한 외교에 미중 모두 압박·北 냉담·日 무시..韓 고립자초

노민호 기자 2021. 2. 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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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 부재 '전략적 모호성' 한계 잇달아 제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한반도 안보판' 움직이고 있다. 미중 패권 경쟁이 본 궤도에 오른 가운데 북중이 밀착하고 미일관계 또한 심화하는 분위기다.

반면 우리는 정부가 취하고 있는 원칙없는 전략적 모호성으로 인해 미중 양측으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다. 북한 또한 우리의 계속된 구애에도 냉담한 상황이며, 한일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결국 한국이 고립화의 길에 접어들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화상으로 진행된 뮌헨안보회의(MSC)에서 대(對) 중국 견제를 위한 동맹국 규합의 필요성을 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중국과의 장기적인 전략 경쟁을 위해 함께 준비해야 한다"며 "우리의 파트너십은 공유하는 민주주의 가치의 풍요로움에 뿌리를 두고 오랜 세월을 견뎌왔고 성장해 왔다. 그것은 거래가 아니고 쥐어짜기(extractive) 위한 대상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는 '비용'을 중시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과 달리, 자유민주주의와 같은 가치를 중심으로 동맹 강화를 공식화 한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트럼프보다 바이든이 더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는다. 가치를 기반으로 한 '일치된 행동'에 대한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정부가 취하고 있는 원칙 없는 전략적 모호성이 미국에 잘못된 신호를 전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이 동맹국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반면 일본은 미국과 주일미군 주둔비 분담금 협상을 향후 1년간 '현행 유지' 수준에서 발빠르게 합의하는 등 새로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와의 마찰을 최대한 줄였다. '동맹국과 거래하지 않는다'는 바이든 정부와의 첫 단추를 잘 끼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만큼 미일 동맹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한미일 3각 공조'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도 우리에게는 부담이다. 위안부 피해자 및 강제징용 배상 문제의 '해법'이 보이질 않고 있는 가운데 한일관계는 개선될 기미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

또한 22일 일본의 '다케시마의 날' 행사 강행으로 또다시 한일 간에는 냉기류가 흐르고 있다. 외교부는 "부질없는 도발행위"라며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초치하는 등 일본 정부에 강력히 항의했다.

중국 사안도 난제다. 정부는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한 단계 발전시키려 하고 있지만, 결국 미중패권 속 대미 견제 카드로 '역이용'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21일 논평에서 "중국과 미국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은 미국에 중국 못지않은 고통을 가져다 줄 것"이라며 "한국과 유럽, 일본은 미국의 비현실적인 야망에 기꺼이 돈을 걸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중에 이른바 '북중 눈치 보기' 논란도 계속해서 나온다.

대표적으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실현을 위한 협력'을 기치로 미국이 주도해온 쿼드(Quad) 협의체 참여를 놓고 한국은 중국을 의식해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 사이에서는 선제적으로 쿼드와 같은 다자 협의체에 선제적으로 참여하고 그 안에서 우리의 역할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매모호한 입장을 오래 끌수록 앞서 인민일보의 사설처럼 한국에 대한 중국의 압박만 오히려 강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또 망설이는 부분은 중국과 북한의 아킬레스건인 인권이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캐나다 주도의 '자의적 구금 반대 공동선언'에 미국과 일본, 호주, 유럽연합(EU) 등 58개 국가가 동참했지만 한국이 빠진 것이 대표적이다. 가치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성향 상 향후 '민주주의 연합'에서 한국이 배제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정부의 미중 사이 애매한 입장으로 미국의 '의심의 눈초리', 중국은 한국이 '약한고리'라고 볼 수 있다"며 "단 아직 시간은 있다. 현재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급격한 변화의 시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한국이 원칙을 세워서 일관되게 입장을 밝혀 나가야 미래의 불확실성을 돌파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우왕좌왕하는 원칙 없는 모습을 계속 보이면 끌려다니기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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