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컷] "페북이 北독재자처럼 행동" 빅테크에 날 세운 호주 정부

박성은 2021. 2. 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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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서 우리 뉴스 기사를 볼 수 없으신가요? ABC뉴스 앱을 다운로드 받으세요."

실제로 호주 ABC뉴스 페이스북 페이지는 어떤 글이나 영상도 찾을 수 없는 '빈 페이지' 상태인데요.

지난해 여름 호주 정부에는 구글과 페이스북 등 빅테크에 뉴스 사용료 지불을 강제하는 법안이 제출됐습니다.

결국 최근 페이스북이 호주 사람들은 자사 서비스를 통해 뉴스를 볼 수 없도록 하는 초강수를 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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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페이스북에서 우리 뉴스 기사를 볼 수 없으신가요? ABC뉴스 앱을 다운로드 받으세요."

최근 호주의 ABC뉴스는 자사 홈페이지와 인스타그램 등에 이런 긴급 공지를 띄우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호주 ABC뉴스 페이스북 페이지는 어떤 글이나 영상도 찾을 수 없는 '빈 페이지' 상태인데요.

일간 디 오스트레일리안, 시드니모닝헤럴드 등 호주의 다른 언론사 페이스북 페이지에서도 이 같은 '뉴스 실종 사태'가 벌어졌죠.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CNN은 "호주 정부와의 싸움이 가열되면서 페이스북이 호주 언론의 기사를 차단했다"고 보도했는데요.

CNN이 싸움이라고 표현한 사건은 한 법안을 놓고 호주 정부와 페이스북 등 이른바 빅테크 기업들 사이에 벌어진 갈등입니다.

지난해 여름 호주 정부에는 구글과 페이스북 등 빅테크에 뉴스 사용료 지불을 강제하는 법안이 제출됐습니다.

현재 의회 절차를 밟고 있는 이 법안은 빅테크 기업과 자국 언론사가 뉴스사용료에 합의하지 못하면 중재위원회가 이를 결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죠.

조시 프라이덴버그 호주 재무장관은 해당 법안이 디지털 플랫폼과 언론사 간 협상력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환경 변화에 따라 언론계가 위기에 처했다는 판단에서 호주 정부가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건데요.

사람들이 언론사 홈페이지가 아니라 구글 검색이나 페이스북 피드로 뉴스를 읽기 시작하면서 언론사 광고 수입이 현저히 떨어졌다는 겁니다.

가디언은 온라인에서 광고비 100달러가 집행되면 그중 53달러는 구글에, 28달러는 페이스북에 간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빅테크에 빼앗긴 수입을 언론사에 되찾아주자는 격의 이 법안은 빅테크 기업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습니다.

페이스북은 곧바로 "이 법안이 통과되면 호주 언론과 호주 국민들이 자사 플랫폼을 통해 뉴스 기사를 공유하는 것을 막겠다"고 반격했고 구글 역시 호주에서 검색 기능을 막겠다는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이 법안이 빅테크에 뉴스사용료를 매기는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인데요.

호주의 법안이 현실화 궤도에 오르면서 유럽연합(EU)과 캐나다 등 다수의 정부가 이들 기업에 뉴스사용료를 부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과연 뉴스 기사를 '퍼 나르는' 역할을 하는 플랫폼에 뉴스사용료를 내게 하는 것이 타당한가 하는 논란이 수 개월간 지속됐죠.

결국 최근 페이스북이 호주 사람들은 자사 서비스를 통해 뉴스를 볼 수 없도록 하는 초강수를 둔 겁니다.

"소셜미디어 업체(페이스북)가 호주에 취한 행동은 실망스러울 만큼 오만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올린 성명을 통해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고 마크 맥고완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 주총리 역시 "페이스북이 북한의 독재자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습니다.

반면 호주에서 검색 기능을 쓸 수 없게 하겠다고 선전포고를 했던 구글은 최근 입장을 바꿨는데요.

지난해 10월 구글 뉴스 쇼케이스 서비스를 출시하고 여기에 참여하는 대가의 사용료 계약을 호주의 거대 언론사와 맺었습니다.

이에 대해 페이스북 측은 언론사와 빅테크 양 사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호주 법안에 대한 대응이 다른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요.

구글에서는 뉴스 기사가 비자발적으로 검색돼 노출되지만, 페이스북의 경우는 언론사들이 자발적으로 기사를 올려 구독을 유발하고 매출을 창출한다는 겁니다.

뉴스 기사가 빅테크 플랫폼을 통해 노출·전달되는 시대.

과연 누가 누구의 덕을 보고 있는 것인지 호주의 뉴스사용료 법안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박성은 기자 김지원 작가 박소정

junep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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