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났습니다]①"개신교계 민낯 부끄럽다..코로나 극복 앞장서 신뢰 회복해야"
교회의 정치화, 광신적 선교단체..
교단· 교회 독립적 운영 단점 드러나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코로나19를 지나면서 한국 개신교계가 가지고 있는 약점들이 모두 드러났다. 이번을 계기로 기독교의 본질을 회복해야 한다.”
코로나19 상황 속 개신교계 현실에 대해 교계 석학으로 꼽히는 손봉호(83) 서울대 명예교수 겸 고신대 석좌교수는 이같이 진단했다. 지난 1년간 교회발 집단 감염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개신교계는 사회적 비판의 중심에 섰다. 교계 석학은 현재 상황을 어떻게 보는지 궁금했다. 개신교 장로이자 오랫동안 기독교 윤리운동에 힘써온 손 교수는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최근 이데일리의 인터뷰 요청에 흔쾌히 응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기독교계는 정치화부터 광신적 선교단체, 교회를 빙자한 사교육 단체까지 많은 지적을 받고 있다. 지금껏 교계 문제가 수면아래에만 존재했던 것과 다른 현상이다. 각 교단·교회가 독립적인 개신교계 특성 때문이다. 교인이라 하더라도 관심을 갖지 않으면 인지하지 못했다.
문제점이 한꺼번에 드러나면서 교회에 대한 신뢰도도 떨어졌다. 지난달 29일 교계 여론조사기관인 목회데이터연구소가 낸 ‘코로나19 정부 방역 조치에 대한 일반 국민 평가 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 교회를 ‘매우·약간 신뢰한다’는 응답은 21%였다. 반면 ‘별로·전혀 신뢰하지 않는다’는 경우는 76%로 나타났다. 2020년 1월 교계 단체인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실시한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조사’ 당시 같은 질의에서 한국 교회에 대한 ‘매우·약간 신뢰’ 응답 비율이 32%였던 것과 대비된다.
“대면예배, 알맹이 없고 형식만 남아”
개신교계의 가장 큰 논란은 대면 예배의 강행 여부였다. 방역당국은 지난해 신천지 대구교회 등에서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감염 확산을 막고자 모든 종교 모임을 중지했다. 하지만 일부 교회에서는 “온라인 예배는 진정한 예배라고 할 수 없다”며 “대면 예배를 포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방역지침을 어기고 대면 예배를 강행하다 집단 감염이 발생한 사례도 여러 차례 있었다.
손 교수는 이에 대해서 “예배를 하는 근본적 목적은 없고 형식만 주장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기독교인에게 예배란 사랑을 실천하는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서 기독교인의 사랑이란 일반적으로 얘기하는 이성에 대한 사랑과는 의미가 다르다. 그는 “기독교에서 사랑은 두 가지가 있다”며 “하나는 하나님에 대한 사랑, 또 하나는 이웃에 대한 사랑”이라고 말했다. 즉, 전염병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면서까지 예배를 하는 것은 본질에서 어긋난다는 것이다.
손 교수는 “형식이 본질보다 강조되는 것은 전형적인 종교의 타락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제도가 생기게 되면 그걸 유지하려는 관성이 있다”며 “자기 자신도 모르게 얽히는 이해 관계가 있고, 무의식적으로 이들 관계의 영향을 받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배당을 예로 들었다. 처음에 예배당은 예배를 하기 위해 존재했다. 하지만 점차 예배당이 제도화되면서 목사들에게 예배당은 생계의 수단이 됐다. 헌금 등 교회 유지를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됐다. 결국 예배당 자체가 목적이 돼 버리는 것이다.
손 교수는 교회의 정치화 역시 종교 타락 과정의 일부로 분석했다. 그는 “교회가 수적으로 늘어나고 사회적 영향력도 커지면서 돈도 많아졌다”며 “자연스레 시대의 문제를 정치적으로 쉽게 풀고자 하는 유혹이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종교의 정치 개입 유혹은 예수님 시대에도 있었다”며 “예수의 제자들은 그가 정치적 메시아가 돼 로마를 물리치고 이스라엘을 독립시키길 원했지만 그는 끝내 거절했고, 그 덕에 오늘날 기독교가 남아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신교계 사회적 신뢰 회복하는 계기 돼야”
손 교수는 개신교계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독교의 본질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편으로는 이번이 개신교계가 정화되고 사회적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희망도 있다”며 “하루 빨리 코로나19가 사라질 수 있도록 교계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 교수는 과거에도 개신교계가 전염병 상황에서 신뢰를 얻었던 사례가 있었다며 로마에 역병이 돌았던 서기 166년을 예로 들었다. 당시 페르시아 쪽 전선에서 돌아온 로마 군인에 의해 전염병이 확산됐다. 정확한 병명은 알 수 없지만 천연두나 홍역으로 추정된다. 15년간 계속된 이 전염병으로 당시 로마에서는 하루 200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총 사망자는 400만 명으로 추정된다. 황제의 주치의를 지낸 갈레누스도 로마를 떠나 시골 고향으로 돌아갔을 정도였다.
그는 “그때 로마 사람들은 병자를 처리할 방법이 없었다”며 “집안에 두면 다른 사람이 감염이 되니 환자들을 길에다 버렸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때 환자를 돌본 건 기독교인들이었다. 그는 “병명도 치료법도 몰랐기에, 그들에게 물을 주고 밥을 먹이는 게 전부였지만 극진히 보살폈다”고 했다. 전염병이 끝나자 기독교 신자가 급속도로 늘어난 이유가 됐다. 이번에도 교인들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손봉호 교수는?
△1938년생 △경주고 졸업 △서울대 영문학과 졸업 △미국 웨스트민스터 신학교 졸업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 철학박사 △한국 외국어대 화란어과·철학과 교수 △서울대 사회교육학과 교수 △KBS 시청자위원회 위원장 △샘물호스피스 이사장 △푸른아시아 이사장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자문위원 △교회개혁실천연대 고문 △기아대책 이사장
김은비 (demete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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